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었던 '교권 침해' 대면수업 늘렸더니 2배로

김은경 기자 2022. 5. 19. 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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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교권보호위' 심의사례 집계
2020년 1197건에서 작년 2269건.. 중학교가 1222건으로 절반 넘어
"다른 학생들 수업권 등 고려해 참고 넘어가는 교사 훨씬 많아"

작년 한 특성화고 A교사는 수업 중 학생이 던진 쇠파이프에 맞아 크게 다칠 뻔했다. 실습 시간에 늦게 들어온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하지 않고 떠들자 A씨가 타이르다 못해 “계속 떠들면 결석 처리를 하겠다”고 했더니, 한 학생이 ‘그렇게 하라’며 10㎝ 크기의 쇠파이프를 던진 것이다. A교사가 직접 맞지는 않았지만 쇠파이프는 벽에 부딪혀 파인 자국을 낼 정도로 위협적이었다. A씨는 수개월째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형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강원도의 중학교 교사 B씨는 다른 학생의 몸에 올라타 누르는 학생을 말리다가 욕설을 들었다. 학생은 B교사에게 “잔소리하지 말고 가라” “꼬우면 꺼져”라며 반말로 소리 치고 B씨의 말투를 흉내 내면서 조롱했다. 이 학생은 학교 교권보호위원회에서 출석정지 10일 징계를 받았고, B교사는 상담·심리 치료를 받았다.

2020년 코로나 사태 첫해 등교 일수가 줄며 감소했던 전국 초·중·고 교권 침해 사례가 지난해 대면 수업 증가와 함께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2017~2019년 연간 2000건대이던 ‘교육활동 침해 건수’는 2020년 1197건으로 감소했다가 작년 2269건으로 다시 증가했다.

중학교가 1222건(53.9%)으로 절반을 넘었다. 그다음으로 고등학교가 803건(35.4%)이었고, 초등학교 216건(9.5%), 기타 28건(1.2%) 순이었다. 학생이 교권을 침해한 사례가 2098건으로 대부분(92.5%)을 차지했고 학부모 등 나머지가 171건(7.5%)이었다. 외부인에게 피해를 입는 사례도 간혹 있다. 작년 한 초등학교에서는 등교 지도를 하던 교장이 통학로에 주차된 차량이 학생들의 교통 안전을 방해한다고 판단해 건물 주인에게 조치해달라고 했다가 “내 땅에 내가 주차하는 게 뭐가 문제냐”며 욕설을 듣고 도리어 고소를 당했다. 유형별로는 모욕·명예훼손이 1271건(56.0%)이었고, 그다음으로 상해·폭행 239건(10.5%), 성희롱·성폭력 207건(9.1%) 등 순서였다.

이번 통계는 각 학교의 교권보호위원회에서 정식으로 심의한 사례만 집계한 것이다. 실제 학교 현장에서 일어나는 침해는 더 많을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했다. 2020년 한국교육개발원이 초·중·고 교사 2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교육활동 침해를 받고 해결하기 위해 외부에 알렸다’고 답한 경우는 43.5%로 절반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실제로 각 시·도에 설치된 교원치유지원센터 상담 건수를 살펴보면 2019년 8728건, 2020년 8446건, 지난해 1만3621건으로 공식 침해 건수를 크게 웃돈다. 교권보호위원회에 회부할 정도의 심각한 폭언·폭행은 아니지만 상습적인 수업 방해 등 지도 과정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피해는 더 많다는 것이다. 김동석 한국교총 교권본부장은 “다른 학생들의 수업권이나 학교 분위기를 고려해 교사가 참고 넘어가는 경우는 훨씬 많다”며 “무기력과 자괴감을 호소하는 교사들이 끊이지 않는다”고 했다.

학교 교권보호위원회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교사와 학부모 등으로 구성돼 전문성을 담보하기 어렵고 일반 학사 업무와 병행하는 것이 학교에도 부담이기 때문이다. 전국의 학교당 교권보호위원회 개최 건수는 연간 평균 0.06~0.2건으로, 1년에 한 번도 열지 않는 학교가 대다수다.

이런 지적이 이어지자 국회에는 학교 교권보호위원회를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하는 내용의 교원지위법 개정안이 제출됐다. 연구진은 학교 내에 갈등 관리를 위한 전담 기구를 마련하고 중대한 사안은 교육지원청에서 좀 더 전문적으로 처리하도록 이원화하는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혜진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은 “교육활동 침해는 교사 개인을 넘어 다른 모든 학생과 학교 전체가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문제”라며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교권 침해가 발생했을 때 학교 스스로 정상 교육 활동을 회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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