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 유익하지만 베일에 싸인 아연, 결핍 해결할 단백질 첫 발견
아연은 사람을 포함한 모든 생물의 필수 요소다. 아연이 부족하면 성장이 저하되고 면역기능 장애, 신경 장애, 암 을 유발한다. 하지만 아연이 몸속에서 어떤 경로를 통해 어떤 단백질에 전달되는지 밝혀진 것이 없다. 이런 가운데 서로 다른 두 과학자 그룹이 같은 날 아연을 전달하고 활용하는 체내 단백질들을 찾았다고 발표했다.
미국 밴더빌트대 의료센터와 인디애나대 연구팀은 몸속 아연이 징1(ZNG1)이라는 단백질과 결합해 메티오닌 아미노펩티데이스1(MetAP1)이라는 효소 단백질에 전달된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셀’에 17일에 발표했다. 또 다른 연구팀인 미국 에너지부 산하 브룩헤이븐국립연구소와 환경분자연구소, 태평양북서부국립연구소와 스토니브룩대 연구팀도 같은 내용의 연구결과를 ‘셀’의 자매지인 ‘셀 리포트’ 17일자에 공개했다. 두 공동연구팀은 논문을 접수한 시기도 지난해 10월로 비슷하다.
생명체가 여러 기능을 하기 위해 아연 말고도 다양한 금속 물질이 필요하다. 니켈이나 구리와 같은 금속은 독성이 있기 때문에 특정 단백질과 결합한 뒤 실제 금속이온을 사용할 단백질에게 전해진다. 이렇게 금속이온을 전달하는 단백질을 샤페론이라고 부르는데 금속이온이 표적 단백질로 더 정확히 이동할 수 있는 데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아연이 다른 금속들과 달리 샤페론을 갖고 있지 않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아연은 비교적 무해한 금속으로 분류돼 특별히 보호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연구팀은 샤페론으로 추정되는 단백질을 특정하고 그 기능을 확인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미국 에너지부 연구팀의 크리스틴 블라비 브룩헤이븐국립연구소 연구원은 대학원생 시절이던 지난 2000년대초 ‘CobW’라는 단백질 계열 중 한 단백질이 아연의 샤페론일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 밴터빌트대 의료센터 공동연구팀도 ‘CobW’를 포함하는 ‘COG0523’ 계열의 단백질을 아연의 샤페론이라 내다봤다. 또 두 공동연구팀은 샤페론이 아연 이온을 MetAP1라는 단백질에 전달한다고 똑같이 예측했다.
두 연구팀은 각각 추정되는 단백질을 없앴을 때 생물 또는 다른 단백질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 확인했다. 미국 에너지부 연구팀은 샤페론을 만드는 유전자의 변형해 샤페론을 만들지 못하도록 했다. 그 결과 MetAP1 단백질이 활성되지 않았다. 아연을 전달할 단백질이 사라져서 아연을 이용하는 단백질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것이다. 다음으로 체내 아연을 줄이는 실험에서도 MetAP1 단백질이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이를 종합해 MetAP1은 아연을 필요로 하는 단백질이고, 샤페론으로 추정한 단백질이 실제 아연을 전달하는 샤페론이었다는 결론을 냈다. 미국 밴더빌트대 공동연구팀 또한 유사한 실험을 통해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두 공동연구팀은 이 샤페론 단백질 이름을 똑같이 징1이라고 명명했다.
두 공동연구팀은 유사한 추정과 실험으로 같은 결론을 냈지만, 이 연구결과를 활용할 목적에는 차이가 있다. 우선 미국 에너지부 공동연구팀은 이를 통해 식물 기작을 명확히 파악할 계획이다. 블라비 연구원은 “토양에 아연이 별로 없을 때 바이오에너지 작물이 성장하기 위해 택하는 전략을 알아내고자 한다”며 “이 전략을 알아내면 바이오에너지 작물의 생산성을 최적화하고, 환경적으로도 지속 가능한 바이오에너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반더빌트대 연구팀은 아연 결핍 환자들을 이해하고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전 세계 17% 이상의 사람들이 아연 결핍을 겪고 있다. 에릭 스카르 미국 반더빌트대 의료센터 교수는 “이번 발견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공중보건 문제 중 하나인 아연 결핍을 해결하는 전략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서동준 기자 bi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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