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 재건축 논란… 공급 확대 묘책 vs 집값 자극, 전세대란 우려

차학봉 전문기자 2022. 5. 19.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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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학봉 전문기자의 Special Report]
신도시 용적률 상향조정… 10만 가구 추가 공급
1기 신도시를 재건축하는 공약을 둘러싸고 찬반론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신도시 전경. / 조선 DB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를 고밀도로 재건축해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윤석열 대통령 공약을 둘러싸고 찬반론이 맞서고 있다. 30년 된 신도시를 다시 재건축하는 것은 자원 낭비이며 특별법을 만들어 지원하는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하지만 주택 공급 확대를 통한 집값 안정과 노후화된 신도시의 기능 업그레이드를 위해서는 특별법이 최선의 선택이라는 찬성론도 만만치 않다.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뿐만 아니라 민주당 후보도, 경기도지사 선거에서도 여·야당 후보가 모두 신도시 재건축을 공약하고 있다. 윤주선 홍익대 교수는 “신도시를 새로 만드는 수준의 재정비 계획을 세워 고밀도 개발하면 주택 가격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신도시 재건축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일부 형성되고 있지만 형평성 논란, 적정 밀도, 개발이익환수 방안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해외도 주택 공급 확대 위해 고밀 개발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물 연면적 비율)을 높여 고밀도 개발하면 같은 토지에 더 많은 주택을 지을 수 있다. 주택 공급을 늘리고 주택 가격을 낮출 수 있다. 대통령은 30만 가구의 1기 신도시 용적률을 높여 재건축, 10만 가구를 추가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했다. 1기 신도시의 용적률이 평균 200% 안팎인데, 최고 용적률을 주거 지역은 300%, 역세권은 500%까지 올리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그래픽=송윤혜

고밀도 개발을 통한 주택 공급 확대는 세계적인 추세이다. 뉴질랜드는 작년 여당과 야당이 단독주택 전용주거지역의 고밀도 개발을 촉진하는 법안을 공동으로 만들었다. 미국의 경우, 중앙정부가 고밀도 개발을 허용하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보조금 지원을 확대하고 있으며, 캘리포니아 등 상당수 자치단체들이 건축 규제를 대폭 완화, 주택공급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에서 주택공급 확대 운동을 벌이고 있는 소냐 트라우스는 고밀도 개발이 환경을 훼손한다는 비판에 대해 “도시 중심부에 아파트 등을 고밀도로 개발하면 자동차 이용을 줄일 수 있어 오히려 친환경적”이라고 주장했다.

◇신도시 특별법 형평성 논란

2019년 신도시 재건축 특별법을 발의했던 김현아 ‘국민의 힘’ 전 의원은 “현행법으로는 재건축은 물론 리모델링도 쉽지 않다”면서 “광역교통망 보완, 일자리 창출 등을 감안하면 특별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왜 신도시만 특별히 지원해야 하느냐”는 반발도 나온다. 우신구 부산대 교수는 “1기 신도시가 특별법까지 만들어 지원해야 할 정도로 사회적 물리적 쇠퇴 지역은 아니다”고 말했다. 최민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 교수는 “자산 가치와 직결되는 재건축을 선거 공약으로 내세우는 것은 일종의 부동산 포퓰리즘”이라며 “신도시 특별법은 모든 지역의 재건축 규제 완화 요구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개정해 규제 위주의 재건축 제도 자체를 손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공공 주택으로 개발이익 환수

재건축 활성화를 통한 주택 공급 확대는 장기적으로는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되겠지만, 단기적으로 수도권 집값에 불을 붙일 수 있다. 새 정부에서 신도시 재건축 속도조절론이 나오는 이유이다. 정교한 개발이익 환수 방안과 가수요 차단 정책이 필요하다.

그래픽=송윤혜

윤 대통령은 ‘역세권 첫 집’ 공약을 통해 개발이익 환수 방안을 제시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용적률 상향 조정을 통해 증가한 용적률의 절반을 공공 주택으로 기부채납받아 토지임대부 방식(토지는 임대하고 건물만 분양)으로 분양하는 제도이다. 서울시는 용적률을 높여주는 대신 장기 임대 주택으로 개발이익을 환수하는 역세권 시프트 제도를 도입했다. 권대중 교수는 “가수요를 차단하기 위해 재건축 규제 완화 대상 지역을 조기에 확정, 실수요자만 구입하도록 하는 보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순차적 재건축은 불가피

주민들은 신도시 재건축이 신속하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관련 입법, 신도시 마스터 플랜, 이주 대책 등을 고려하면 상당한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 1기 신도시는 30만 가구 정도인데, 10년에 걸쳐 재건축을 할 경우 연간 3만 가구씩 착공해야 한다. 공사 기간이3년임을 감안하면 최대 9만 가구의 이주 수요가 한꺼번에 발생할 수 있다. 서울시도 재건축, 재개발 규제를 완화하기 시작한 만큼, 신도시 재건축 이주와 맞물리면서 전세 대란이 발생하고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 이 때문에 3기 신도시에 이주 단지를 조성하고 수도권 전체의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과 연동해 재건축 착공물량을 조정하는 등 정교한 준비 작업이 필요하다.

◇30년 후에도 지속 가능한 신도시

여야 의원들이 제시한 신도시 재건축 법안들은 모두 ‘스마트 시티’를 목표로 한다. ‘스마트 시티’는 첨단 정보 시스템을 활용하는 지능형 도시라는 의미이다. 스마트 시티는 거의 모든 도시가 목표로 하고 있어 신도시의 특성을 반영하기 어렵다. 주민, 지자체, 정부가 협의체를 만들어 지역별 신도시의 미래상과 목표를 정립해 나가야 한다. 영국 등 다른 나라도 신도시가 있지만 20~30년 장기 계획하에 개발돼 한국처럼 한꺼번에 노후화되지는 않는다. 한국과 비슷한 사례가 일본의 신도시이다. 60~70년대 개발된 센리뉴타운과 다마뉴타운은 시설 노후화로 젊은 층이 떠나고 고령자 거주 비율이 급격히 높아졌다. 일본 신도시 재건축의 목표는 젊은 층 유치, 노인들에게 편리한 도시이다. 고령자에 대한 의료 서비스 제공이 중요해지면서 ‘의료, 직장, 주거 근접형 도시 모델’,’젊은 층과 노인이 함께 하는 도시’ 등이 재건축 목표로 제시된다. 부동산 전문가 박재룡 박사는 “미래에 필요한 기능을 보완하기 위한 개발 유보지를 확보하는 등 순차적 개발을 하지 않으면 30년 후에 재건축 이야기가 다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3기 신도시 고밀도 개발, 주택 대량 공급해야”

이한준 전 경기도시공사 사장

“윤석열 대통령 임기 내에 집값 안정 효과를 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정책은 3기 신도시를 고밀도로 개발, 주택을 대량 공급하는 것이다.”

이한준 전 경기도시공사 사장은 “분당 등 1기 신도시의 고밀도 재건축은 입법에서 마스터 플랜, 이주 단지 조성, 주민 이해관계 조정 등으로 임기 내에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윤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운 1기 신도시의 용적률 상향 조정 목표가 300% 정도이다. 현재 남양주 왕숙(6만6000가구), 광명 시흥(7만가구), 하남 교산(3만2000가구), 고양 창릉(3만8000가구) 등 개발 중인 3기 신도시의 평균 용적률은 200% 정도이다. 이 전 사장은 “1기 신도시의 용적률 상향을 추진하면서 3기 신도시를 고밀도 개발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면서 “3기 신도시의 역세권을 중심으로 고밀도로 개발하면 윤 대통령 임기 내에 최소 10만구를 추가 공급하고 분양가도 대폭 낮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전 사장은 윤석열 대선캠프에서 정책 공약을 만들었으며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의 GTX 공약도 주도했다.

그는 3기 신도시의 자족용지, 상업용지도 일부 택지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시장은 “3만~4만가구 규모의 신도시까지 기업 유치를 통한 ‘자족도시’를 목표로 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경기 북부, 경기 동부 등에 일자리 창출형 거점 신도시를 만들고 주변에 베드타운을 배치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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