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의 몰락, 다날의 도전 [우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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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중국도 못한 일을 민간재단 테라가 하겠다던 거다.
다날이 제 2의 테라가 될지, 또다른 한국은행이 될지는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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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미국 달러와 가치를 일치시켰다던 글로벌 프로젝트 '테라'가 몰락했다. 200조원이 넘는 금융사고를 낸 것인데, 확연한 손해만도 비트코인 4조원 어치다. 전재산을 잃은 투자자들은 테라가 비트코인을 팔았는지 숨겼는지 알 수 없다고 한다.
그럼 복잡한 설계를 반복하는 건 차치하고 본질을 살펴보자.
테라는 화폐의 결제 기능을 대체하겠다던 기술이다. 그런데 그게 쉬울까. 수퍼파워 미국도 달러 유통 초기엔 '브레턴우즈 체제'라는 금본위 저장 구조로 수십년간 신뢰를 쌓았다. 더구나 미국은 달러로 패권을 얻은 게 아니라 막강한 군사력과 정부의 영속성으로 글로벌 결제 기능을 얻은 것이다. 중국이 아무리 발버둥쳐도 위안화가 국제통화로 쓰이지 않는 건 공산당의 영속성 문제 때문이다.
중국도 못한 일을 민간재단 테라가 하겠다던 거다. 국가 수준의 신용을 무슨 알고리즘과 구조화로 대체하겠다고 했다. 그래선지 결말은 너무 황량해 더 허망하다. 약속을 지키지 못한 건지, 의도적인 거짓말이었는지 분명히 규명될 문제다.
흥미로운 건 테라 창업주 권도형의 태도다. 사고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부활을 예고했다. 단 1억원의 금융사고만 나도 잡혀가는 한국에서 태연하기가 이를데 없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테라 사태가 실질은 금융이지만 구조와 형태는 암호화폐란 IT기술로 포장돼서다. 이를 유사금융으로도 규율할 준거법이 없다.
사실 정부는 이 시장을 방치했다. 부동산 폭등에 실망한 이들이 코인에서 한풀이를 하자 위험성을 알면서도 정치 논리로 놔둔 것이다.
그런 결과일까. 비슷한 제품(?)이 눈에 띈다. 전자금융업자인 휴대폰 결제기업 다날은 국내 ICO(코인 발행)가 불가능하자 스위스로 건너가 페이코인이란 암호화폐를 발행하고 국내로 들여와 결제용 코인으로 유통시키고 있다. 금융업 상장사가 코인의 자기발행이 가능한 이유는 자회사(페이프로토콜, PP)를 통한 설계와 다날의 연결성 덕분이다. 페이코인은 빗썸과 업비트 등 국내 거래소에서 거래된다. 이 코인으로는 편의점에서 물건을 살 수 있다. 심지어 BMW도 산다.
스스로 화폐발행자가 된 다날은 페이코인을 39억개 발행할 수 있다고 백서에 썼다. 실제 발행은 2억5000만개이니 36억7000만개는 그들의 창고에 있다. 개당 1000원을 호가하던 이 코인은 최근 반토막이 났지만 여전히 총액으로는 2조원의 가치다.
다날 문제의 본질은 선불전자지급 사업을 하면서도 준거법인 전자금융거래법을 우회하고 있다는 거다. 지급결제 수단임에도 가치가 급등락하고, 코인을 사들인 투자자를 보호할 담보가 미흡하다는 건 테라 사태와 다를 바 없다. 더구나 다날이 미발행한 37억개 페이코인은 국세청의 감시영역 밖에 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이 문제를 인식해 부랴부랴 다날 CEO(최고경영자)를 불러 경고했다. 하지만 투자자 보호를 이유로 한 저항이 만만찮다는 전언이다. 다날은 오히려 시중은행 등과 협업해 당국이 요구한 실명계좌 제공을 완료할 태세다. 다날이 제 2의 테라가 될지, 또다른 한국은행이 될지는 모를 일이다. 다만 묵묵히 근로소득을 원화로 저축하고 있는 이들로써는 디지털자산의 급등락이 가상처럼 느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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