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얻은 기회였는데..'깜짝 활약' 기세 잇지 못한 김민혁

[잠실=뉴스엔 글 안형준 기자/사진 표명중 기자]

너무 긴장한 탓일까. 어렵게 얻은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두산 베어스는 5월 1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 랜더스와 경기에서 패했다. 이날 두산은 연장 12회 접전 끝에 2-5 패배를 당했다.

전날 두산은 1-8로 끌려가던 경기를 9-9 무승부로 만들었다. 경기 후반 타선이 SSG 불펜을 무너뜨렸고 '포수 데뷔전'을 치른 깜짝 스타도 탄생했다. 바로 내야수 김민혁이었다.

김민혁은 전날 팀이 포수를 모두 소진한 상황에서 마스크를 쓰고 출전했다. 프로에서 안방을 지킨 경험이 없었지만 중학교 때까지 포수를 소화해 본 경험을 바탕으로 코칭스태프에 "할 수 있다"고 어필했고 올시즌 첫 출전 기회를 따냈다. 그리고 연장 12회까지 이어진 경기에서 6이닝 동안 안방을 지켰고 타석에서도 4타수 2안타, 1타점으로 맹활약했다.

이날 경기에 앞서 두산 김태형 감독은 김민혁을 선발 지명타자로 라인업에 포함시켰다. 그리고 "어제의 기운을 이어가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멀티히트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전날 경기에서 팀을 위해 포수를 맡아 희생한 것에 대한 '보상'이기도 했다.

다만 냉정한 평가도 곁들였다. 김태형 감독은 "아직 스윙이 1군에서 통할 수준은 아니다. 상체 움직임이 너무 크고 거의 2스트라이크를 안고 시작한다"며 "경기에 나설 기회가 없어서 그럴 수도 있다. 1군에서 1군 투수들의 공을 계속 보면 나아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걸 빨리 캐치해내는 선수들이 있는가하면 그렇지 못한 선수들도 있다"고 말했다.

2017년 1군에 데뷔한 김민혁은 1군에서 통산 47경기, 91타석을 소화한 선수. 많은 타석을 경험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기회가 적었다고 할 수도 없었다. 김태형 감독은 거포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던 김민혁이 전날 활약을 계기로 한 단계 성장하기를 기대하며 선발 지명타자 출전 기회를 부여했다.

하지만 기회를 잡아야한다는 마음이 너무 앞섰을까. 김민혁은 두 차례 타석에서 2타수 무안타, 1삼진을 기록했고 7회 찬스에서 대타 허경민과 교체돼 짧은 출전을 마쳤다.

김태형 감독의 지적처럼 두 타석 모두 2구만에 볼카운트 0-2로 몰리며 전혀 카운트 싸움을 하지 못했다. 첫 타석에서는 초구 스트라이크를 지켜본 뒤 2구 변화구를 파울로 연결해 볼카운트가 몰려 삼진을 당했고 두 번째 타석에서는 떨어지는 변화구 두 개에 연달아 스윙하며 볼카운트가 몰려 결국 힘없는 내야 뜬공으로 물러났다.

두 차례 타석을 지켜본 김태형 감독은 1-2로 끌려가던 7회말 1사 1,2루 찬스에서 김민혁의 타석이 되자 대타 허경민을 투입했다. 두 타석만에 경기를 마친 김민혁은 연이틀 이어진 연장승부를 벤치에서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1군 선발출전 기회는 흔하게 주어지지 않는다. 팀이 전략적으로 성장을 시키기 위해 기용하는 일부 유망주를 제외하면 제한된 기회를 잡아내고 입지를 끌어올려 1군 선수로 도약하는 것이다. 두산은 부상으로 이탈한 양석환의 복귀가 임박한 상황이다. 양석환이 돌아온다면 역할이 겹치는 김민혁은 1군 자리를 내줘야 할 가능성이 크다.

김민혁은 이날 경기에 앞서 "1군에서 오래 야구를 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하지만 팀을 위한 희생으로 얻은 소중한 기회를 놓치며 다시 어려운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사진=김민혁)

뉴스엔 안형준 markaj@ / 표명중 acepy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