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민의 HR이노베이션] 인간은 '인지적 구두쇠'..인사담당자여, 쓰레기 교육은 이제 버려라

2022. 5. 19.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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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HR 부서를 싫어할까’라는 주제는 인사관리(HR) 관련 글 가운데 언제나 최다 조회수를 기록한다. 흔히 인사부는 사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일을 주도적으로 하기보다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기다리는 수동적인 부서라고 비판받곤 한다.

인사부가 이런 비판을 받게 된 이유는 그동안 HR이 조직 내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치’라는 것은 ‘주는 사람’이 느끼는 것이 아니라 ‘받는 사람’이 느끼게 하는 것이다. 20년간 기업에서 교육 업무를 하면서 ‘내가 정말 사업에 어떠한 가치를 더했는가’에 대해 자문하곤 했다. HR의 기업 교육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느끼고 비판하는 사람은 많았지만, 구체적인 아이디어와 대안을 제시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앞으로 이 칼럼을 통해 기업 교육의 대안을 제시하려 한다.

교육학에는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이 있다. 망각곡선에 따르면 약 6일이 지나면 25% 정도밖에 기억을 못 한다고 한다. 교육자들은 학생들이 기억을 유지하도록 다양한 전략을 짠다. 하지만, 이 연구의 새로운 함의는 개인에게 의미 없는 정보는 쉽게 사라진다는 것이다.


당신이 리더라고 가정해보자. 구성원들은 아마도 당신이 중요하다고 말한 것을 시간이 지나면 쉽게 잊을 것이다. 당신이 하는 구체적인 행위도 잊어버리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구성원들은 당신이 그들에게 어떤 감정을 느끼게 한 사건에 대해서는 쉽게 잊어버리지 않는다. 리더십 다면평가에서 주관식 문항을 분석해 보면, 구성원들이 리더들의 약점이라고 이야기하는 내용의 90% 이상은 리더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 경험이었다. 우리는 경험에 대한 정서적인 반응을 저장하고 이러한 반응의 기억을 통해서 경험을 재구성한다. 결국 학습은 무언가에 대한 정서적인 반응을 통해 이뤄진다.

‘GIGO(garbage In garbage Out)’라는 말이 있다. 쓰레기가 들어오면 쓰레기가 나간다는 말이다. 몇십 년 전만 해도 e러닝이 모든 교육의 혁신을 불러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생각보다 e러닝 콘텐츠를 활용하지 않았다. 일부 교육학자는 사람의 집중력 한계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마이크로 러닝 콘텐츠가 나왔다. 수만 개의 마이크로 러닝 콘텐츠들이 교육 시스템에 차곡차곡 쌓였다. 기업의 마이크로 러닝 콘텐츠 가운데 조회수가 가장 높은 콘텐츠의 공통점이 있었다. 슬프게도 화면 제일 상단에 디스플레이된 콘텐츠였다. 이는 예외 없이 모든 조직에 적용되는 법칙이다.

유튜브를 보더라도 10분 남짓의 시간도 지루해하며 쭉 당겨서 실제 찾고 있는 정보로 급하게 이동하는 게 보통이다. 하물며 관심도 흥미도 없는 콘텐츠를 도대체 누가 처음부터 하나하나 들여다보고 있을까. 인간은 인지적인 구두쇠다. 최대한 인지를 덜 사용하는 방식으로 진화해 왔다. 내가 관심을 두지 않는 내용, 나의 삶과 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정보는 철저히 무시한다. 그 때문에 기업 교육 담당자는 쓸모없는 정보를 대량 생산하는 공급자 중심의 사고를 버려야 한다.

개인의 관심이 학습의 동기를 부여한다. 학습 설계에 앞서 해야 할 것은 구성원이 무엇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를 아는 것이다. 이것은 결국 두 가지 선택지 ‘풀과 푸시 방식’ 교육으로 나뉜다. 학습자가 어떤 주제에 관심과 흥미가 있다면, 교육 담당자는 학습에 필요한 리소스만 제공하면 된다. 단순한 책자나 자료, 구글 동영상도 그들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인 학습 도구다. 풀 방식에서 교육 담당자의 핵심 역량은 교육과정 개발이 아니라 구성원의 관심과 흥미를 찾아내고 적절한 리소스를 연결해 주는 것이다.

푸시형 교육 방식이 필요한 시기는 개인의 관심사와 필요성이 떨어질 때다. 안전에 관심이 없는 학습자에게 단순히 절차나 규정 등을 제공하는 것만으로 행동이 바뀌기를 기대하기 힘들다. 교육 담당자는 학습자가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구체적인 경험(시뮬레이션, 스토리텔링 등)을 제공하는 교육과정을 개발하면 된다.

오승민 LG화학 러닝이노베이션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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