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135] 스타벅스 51년
몇 해 전에 학생들을 데리고 시애틀에 위치한 스타벅스 본사를 방문했다. 안내를 담당한 직원의 설명은 매우 흥미로웠다. 글로벌팀에서는 다른 나라, 다른 지역에 입점할 때의 전략을, 디자인팀에서는 수많은 스케치를 통한 아이디어 창출과 그래픽의 완성 과정을 보여주었다. 프레젠테이션 때 사용한다는 방탄 서류 가방도 독특했다.
대표적인 보헤미안 도시에서 에스프레소를 시작한 전통만큼, 다양한 지역의 원두로 추출한 커피 테이스팅 역시 진지했다.
진행되는 몇 가지 프로젝트들이 흥미로웠다. 그중 하나는 기존 매장과 다른 형태의 공간 실험이다. 뉴욕, 밀라노 등의 대도시에 개점한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가 대표적이다. 현장에서 로스팅을 하고 핸드드립 커피와 오븐에서 갓 구운 빵을 제공하지만, 여기서 가장 핫한 곳은 바 공간이다. 술을 팔아야 진정한 유럽식 카페가 된다는 생각이 기반이다. 스타벅스가 내부에 바 공간을 포함시키고 그럴듯하게 운영한다면 획기적인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다.
또한 매장 구축이 다소 제한적인 길거리, 광장 등에 스타벅스 커피 트럭을 배치하는 계획도 있다. 유럽의 기차역이나 길거리에서 보이는 작은 커피 트럭을 벤치마킹하면서 현재 유행하는 푸드 트럭 문화를 결합하려는 시도다. 매장 인테리어를 친환경 재료를 사용하여 꾸미는 계획도 있다. 오리건주에 ‘미국 그린 빌딩 위원회’의 친환경 평가 (LEED·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 인증을 받은 매장이 이미 생겼다. 가까운 미래에 그 수를 늘려나간다고 한다.
샌프란시스코대학 출신의 작가와 교사가 시애틀에 작은 커피숍을 연 지 51년, 하워드 슐츠에 의해 오늘날과 같은 모습을 갖춘 지 35년이 됐다. 그동안 많은 커피숍이 스타벅스를 모델로 탄생했다. 더 좋은 커피와 맛을 제공하는 브랜드들도 많지만, 여전히 에스프레소 음료의 가치 기준은 스타벅스인 것 같다. 사람들이 자사 브랜드의 로고가 새겨진 컵을 들고 거리를 걷는 풍경을 만들기 위해 본사는 끊임없이 공간과 스타일을 연구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아직도 스타벅스는 전체 그림의 일부만 완성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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