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유근형]약보다 MRI 원했던 北, 코로나 지원 차분히 접근해야
유근형 정책사회부 기자 2022. 5. 19.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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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공명영상(MRI) 장비를 지원해 달라." 노무현 정부 시절 남북 보건의료 협력사업에 참여했던 남측 대표단은 이 같은 북측의 요구에 적지 않게 당황했다고 한다.
약, 주사기 등 기초물품 지원을 논하는 자리에서 고가의 의료장비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북한 의료계가 MRI를 활용할 역량은 있는지, 전기 사정으로 장비가 제대로 가동될지, MRI가 대북제재 품목은 아닌지 등 고민스러운 대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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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공명영상(MRI) 장비를 지원해 달라.”
노무현 정부 시절 남북 보건의료 협력사업에 참여했던 남측 대표단은 이 같은 북측의 요구에 적지 않게 당황했다고 한다. 약, 주사기 등 기초물품 지원을 논하는 자리에서 고가의 의료장비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북한 의료계가 MRI를 활용할 역량은 있는지, 전기 사정으로 장비가 제대로 가동될지, MRI가 대북제재 품목은 아닌지 등 고민스러운 대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당시 남북 대화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MRI 장비가 평범한 북한 사람들보다 김씨 패밀리를 위해 사용될 가능성이 커 보였다”고 했다. 실제 탈북한 고위 인사에 따르면 북한은 2014년까지 MRI 장비가 단 2대뿐이었다고 한다.
남과 북의 ‘동상이몽(同牀異夢)’은 이것뿐이 아니었다.
우리는 보건의료 분야를 지속적 남북 교류를 위한 마중물로 활용하려는 생각이 강했다. 예컨대 주사기 또는 약품 공장을 지어주되 공장 운영에 남측의 전문가 또는 의료물품을 지속적으로 투입시키는 모델을 원했다. 하지만 북한은 일회성 지원을 선호했다. 공장 건설 후 운영에 대해선 남측의 참여를 꺼렸다고 한다. 방역 당국 관계자는 “의료 현실은 그 사회의 민낯이 드러나는 영역”이라며 “받고 끝내려는 북측과 계속 교류하려는 남측의 줄다리기가 팽팽했다”고 말했다.
북한의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으로 대북 코로나 지원이 거론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건국 이래 대동란”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해 성사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번에도 남과 북의 동상이몽이 상당할 수 있다며 우려한다.
대표적인 품목이 바로 먹는 치료제다. 이미 하루 수십만 명의 발열자가 나온 상황에서 북한에 가장 필요한 건 백신보단 치료제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공급난 탓에 먹는 치료제의 국내 재고가 북한에 내줄 만큼 충분치 않은 실정이다.
반면 백신은 국내 폐기량이 상당할 정도로 여유가 있다. 방역 당국 안팎에선 1000만 회분 이상의 지원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북측에 백신이 공급돼도 1, 2차 접종과 항체 형성까지 적어도 한두 달이 필요하다. 북한에 당장 도움이 되기 어렵다는 의미다. 특히 콜드체인 등 보관 기술 부족으로 백신이 제대로 관리될지도 미지수다. 결국 KF80 이상 마스크나 감기약 등 기초적인 의약품을 지원하는 게 현실적인데 북한엔 매력적인 품목이 아닐 수 있다.
코로나 대북지원은 최대한 차분한 접근법이 필요해 보인다. 힘을 빼고 인도주의적 지원 그 자체에 집중해야 한다. 남북교류의 물꼬를 트는 계기로 삼으려는 욕망이 커지면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을 우려가 있다. 정부가 전면에 나서기보다 세계보건기구(WHO) 등을 통하는 게 북한 주민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것이란 주장이 나오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새 정부가 출범 후 첫 남북 대면이라는 상황을 지나치게 의식해 소탐대실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남북 보건의료 협력사업에 참여했던 남측 대표단은 이 같은 북측의 요구에 적지 않게 당황했다고 한다. 약, 주사기 등 기초물품 지원을 논하는 자리에서 고가의 의료장비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북한 의료계가 MRI를 활용할 역량은 있는지, 전기 사정으로 장비가 제대로 가동될지, MRI가 대북제재 품목은 아닌지 등 고민스러운 대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당시 남북 대화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MRI 장비가 평범한 북한 사람들보다 김씨 패밀리를 위해 사용될 가능성이 커 보였다”고 했다. 실제 탈북한 고위 인사에 따르면 북한은 2014년까지 MRI 장비가 단 2대뿐이었다고 한다.
남과 북의 ‘동상이몽(同牀異夢)’은 이것뿐이 아니었다.
우리는 보건의료 분야를 지속적 남북 교류를 위한 마중물로 활용하려는 생각이 강했다. 예컨대 주사기 또는 약품 공장을 지어주되 공장 운영에 남측의 전문가 또는 의료물품을 지속적으로 투입시키는 모델을 원했다. 하지만 북한은 일회성 지원을 선호했다. 공장 건설 후 운영에 대해선 남측의 참여를 꺼렸다고 한다. 방역 당국 관계자는 “의료 현실은 그 사회의 민낯이 드러나는 영역”이라며 “받고 끝내려는 북측과 계속 교류하려는 남측의 줄다리기가 팽팽했다”고 말했다.
북한의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으로 대북 코로나 지원이 거론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건국 이래 대동란”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해 성사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번에도 남과 북의 동상이몽이 상당할 수 있다며 우려한다.
대표적인 품목이 바로 먹는 치료제다. 이미 하루 수십만 명의 발열자가 나온 상황에서 북한에 가장 필요한 건 백신보단 치료제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공급난 탓에 먹는 치료제의 국내 재고가 북한에 내줄 만큼 충분치 않은 실정이다.
반면 백신은 국내 폐기량이 상당할 정도로 여유가 있다. 방역 당국 안팎에선 1000만 회분 이상의 지원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북측에 백신이 공급돼도 1, 2차 접종과 항체 형성까지 적어도 한두 달이 필요하다. 북한에 당장 도움이 되기 어렵다는 의미다. 특히 콜드체인 등 보관 기술 부족으로 백신이 제대로 관리될지도 미지수다. 결국 KF80 이상 마스크나 감기약 등 기초적인 의약품을 지원하는 게 현실적인데 북한엔 매력적인 품목이 아닐 수 있다.
코로나 대북지원은 최대한 차분한 접근법이 필요해 보인다. 힘을 빼고 인도주의적 지원 그 자체에 집중해야 한다. 남북교류의 물꼬를 트는 계기로 삼으려는 욕망이 커지면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을 우려가 있다. 정부가 전면에 나서기보다 세계보건기구(WHO) 등을 통하는 게 북한 주민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것이란 주장이 나오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새 정부가 출범 후 첫 남북 대면이라는 상황을 지나치게 의식해 소탐대실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유근형 정책사회부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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