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X김영하, 술에 관대한 사회 일침 "변명은 약물 하는 사람 몫"(유퀴즈)(종합)

서유나 입력 2022. 5. 18.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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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서유나 기자]

유재석과 김영하 작가가 술에 관대한 사회에 대해 일침했다.

5월 18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 154회에서는 '꾼' 특집을 맞아 이야기꾼 작가 김영하 자기님이 게스트로 출연했다.

이날 김영하 작가는 스스로를 "소설 쓰는 김영하"라고 소개하며 "의외로 작가들은 '소설가 김영하'라고 소개 안하고 '소설 쓰는 김영하'라고 하는 문화가 있다. 소설을 오래 안 쓰면 머쓱한데, 굉장히 오랜만에 발표했기 때문에 당당하다"고 너스레 떨었다.

김영하 작가는 최근 '작별인사'라는 작품으로 돌아왔다. 그는 "반응이 좋아 좋긴 한데, 책이 나온 이후 독자분들의 반응을 잘 못 본다. 안전한 게 확인된 후 보는 스타일이라. 반응 보지 않고 있다가 주변에서 괜찮다, 좋다고 하면 정선된 것부터. 그때도 함부로 들어가지 않고. 이때쯤 돼서 '유퀴즈' 같은 데에서 연락이 오면 나가봐도 되겠다. 반응 좋지 않은데 나가는 것도 웃기잖나"라고 말했다.

이에 조세호가 "반응 신경 안 쓰실 거 같은데"라고 하자 그는 "많이 쓴다"고 답했다.

이런 김영하 작가에겐 MBTI를 물었다. 그러나 김영하 작가는 "저는 MBTI에 회의 갖고 있다"면서 "자기가 검사하잖나. 자기가 생각하는 자기잖나. 기본적으로 믿지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나와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내가 다른 때 재밌는게 많이 생긴다"고 했다. 그리곤 시간이 난다면 남의 시선으로 MBTI를 부탁해보라고 제안했다.

김영하 작가는 독특한 스토리로 주목받은 '살인자의 기억법' 이야기가 나오자 "제가 노트가 있다. '절대 쓰지 않을 이야기들의 목록'이다. 우리가 뭘 할 때 '이거 꼭 해야지'하며 쓰잖나. 그럼 쓸 때부터 제한이 된다. 만약 우리 가족이 절대 휴가를 가지 않을 곳을 정해 보자고 한다. 안 갈 거니까 신나게 얘기한다. 그러다 문득 '우리 왜 거기를 못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해보면 어렵지 않을 수 있다. 소설가도 '꼭 써야지'라고 생각하면 제한 된다. 나중에 쓸 게 없을 때 그 노트를 펼쳐본다. 5년 전엔 못 쓸거라고 생각한 게, 시대가 바뀌었을 수도 있고 내가 바뀌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유퀴즈'의 사전조사에 의하면 이런 김영하 작가의 어린시절 별명은 '뻥하'였다. 거짓말을 많이 해서라고. 김영하는 모르쇠로 "이게 인터넷의 폐해"라고 하면서도 "애들이 제 얘기를 듣는 게 좋았다. 예를 들면 만화 영화를 보여주잖나. 다음 회를 기다려야하면 제가 다음 얘기를 지어내 해주곤 했다"고 했다. 그래도 그는 "별명이 뻥하였던 적은 없다. 다음 이야기 지어낸 건 뻥이 아니다. 스토리텔링이다"라고 해 웃음케 했다.

이어 "중2때 처음 단편소설을 원고지에 썼다. 최초로 이야기를 써본 경험이다. 고3 자율학습 때 혼자 소설책을 밑에 놓고 몰래 많이 봤다. 감독 선생님에게 딱 보인 거다. 저한테 소설책을 압수하고 그걸로 툭툭 치시면서 '너는 뭐가 되려고 그러니'라고 하셨다. 나중에 꼭 말씀 드리고 싶었다. 소설가가 됐다고"고 밝혔다.

김영하 작가는 한국 문단 역사상 최초로 귀걸이를 하고 시상대에 오른 인물이자, 청년 시절 귀걸이에 맨살 조끼를 입고 클럽에 간 경험도 있었다. 그는 "소설가가 되려고 습작을 하고 있었는데 취업의 유혹이 있었다. 이대 앞에 가서 귀를 뚫었다. 귀를 뚫으면 취업이 안 된다고 해서. 뚫으니까 부모님도 포기하시더라. 그렇게 하니 마음이 편했다"고 밝혔다.

또 클럽에 대해선 "많이는 안 다녔다. 같이 어울리던 친구들이 새로운 문화니까 가보자고. 저는 너무 피곤했다"고 회상했다. 다만 유재석은 "맨살 조끼는 굉장히 적극적인 표현"이라고 일침했는데. 김영하 작가는 "동생이 '형 거기는 맨살에 조끼 입어야 돼'라고 했다"고 해명했다.

그리곤 "한 작가가 강변 산책하다가 젊은이를 만난다. 너무 마음에 안 들고 재수가 없는 거다. 그러고 가다가 깨닫는다. 저게 스무살의 자신이구나. 나는 과연 스무살의 나, 맨살에 그거 입고 다니던 나를 보면 멀리 떨어질 거 같다. 그땐 지금보다 훨씬 모험적인 사람이었다"고 해 유쾌함을 자아냈다.

과거 김영하 작가는 '친구를 덜 만났으면 인생 더 풍요로울 거 같다. 술자리에 인생을 너무 낭비했다'는 발언을 한 적 있었다. 그는 이에 대해 "핵심은 술자리다. 20대 땐 술을 매일 먹었다. 근데 또 인용될 땐 '친구 필요 없다'고. 친구들이 섭섭해 한다. 거의 매일 많이 마셨고 너무 많이 마셨고 술자리에서 했던 얘기들은 기억도 안 난다"고 토로했다.

이어 "요즘은 술 거의 안 마신다. 거의 안 마시게 된 지 꽤 됐다. 최근 읽은 책 '금주 다이어리'에 다른 약물은 그걸 하는 사람이 이상하고 끊은 사람이 건강하다고 하는데, 술만은 끊은 사람이 이상하게 보이고 그걸 하는 사람이 정상으로 보인다고 하더라. 변명은 보통 약물을 하는 사람의 몫 아니냐"고 했다. 유재석이 "술에 우리가 너무 관대한 것 아닌가"라며 공감하자 김영하 작가는 "술에만 굉장히 관대한다. 술을 전혀 소화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고생하며 살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영하 작가는 또 인간관계법에 대해 조언하며 "저는 취준생들이 강연 때 '인간관계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다. 젊은 취준생 분들은 자꾸 자기를 바꾸려 한다. '내가 뭘 잘못하고 있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잘못된 경우를 거의 못 봤다. 인간관계를 잘못해서 그런게 아니라 힘이 약해 당하는 일이라고 한다. 저도 20대 때는 사람들과 많이 부딪히고 싸우고. 원고료 떼먹는 사람과 많이 싸웠다. 어떻게 안 되더라. 그 사람이 다른 사람한테는 안 그런다는 말을 듣게 된다. 내가 지금 어떤 일을 당한다면 자책하지 말라. 잘못해서 당하는게 아니라 지금은 힘이 약하고 만만해서 당하는 거니까, 그러면 기분이 좀 나을 거라고 얘기해준다"고 말했다.

김영하 작가의 삶의 모토는 '제가 쓸 수 있는 것의 100%가 아닌 60-70%만 한다'였다. 최선을 다하면 위험하다는 뜻. 그는 "최재천 교수님 말씀을 들었다. 인생은 길고 그 사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데 갑자기 아프기도 하고, 가족이 아프기도 하고. 회복할 수 없다. 자원을 이미 다 쓰고 있으니까. 하루에 100%를 할 수 있다면 70%만 하다가 위기에 닥쳤을 때 30%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김영하 작가는 '만약 나를 주인공으로 소설을 쓴다면 그 첫문장은?'이라는 질문을 듣고 "여기는 어디인가, 나는 누구인가"라고 답했다. 그리곤 "학생들에게 숙제를 준 적 있다. 첫문장만 준 적 있다. '나는 용서한다' 그럼 그 뒤엔 용서하기 어려운 일을 써야한다. 긴 사연이 필요해지는 거"라고 회상해 웃음을 유발했다. (사진=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캡처)

뉴스엔 서유나 stranger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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