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을 사랑하라"..'조선 왕조의 SNS' 현판의 정치학
[앵커]
"백성을 사랑하라!"
조선의 21대 왕 영조가 관리들에게 써준 글에 담긴 내용입니다.
조선 왕실은 이처럼 현판에 글을 써서 백성들과 소통하려 했다는데요.
다양한 궁궐 현판에 담긴 의미와 시대상을 안다영 기자가 들여다봤습니다.
[리포트]
덕수궁의 정문 '대한문' 현판.
'큰 하늘'이란 의미로, 한양이 창대해지라는 소망을 담아 1906년 새롭게 단 겁니다.
이전엔 '대안문'이었습니다.
'크게 편안한 문'이란 뜻으로, 조선 왕실의 시대 정신을 표현했습니다.
현판에는 '백성을 보호하라'는 정치 철학도 새겼습니다.
영조는 나라 재정 담당자에게 공물과 조세를 고르게 해 백성을 사랑하라고 썼고, 정조가 지방에 내려보낸 현판에는 살림이 어려운 백성들에게 10년 동안 세금이 면제된 토지와 곡식을 나눠주라고 적혀 있습니다.
[임지윤/국립고궁박물관 학예연구사 : "왕마다 나타낼 각자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가치에 따라서 현판에 담긴 내용이 조금 차이가 있기도 했고..."]
임금만 현판을 쓴 건 아닙니다.
한석봉 등 당대의 명필뿐 아니라 내시들이 쓴 희귀본까지 다양한 현판이 남아 있습니다.
경복궁 4대 문 현판은 왕실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담아 모두 무신이 썼습니다.
현판의 기능도 다양했습니다.
왕실 제사 날짜를 새겨 게시판처럼 사용했는가 하면, 관청의 업무 정보와 규칙을 써놓은 현판은 공문서 같은 역할을 했습니다.
때론 왕이 개인적인 감회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숙종이 연못을 바라보며 쓴 시를 새긴 현판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려 했다는 점에서 지금의 SNS와도 같습니다.
[김인규/국립고궁박물관장 : "현판을 통해서 백성들과 소통할뿐더러 왕도정치를 실현하기 위한 어떤 다짐을 매일 한다라고 하는..."]
유네스코 기록물로도 그 가치를 인정받은 궁궐 현판 80여 점을 통해 조선 왕실이 추구했던 이상과 철학을 엿볼 수 있습니다.
KBS 뉴스 안다영입니다.
촬영기자:정현석/영상편집:이상미/그래픽:노경일
안다영 기자 (browneye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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