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바꾸고 전진뿐이야..선수 살리는 '개명 효과'

황민국 기자 2022. 5. 18.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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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수원 전진우, 올해 ‘변화 시도’ 후
3경기 2골 유망주 딱지 떼고 포효
이승빈 등도 새 이름 달고 질주

전진우

프로축구 수원 삼성이 김천 상무를 2-1로 꺾고 첫 연승을 질주한 지난 17일 수원월드컵경기장 관중석에선 “얼굴은 낯익은데, 원래 저 이름이었나?”라는 이야기가 흘러 나왔다. 한때 수원의 아이돌로 불렸던 전진우(23)에 대한 얘기였다. 원래 그는 전세진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기대주였지만, 올해 개막을 앞두고 전진우라는 새 이름을 선택했다.

전진우는 수원 유스인 매탄중과 매탄고를 거쳐 2018년 수원에서 프로에 데뷔했다. 이듬해에는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하는 데 힘을 보탤 정도로 장래가 유망했다.

유럽 진출까지 꿈꾸던 전진우는 2020년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입대한 뒤 인생이 꼬였다. 교통사고 후유증과 발목 부상으로 상무에선 단 2경기만 뛰었고, 전역한 뒤에는 허벅지를 다치는 악재가 겹치면서 수술대에 올랐다. 변화가 절실했던 전진우는 개명을 결심했다. ‘크게 나아가다’는 의미가 담긴 새 이름을 선택한 그는 “축구를 잘하고 싶어서 무엇이라도 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기대처럼 개명 효과는 확실했다. 그는 선발 출전 기회를 잡았던 지난 14일 성남FC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렸다. 전진우는 무려 4년 만의 득점에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3일 뒤인 김천 상무전에서도 후반 24분 득점을 터뜨리면서 2-1 승리를 결정지었다. 전진우는 “죽기 살기로 간절하게 뛰었을 뿐”이라면서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며 활짝 웃었다.

과거 울리 슈틸리케 전 축구대표팀 감독의 황태자로 불렸던 이정협(31·강원)도 전진우와 비슷한 나이에 개명 효과를 봤다. 2부 리그의 평범한 공격수였던 이정협은 상무에 입대한 2014년 이정기라는 옛 이름을 내려놓은 뒤 거짓말처럼 인생이 바뀌었다. 상무에서 데뷔 시즌보다 2배 많은 4골을 기록해 슈틸리케 감독의 눈도장을 받더니 2015 호주 아시안컵에서 2골을 터뜨리며 준우승에 기여했다. 이른바 ‘군대렐라’라는 애칭까지 얻은 그는 수년간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공격수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이정협은 “작명소에선 내 이름이 운동선수로 너무 약한 이름이라고 했다. 어쨌든 강인해 보이려고 ‘협’이라는 글자를 넣은 게 결과적으로 잘됐으니 덕을 봤다”고 말했다.

이들 외에도 개명 효과를 누리는 축구선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에 따르면 이름을 바꾼 현역 선수는 최소 7명이다. 경남FC 수비수인 김명준은 부산 아이파크에서 뛰던 2019년 “(부산 옛 선배인) 정협형처럼 잘 풀리고 싶다”며 개명했는데, 단숨에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안산 그리너스의 이승빈과 장유섭은 2021년 나란히 새 이름을 얻은 뒤 주전으로 도약했다. 특히 이승빈은 올해 K리그2 ‘골키퍼 선방지수’에서 전체 1위인 6.56을 기록하면서 새 이름 효과를 누리고 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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