'학자 출신' 질병청장, '코로나 전쟁' 방역사령관 제대로 해낼까?

강승지 기자 2022. 5. 19.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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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본-백경란, 한목소리로 "과학·근거기반 방역 하겠다"
"역량있는 전문가" 호평 속 "권한 안 주면 똑같다" 우려도
백경란 신임 질병관리청장이 18일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 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제공) 2022.5.18/뉴스1

(청주=뉴스1) 강승지 기자 = 이른바 '과학 방역'을 하겠다는 윤석열 정부 기조에 앞으로 백경란 질병관리청장 등 신임 방역 사령관들이 어떤 역할을 해낼지에 대해 국민·사회적 관심이 커질 전망이다.

백경란 질병청장도 전날(18일) "감염병 재난 위기 대응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재정립하겠다"면서 취임 일성으로 과학 방역을 꼽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전문가 의견과 결정을 반영하는 체계를 확립하는 것은 물론, 방역 당국에 전권을 맡기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꼬집었다.

정책을 이끌 만한 힘을 주지 않는 것도 '정치 방역'이라는 의미다. 어떤 정부나 방역 정책을 결정할 때 객관적 근거는 뒷순위에 두고 정치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백경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회복지문화분과 인수위원(오른쪽)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취재진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임이자 간사. 2022.3.28/뉴스1 © News1 인수위사진기자단

◇학자→인수위원→질병청장…"K-방역 향해 쓴소리 아끼지 않아"

백경란 청장은 2년 5개월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기에 감염병 전문가로 두각을 보인 인물이다.

임상 의료진이자 학자로서 유행 초기에는 외국인의 입국 제한을 요구했고 지난해 말 단계적 일상 회복 추진의 성급함을 지적한 바 있다.

아울러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 추천으로 인수위의 사회복지문화분과 인수위원으로 활동했는데 그간 방역체계에 대한 평가와 새 정부 체계 수립에 대한 조언을 이어갔다.

위원으로서는 문재인 정부 방역 정책에 대해 "지표와 상황 반영, 이후 발생할 상황을 검토하지 못해 국민 피해와 사회적 혼란이 야기됐다. 개선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질병청장이 된 그는 전날 오전 취임 기념 자리에서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새 일상을 안착시켜야 하는 소임에 대해 더욱 엄중하고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질병청의 감염병 재난 위기 대응 컨트롤타워 역할을 재정립하겠다"며 "축적된 빅데이터를 활용해 과학적 근거를 생산하고 이에 기반한 방역 정책을 수립하겠다"고 부연했다.

한 방역 전문가는 그에 대해 "학자로서 강단 있게 목소리를 내왔다. 질병청 직원들을 잘 이끌며 전문가 협의를 통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잘 풀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그의 취임 일성에 집중하되 앞으로 정부가 어떤 과학 방역체계를 마련할지에 더 집중해볼 때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특히 백경란 청장이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저변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정부는 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과학 방역'을 강조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18일 회의에서 "우선 전문가 중심 독립위원회를 조속히 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존 국무총리 직속 일상회복지원위원회 논의에 방역의료 전문가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는 지적에 따라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한 중대본, 보건복지부 중수본과 질병청의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3원 체계'가 개편될 수 있다고도 했다.

임이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회문화복지분과 간사가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브리핑 직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오른쪽은 백경란 인수위원. 2022.3.28/뉴스1 © News1 인수위사진기자단

◇"새 술, 새 부대에 담는 게 맞지만 똑같다면 안 하느니만 못해"

전문가들은 백 청장의 역량을 인정하고 질병청이 과학 방역을 펼치기를 원했다. 하지만 청장만 바뀌었을 뿐 정부 내 권한이 미미하다면 정책을 추진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매일 용산으로 출근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코로나19 방역과 국가 공중보건에 대해 어떤 관심을 보이고 어떤 발언을 하는지가 향후 방역의 성패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대통령이 청장에게 전권을 주고 힘을 실어줘야 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장기판 위의 장기 말밖에 더 될까"라고 진단했다.

이어 "전문가 자문위 근거를 조언 삼고 질병청장이 진두지휘해야 한다"며 "복지부 장관의 자문위, 총리의 자문위라면 이전 자문조직과 다를 게 없다. 겉치레"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전문가들의 지적을 질병청 내부 직원들도 아는지 백 청장의 취임을 계기로 새 정부의 과학방역 기조에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질병청에서 방역 업무 중인 과장급 인사는 "코로나19 이전에 이렇게까지 사회적 영향이 클 감염병 유행을 경험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이제 역량을 체계화한 단계"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근거를 가지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됐다. 다른 부처 협조를 얻고 함께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을 통해 경험도 쌓았다. 정은경 전 청장의 바람도 이와 같다"고 덧붙였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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