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장 발빠짐 반복되는데..'20cm 대책' 미적대는 서울교통공사

강은 기자 2022. 5. 18.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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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접이식 자동발판 설치’ 안전성 문제로 6년 넘게 추진 안 돼
공사 “최대한 노력”…고정발판 설치는 틈 메우는 데 한계

지난 15일 오후 9시20분 서울지하철 7호선 고속터미널역에서 8세 여자아이가 지하철을 타려다 승강장 연단 사이로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주변에 있던 승객이 곧바로 아이를 끌어올려 팔다리에 찰과상을 입는 정도에 그쳤으나, 아이 할머니와 주변 승객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사고 승강장과 열차 사이 간격은 약 18.5㎝였다.

지하철 승강장의 연단 간격이 넓어 위험하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제기됐으나 ‘발빠짐 사고’는 매년 반복되고 있다. 어린이와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경우 승강장 연단에 몸통이 완전히 빠지거나 휠체어가 넘어져 심각한 부상을 당할 수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2016년 접이식 자동안전발판을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으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이유로 6년 넘게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공사가 지난해 9월 성중기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에게 제출한 ‘최근 5년간 지하철 발빠짐 사고 발생 현황’을 보면, 2017년 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발생한 발빠짐 사고는 총 340건으로 집계됐다. 도시철도법이 정한 ‘도시철도건설규칙’을 보면, “차량과 승강장 연단 간격이 10㎝ 넘는 부분에는 안전발판 등 승객의 실족사고를 방지하는 설비를 설치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그러나 2005년 이후 지어진 역에만 해당하는 규정이라 서울지하철 대부분의 역들은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지하철 연단 간격이 넓은 것은 승강장이 곡선 형태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공사에 따르면, 서울지하철에서 연단 사이가 가장 넓은 곳은 4호선 성신여대역 3-3 승강장이다. 이곳 간격은 28㎝나 된다. 1호선 서울역과 3호선 동대입구역, 4호선 회현역에도 각각 연단 간격 20㎝가 넘는 승강장이 많다.

서울시는 2016년 연단 간격이 넓은 승강장에 접이식 자동안전발판을 설치한다고 밝혔으나 이후 감사원 감사에 가로막혔다. 안전성 문제 때문이었다. 자동안전발판은 승강장 안전문(PSD) 하단 부분에 접혀 있다가 열차가 들어서면 자동으로 펴지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 과정에서 제어회로가 오작동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그간 서울지하철 3개 역에 자동안전발판이 시범 설치됐는데, 이 가운데 5호선 김포공항역에서 2017년 1월 발판과 열차 충돌 사고가 발생했다.

공사는 임시방편으로 연단 간격이 9㎝ 이상인 승강장에 고정식 고무발판을 설치하고 있다. 열차 진입을 방해하지 않도록 길이가 짧은 발판만 설치하기 때문에 간격을 완전히 메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 임시구조물조차 설치하기 어려운 곳도 있다. 공사 관계자는 18일 “자동안전발판에 안전성을 고려한 후 확대하려고 최대한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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