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AS] 한동훈 법무장관 딸 다니는 국제학교는 '교육 치외법권'

김민제 입력 2022. 5. 19. 05:06 수정 2022. 5. 19.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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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AS]논문대필 의혹에 교육부 '조사 못해'
교육청 감독권 있지만 사실상 방치
'외국인 투자 촉진' 설립 목적 퇴색
내국인 정원 풀고 수업료 수천만원
특권층 명문대 진학수단으로 변질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문을 듣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한동훈 후보자 딸 관련 의혹은) 일단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 하지만 한 후보자 자녀가 다니는 학교는 국제학교여서 교육부가 할 수 있는 조치에 한계가 있다.”

17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나온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한 후보자 딸의 논문 대필 의혹을 교육부가 조사하고 조치할 책임이 있다는 지적에 사실상 교육부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이유는 한 후보자의 딸이 ‘국제학교’에 다니기 때문이다. 국제학교는 왜 국내 교육기관임에도 교육부 등 관리·감독기관의 사각지대에 있는 것인지 <한겨레>가 정리했다.(▶관련기사: [단독] 한동훈 딸 ‘논문 대필’ 정황… 케냐 대필 작가 “내가 했다”)

국제학교? 외국인학교? 외국교육기관?

현재 국내에서는 외국인학교, 국제학교, 외국교육기관 3곳을 합쳐 통상 ‘국제학교’라고 부른다. 세 학교는 비슷해 보이지만 엄밀히 따지면 설립 주체, 성격, 근거법령이 모두 다르다. 외국인학교는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자녀나 해외에서 3년 이상 거주한 뒤 한국에 들어온 내국인 자녀를 위한 학교로 사실상 국내 거주 외국인을 위한 학교다. 내국인 학생 정원도 30%로 엄격히 제한된다. 반면 국제학교와 외국교육기관은 내국인 비율이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국제학교는 국가나 지자체 혹은 국내외 법인이 외국 학교에 일정 수수료를 내고 교육과정과 이름을 가져와 설립했다. 해외 유학 수요를 국내에서 흡수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탓에 내국인 학생비율 제한이 없다. 제주도에 있는 브랭섬홀아시아국제학교(BHA) 등이 대표적이다.

마지막 남은 외국교육기관은 말 그대로 외국 학교의 한국 분교 개념이다. 비영리 외국 학교법인이 ‘경제자유구역 및 제주국제자유도시의 외국교육기관 설립·운영에 관한 특별법’(외국교육기관법)에 근거해 국내에서 학교를 세울 수 있게 됐다. 17일 임명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딸이 다니는 채드윅 송도 국제학교가 이에 해당한다. 정확히 말하면, 한 장관의 딸은 국제학교가 아닌 ‘외국교육기관’에 다니고 있는 것이다. 외국교육기관 역시 내국인 학생비율을 정원의 30%로 제한하고 있지만, 이들 학교는 현원보다 정원을 크게 늘리는 방식으로 내국인을 현원의 60% 수준까지 받고 있다.

외국교육기관이 ‘치외법권’ 되는 이유

장 차관의 답변처럼 교육부는 외국교육기관에 대한 지도·감독 권한이 없다. 외국교육기관법 9조1항은 ‘외국교육기관에 대한 지도·감독은 승인권자가 한다’고 명시한 뒤, 승인권자는 ‘해당교육기관을 설립하려는 지역을 관할하는 교육감’이라고 부연한다. 외국교육기관에 대한 지도·감독 권한은 교육부 장관이 아닌 시·도 교육감에 있다는 뜻으로, 한 장관 자녀가 다니는 채드윅 국제학교 지도·감독 권한은 인천시 교육감이다. 다만 외국교육기관 중 대학은 교육부장관이 지도·감독할 수 있다.

문제는 외국교육기관이 국가와 지자체의 재정지원 없이 운영되다 보니 교육청의 지도·감독이 사실상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일선 교육청은 이들 학교가 별도 교육과정을 따르기 때문에 장학 활동을 할 수 없고, 근거법령인 외국교육기관법 상 가능한 항목에 대해서만 자료를 요청, 감독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학생 정원의 내·외국인 비율, 한국 학력인정 프로그램(외국교육기관 학생이 한국 초·중·고를 졸업한 학생과 같은 수준의 학력을 가진 것으로 인정해주는 제도) 등이 이에 해당한다. 한국 학력인정 등을 근거로 외국교육기관에 적극적으로 자료를 요청할 수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외국교육기관을 관할하는 한 교육청 관계자는 “외국교육기관은 대부분 해외진학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 한국 학력을 인정받으려 하는 학생이 내국인 학생의 20% 수준이다. 학력인정 프로그램을 얼마나 듣는지 확인하지 않는다”며 “외국 학교법인이 세운 분교이기 때문에 지도할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특권학교가 된 외국교육기관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들 학교는 애초 설립 목적과 달리 특권학교가 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외국교육기관은 외국인 생활 여건을 개선해 외국인 투자를 촉진한다는 취지에서 설립됐지만, 값비싼 학비를 부담할 여유가 있는 소수 특권층 자녀들의 국내외 명문대 진학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것이다. 한동훈 장관 딸이 다니는 채드윅 국제학교의 연간 수업료는 유치원 과정은 3804만원, 고등학교 과정은 4476만원 수준이다. 다른 학교들 역시 연간 2천~3천만원의 수업료를 낸다.

전경원 경기도 교육정책자문관은 “현재 국제학교는 경제력을 가진 특권층이 자녀를 해외 대학에 진학시키기 위해 일찌감치 교육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국제학교의 설립을 승인한 기관은 학교가 제대로 운영되는지 관리할 책임이 있다”며 “그럼에도 교육청 등은 외국 법인이라는 이유를 들어 감독하지 않았고, 그런 경험이 누적돼 이젠 법의 사각지대에서 방치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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