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 유익하지만 베일에 싸인 아연, 결핍 해결할 단백질 첫 발견

서동준 기자 2022. 5. 18.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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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밴더빌트대 의료센터를 주축으로 한 공동연구팀(왼쪽)과 미국 브룩헤이븐국립연구소 중심의 공동연구팀(오른쪽)이 각각 체내에서 아연을 전달하는 징1(ZNG1) 단백질을 발견하고 지난 17일 각기 다른 국제학술지를 통해 발표했다. 미국 밴더빌트대, 브룩헤이븐국립연구소 제공

아연은 사람을 포함한 모든 생물의 필수 요소다. 아연이 부족하면 성장이 저하되고 면역기능 장애, 신경 장애, 암 을 유발한다. 하지만 아연이 몸속에서 어떤 경로를 통해 어떤 단백질에 전달되는지 밝혀진 것이 없다. 이런 가운데 서로 다른 두 과학자 그룹이 같은 날 아연을 전달하고 활용하는 체내 단백질들을 찾았다고 발표했다.

미국 밴더빌트대 의료센터와 인디애나대 연구팀은 몸속 아연이 징1(ZNG1)이라는 단백질과 결합해 메티오닌 아미노펩티데이스1(MetAP1)이라는 효소 단백질에 전달된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셀’에 17일에 발표했다. 또 다른 연구팀인 미국 에너지부 산하 브룩헤이븐국립연구소와 환경분자연구소, 태평양북서부국립연구소와 스토니브룩대 연구팀도 같은 내용의 연구결과를 ‘셀’의 자매지인 ‘셀 리포트’ 17일자에 공개했다. 두 공동연구팀은 논문을 접수한 시기도 지난해 10월로 비슷하다.

생명체가 여러 기능을 하기 위해 아연 말고도 다양한 금속 물질이 필요하다. 니켈이나 구리와 같은 금속은 독성이 있기 때문에 특정 단백질과 결합한 뒤 실제 금속이온을 사용할 단백질에게 전해진다. 이렇게 금속이온을 전달하는 단백질을 샤페론이라고 부르는데 금속이온이 표적 단백질로 더 정확히 이동할 수 있는 데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아연이 다른 금속들과 달리 샤페론을 갖고 있지 않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아연은 비교적 무해한 금속으로 분류돼 특별히 보호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연구팀은 샤페론으로 추정되는 단백질을 특정하고 그 기능을 확인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미국 에너지부 연구팀의 크리스틴 블라비 브룩헤이븐국립연구소 연구원은 대학원생 시절이던 지난 2000년대초 ‘CobW’라는 단백질 계열 중 한 단백질이 아연의 샤페론일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 밴터빌트대 의료센터 공동연구팀도 ‘CobW’를 포함하는 ‘COG0523’ 계열의 단백질을 아연의 샤페론이라 내다봤다. 또 두 공동연구팀은 샤페론이 아연 이온을 MetAP1라는 단백질에 전달한다고 똑같이 예측했다.
 
두 연구팀은 각각 추정되는 단백질을 없앴을 때 생물 또는 다른 단백질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 확인했다. 미국 에너지부 연구팀은 샤페론을 만드는 유전자의 변형해 샤페론을 만들지 못하도록 했다. 그 결과 MetAP1 단백질이 활성되지 않았다. 아연을 전달할 단백질이 사라져서 아연을 이용하는 단백질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것이다. 다음으로 체내 아연을 줄이는 실험에서도 MetAP1 단백질이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이를 종합해 MetAP1은 아연을 필요로 하는 단백질이고, 샤페론으로 추정한 단백질이 실제 아연을 전달하는 샤페론이었다는 결론을 냈다. 미국 밴더빌트대 공동연구팀 또한 유사한 실험을 통해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두 공동연구팀은 이 샤페론 단백질 이름을 똑같이 징1이라고 명명했다.

두 공동연구팀은 유사한 추정과 실험으로 같은 결론을 냈지만, 이 연구결과를 활용할 목적에는 차이가 있다. 우선 미국 에너지부 공동연구팀은 이를 통해 식물 기작을 명확히 파악할 계획이다. 블라비 연구원은 “토양에 아연이 별로 없을 때 바이오에너지 작물이 성장하기 위해 택하는 전략을 알아내고자 한다”며 “이 전략을 알아내면 바이오에너지 작물의 생산성을 최적화하고, 환경적으로도 지속 가능한 바이오에너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반더빌트대 연구팀은 아연 결핍 환자들을 이해하고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전 세계 17% 이상의 사람들이 아연 결핍을 겪고 있다. 에릭 스카르 미국 반더빌트대 의료센터 교수는 “이번 발견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공중보건 문제 중 하나인 아연 결핍을 해결하는 전략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서동준 기자 bi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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