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열전] [135] 찬물에 손 적시고 뜨거운 것 만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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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은 일의 형세[事勢=命], ‘시경’은 일의 이치[事理=禮]에 관한 책이다. 그래서 공자는 아들 이(鯉)에게 “시를 공부했느냐”고 물었고 이가 “아직 못 했습니다”라고 하자 “시를 배우지 않으면 (다른 사람과 이치에 맞게) 말을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로서는 오히려 어려울 수 있는 ‘시경’이 옛날에는 공자 학문으로 들어가는 입문서였다. 일의 이치를 배운 다음에 일의 형세를 배우는 것이다. 나이 50에 공자가 이르렀다는 지천명(知天命)은 자기 팔자를 알게 됐다는 뜻이 아니라 일에 있어 이치를 넘어선 형세를 보는 눈이 생겼다는 뜻이다. 일의 이치 하나 배워보자. 상유(桑柔·부드러운 뽕나무)란 시다.
“그대에게 근심해야 할 일을 말해주고 그대에게 재주에 따라 벼슬을 내릴 것을 가르쳐 주노라. 누가 뜨거운 것을 쥐려 하면서 먼저 손을 찬물에 적시지 않으리오.”
이 시는 옛날에 정치를 잘해보려 다짐하는 임금들이 정작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를 밝힌 것이다. 뜻은 있지만 정작 그 방법을 얻지 못하는 임금을 풍자한 시라 하겠다. 시에서 그대란 바로 그런 임금을 가리키며 근심해야 할 일은 바로 다음 구절이 말하듯이 인사(人事)다.
윤석열 대통령을 만든 것은 누가 뭐래도 ‘공정과 상식’을 지켜줄 것이라는 국민들의 믿음이다. 그런데 공정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어떤 장관 후보자로 인해 공정이 시작부터 흔들리더니 이번에는 ‘성 비위 논란’으로 한 비서관이 그 상식에 대해 의문을 품게 만들고 있다. 특히 그 비서관이 지었다는 시 ‘전철 칸의 묘미’라는 시를 읽어보니 민망하다.
‘요즘은 여성전용칸이라는 법을 만들어 그런 남자아이의 자유도 박탈하여 버렸다나.’
요즘 사람 맞나? 술자리에서도 해서는 안 되는 말이다. 이런 사람이 무슨 능력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뜨거운 것을 쥐려 하면서 먼저 손을 찬물에 적시는 지혜가 담긴 인사였다고 하기는 어렵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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