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회말 1사 만루..병살타로 둔갑한, 두산의 '끝내기 좌전안타'[스경X리플레이]
[스포츠경향]
세상에 이런 일이….
야구에서는 타구 하나에 갖가지 상황이 쏟아질 수 있다. 가끔은 ‘황당한 장면’도 나온다. KBO리그 역사에 남을 만한 플레이 하나가 나왔다.
18일 잠실 SSG-두산전. 두산은 2-2이던 연장 11회말 끝내기 찬스를 잡았다. 김재호의 중전안타를 시작으로 1사 만루. 타석에는 1번 조수행이 들어왔다.
조수행은 SSG 사이드암 장지훈의 2구째 체인지업을 받아쳤다. 짧은 좌전안타 또는 짧은 좌익수 플라이가 될 만한 타구가 왼쪽으로 살짝 떠서 날아간 가운데 SSG 좌익수 오태곤이 몸을 날렸다.
타구는 숏 바운드로 처리되며 끝내기 좌전안타가 되는 듯 했다. 그러나 잠시 뒤 좌전안타는 좌익수 앞 땅볼로 둔갑했다.
3루주자 김재호는 오태곤의 글러브에 타구가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 홈으로 들어갔다. 1사에서 나온 타구였기 때문에 안타든 플라이든 홈인에는 문제가 없었다.
곧바로 두산 선수들이 끝내기 안타에 환호하려는 사이 급제동이 걸렸다. 2루주자 정수빈과 1루주자 안재석이 타구가 땅에 닿지 않고 그대로 오태곤의 글러브에 들어가 뜬공 처리된 것으로 착각하고 베이스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최정을 비롯한 SSG 내야진의 신호 아래 유격수 박성한이 2루주자 정수빈을 태그 아웃으로 잡고, 곧바로 2루를 밟아 1루주자 안재석까지 포스아웃으로 낚아냈다.
심판진 또한 순간, 상황을 파악을 정확히 하지 못해 빠른 판정을 내리지 못했다. 이에 SSG 벤치의 항의가 이어진 가운데 심판진은 상황 정리를 했고, 공수교대를 선언했다. 좌익수 앞 적시타가 좌익수 앞 땅볼 병살타가 돼버린 것이었다.
두산은 2-2로 연장 12회에 들어간 뒤 크게 흔들렸다. 끝내기 안타를 어이없게 놓친 우익수 조수행은 1사 1·3루에서 SSG 케빈 크론이 때린 플라이볼을 놓쳤다. 평소 같으면 어렵지 않게 처리할 만했지만 펜스 앞까지 따라가고도 땅에 떨궜다.
두산은 이 장면에서 2점을 내줬고, 추가 1실점하며 2-5로 패했다. 두산으로서는 1승을 도둑 맞은 것 같은 날이었다. SSG로서는 1승을 선물 받은 날 같았다.
SSG 김원형 감독은 경기 뒤 “오늘 무승부 상황에서 마지막까지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면서 승리의 행운이 찾아온 것 같다”며 “나도 야구 하면서 처음 겪는 일이다. 모두가 어리둥절 하는 사이에도 끝까지 플레이를 한 선수들을 칭찬하고 싶다”고 말했다.
잠실 |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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