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들 "새 정부 진정성 느껴져..'헌법 전문 수록' 약속 안 해 아쉬워"
[경향신문]

이전 보수 정권과 차별성 보여
박근혜 땐 20분, 이번에 47분
대법원장·헌재소장도 참석
유가족 참석자는 크게 줄어
“진정성이 일부 느껴졌지만 헌법 전문 수록 등을 약속하지 않아 많이 아쉽다. 앞으로 약속을 지키는지 지켜보겠다.”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42주년 기념식을 지켜본 5·18피해자들은 기대와 함께 우려를 표시했다.
피해자들은 정부 주관으로 47분 동안 진행된 윤석열 정부 첫 5·18 기념식 내용에 대해 대부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기념사에서 5·18 관련 단체와 광주시민들이 요구해왔던 ‘5·18정신 헌법 전문 수록’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자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날 기념식장에서 윤 대통령은 5·18피해자단체 대표, 이용섭 광주시장, 권영진 대구시장, 대학생 등과 함께 묘지 정문인 ‘민주의 문’을 통해 입장했다. 윤 대통령 취임 후 진행된 첫 5·18기념식은 이전 보수 정권과는 차별성을 보였다. 행사를 주관한 국가보훈처는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이어왔던 5·18의 진실을 기념공연 등을 통해 국민들에게 전달하는 방식을 그대로 이었다. 5·18 기념식은 그동안 보수 정권에서 유독 부침이 심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는 5·18을 상징하는 노래인 ‘님을 위한 행진곡’조차 맘껏 부르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는 기념식에서 제창했었던 ‘님을 위한 행진곡’을 2009년 기념식부터 합창단의 식전 공연 때만 불렀다.
박근혜 정부 역시 ‘님을 위한 행진곡’을 기념식에서 제외했다. 이에 유가족들은 2015년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정부 주관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고 망월동 구묘역에서 별도 기념식을 치렀다. 당시 정부 기념식은 20여분 만에 끝났다.
기념식장에는 윤 대통령과 국회의장,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해 장관,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등의 자리가 마련됐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등 여야 국회의원들도 대거 참석했다.
하지만 정작 유가족 등 5·18피해자들의 참석은 문재인 정부 시절 기념식보다 훨씬 적었다. 5·18유족회 관계자는 “당사자들이 고령이어서 사망하거나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이 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면서 “보수 정권에 대한 실망감도 작용해 참석하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기념식에 참석한 5·18피해자들은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나타냈다. 5·18 때 남편을 잃은 최정희씨(76)는 “새 정부가 성의는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면서도 “(5·18정신의)헌법 전문 수록에 대해 대통령이 약속하지 않은 것은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5·18피해자는 “말의 성찬일 뿐이었다. 알맹이가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임종수 5·18공로자회 회장은 “윤 대통령이 5·18 유족과의 비공개 환담 자리에서 ‘매년 기념식에 참석하겠다’고 밝혔다”면서 “기념사에 헌법 전문 수록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은 아쉽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거 참석한 점 등으로 대통령이 5·18 문제 해결에 의지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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