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말 안 듣는 사람들의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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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추앙’하던 형님이 어느 날 말했다. “왜 사람들이 말을 안 듣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나에게 하고픈 말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분명한 건, 그 형님 역시 남의 말 안 듣기로 정평이 난, 소신 있는 분이다.
아무래도 애초에 인류는 말을 안 듣는 존재 같다. 내 오래된 기억을 되짚어 봐도 그렇다. 세상 모든 것이 낯설고 신기하게 느껴지던 미취학 아동 시절에는 주체할 수 없는 호기심과 탐구심으로 생소한 사물을 발견할 때마다 우선 입에다 집어넣어 확인하려 했다. 그때마다 어른들은 강한 어조로 말했다. “안 돼! 지지!” 인류 중 한반도에서 살아온 우리 선조들은 유독 더 말을 안 들었던 것 같다. 외국인들은 지금까지도 감히 먹어볼 시도조차 하지 못한 다양한 식물의 잎과 뿌리, 줄기, 기이하게 생긴 해산물을 우리는 철마다 별미로 즐기고 있다는 게 그 증거다. 부산 기장 일대에선 매운탕이나 해물탕에 말미잘을 넣기도 한다. 말미잘이 먹을 수 있는 것임을 내가 안 것은 불과 몇 해 전이다.
수없이 ‘안 돼! 지지!’란 말을 들어오며 우리 선조들은 먹거리 영역을 꾸준히 확장해온 것이다. 많은 희생이 있었을 것이다. 먹을 수 있어 보이지만, 먹어선 안 되는 것이 있다. 많은 이의 목숨 건 희생 덕분에 우리는 아무거나 먹어선 안 된다는 것을 지금은 알고 있다. 잠깐 눈을 감고, 이름 모를 그분들에게 깊이 감사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몇 해 전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온 어머니는 동화처럼 아름다운 유럽의 어느 숲속에서 지천에 널려있는 고사리를 뜯어 육개장을 만들어 드셨다고 했다. 이탈리아 고사리는 실하고 부드럽더라고 하셨다.
과연 이탈리아노들은 고사리를 먹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아니라면, 고사리 맛을 모르는 이탈리아노들이 너무 가여우니까. 오늘 아침엔 강된장에 콩잎 장아찌를 먹었다. 서울에서 지내던 시절, 서울 사람 대부분이 콩잎과 방아를 먹어본 적 없고, 그 존재도 아예 모른다는 사실에 적잖이 충격받은 적이 있다. 역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콩잎과 방아 맛은 다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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