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安美經中 이후' 정부와 기업이 함께 대비해야
정부가 오는 24일 출범하는 미국 주도의 경제·공급망·에너지 등 협력체인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참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오는 21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IPEF 출범에 적극적 지지를 보내며 참여 의사를 공식화할 전망이다. 기존의 한·미 동맹을 안보 동맹에만 국한하지 않고 경제·가치 동맹으로 보다 폭넓게 강화하는 것이다.
한·중 수교 이후 지난 30년간 우리는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전략을 펴왔다. 그러나 미·중이 대립하는 신냉전의 국제 환경이 펼쳐지면서 이런 전략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미국은 경제와 안보를 분리하는 ‘자유 무역’을 끝내고 경제·안보를 통합해 접근하는 ‘자유롭고 안전한 무역’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미국 정부는 중국을 빼고 신뢰할 수 있는 국가들끼리 산업 공급망을 구축하는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 전략을 제시하고 나섰다.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전략 물자의 생산 사슬을 블록화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에 안보를 의존하는 한국으로선 미국 주도의 경제·안보 블록에 참여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있을 수 없다.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보듯이 미국과의 견고한 동맹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안전 보장이다. 경제적으로도 미국과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 한국은 반도체·배터리 등의 제조 강국이지만 원천 기술은 미국·일본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은 미래 먹거리가 달린 4차 산업혁명 분야의 혁신 주도국이며 금융의 세계 표준을 장악하고 있다.
당연히 중국의 반발과 견제가 있을 것이다. 중국 외교부장이 즉각 “한·중 디커플링(탈동조화)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드 사태 때처럼 경제 보복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우리 수출의 23%를 차지하는 중국이 보복하면 일부 한국 기업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중국 역시 한국산 반도체와 부품·설비가 필요하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이익을 보는 관계가 아니다. 중국도 한국과 전면적인 경제 충돌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정부와 기업은 최악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
미국 주도의 IPEF에 참여하더라도 중국과의 경제 협력과 우호 관계는 유지되어야 한다.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 포괄적 동반자 협정(RCEP)도 계속 참여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원칙을 견지하는 것이다. 지난 5년간 우리에겐 ‘원칙’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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