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방의료원에 '인턴 배분'해 공공의료 살려야
[경향신문]
코로나19 팬데믹이 저무는 이즈음에 감염병 국가 재난 극복을 반기는 마음보다 지방의료원장으로서 앞으로 닥쳐올 경영 어려움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코로나 초기에는 힘들었지만, ‘덕분에 캠페인’으로 격려도 받았고 공공의료 중요성을 사회가 높게 인정하는 현상을 체험하며 지방의료원의 미래에 희망을 품기도 했다. 지금은 코로나 환자 수가 격감하는 속도에 비해 일반 진료량은 훨씬 더디게 회복되면서, 이 격차로 인해 앞으로 얼마나 오래 얼마나 큰 적자를 감당해야 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적자 경영이 직원들의 사기 저하로 이어지면서 유능한 직원들이 떠나는 악순환 고리까지 형성되지 않을까 불안하기도 하다.
공공의료의 중요성을 인식한 지방정부들은 시립병원 추가 건립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공공의료를 살리겠다는 시도와 약속의 역사는 짧지 않지만 그 결실을 본 경험은 별로 없다. 이는 실무자인 지방의료원의 입장이 아닌 관리자인 중앙정부의 시각에서 해결책을 수립해왔기 때문이라고 본다. 지방의료원에 재직하면서 정리한 지방의료원 발전방안이 있어 이를 제안한다. 서울에 있는 소위 ‘빅5 병원’에서 수련하는 인턴 정원(700여명)을 전국의 지방의료원들로 배분해 “지방의료원을 인턴 수련 병원화하는 것”이다. 이것은 다음의 유익함을 가져온다.
첫째, 인턴에게 유익하다. 인턴 기간은 의과대학생과 레지던트라는 고밀도 학습기와 고강도 수련기 사이에 끼어 있으면서 교육 성취도는 매우 낮은 기간이다. 학생도 아니면서 제대로 된 의사도 아니어서 학습 기회 및 임상 체험 기회가 둘 다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다. 하지만 수련 장소를 지방의료원으로 바꾸면 인턴 지위는 격상된다. 레지던트가 없으므로 전문의의 1차 보조의사로서 다양한 역할이 주어질 것이며 의사로서의 기능을 함양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둘째, 지방의료원에 유익하다. 수련병원이 아닌 지방의료원들에 근무하는 전문의들은 모든 진료 단계들을 손수 수행해야만 하며 또한 야간·휴일 당직 근무도 훨씬 빈번히 담당해야 한다. 이런 이유들로 전문의들은 지방의료원 근무를 기피한다. 자신을 보조하는 인턴이 있으면 전문의의 부담은 크게 줄어든다. 이는 지방의료원 근무에 대한 매력도를 높여 우수한 의사 채용을 촉진할 것이다.
셋째, 빅5 병원에 유익하다. 빅5 병원이 인턴 모집을 유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우수한 레지던트 자원 풀을 확보하는 것이다. 빅5 병원에서 인턴의 의사 역할은 계속 축소되어 인턴 없이도 진료에 큰 문제가 없으며 인턴 수련에 소요되는 시설 및 비용을 감안하면 오히려 유리할 수도 있다. 빅5 병원이 인턴 정원을 지방의료원에 양보한다면 공공의료에 큰 공헌을 하는 것이 된다.
넷째, 공공의료 발전에 유익하다. 우리나라 의료가 급격한 상업화의 길을 가면서 의사가 수련 과정에서 공공의료에 노출되는 기회가 거의 없어졌다. 비록 짧은 인턴 기간이지만 다수의 의사를 공공의료에 노출시킨다면 그중 일부라도 우리 사회에서 취약계층 의료, 지역사회 보건 활동, 비인기 의료분야 공백 등 의료적 문제들이 얼마나 심각한지 이해할 가능성을 높일 것이다.
다섯째, 중앙정부에 유익하다. 의료기관의 의료 품질을 결정하는 요체는 의료진의 품질이다. 지방의료원을 인턴 수련 병원화해 소속 의료진과 직원들의 자긍심을 높인다면, 상업화로 휩쓸려가는 우리나라 의료를 붙잡는 닻과 같은 역할을 지방의료원이 담당하면서 공공의료의 중추로서 발전할 것이다.
물론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강력한 반대 의견들과 관행에서 비롯된 선입견 및 장애들을 극복하는 지혜와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의료계는 수년 전에 인턴을 없애고 의대생에서 바로 레지던트로 직행하는 제도를 모색했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때 없애지 못한 인턴 제도를 잘 활용하여 더 유익한 방향으로 운영한다면 지방의료원과 공공의료를 살리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이중의 성남시의료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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