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
[경향신문]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마흔두번째 5·18민주화운동을 기념하기 위해 묘지의 정문인 ‘민주의문’으로 유가족과 함께 걸어서 입장했다. 보수 대통령으로서는 처음 이 문을 통과한 것이다. 앞서 이날 아침 윤 대통령은 KTX특별열차편으로 장관, 대통령실 참모진, 국민의힘 의원 100여명과 함께 광주에 도착했다.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정치권 인사들이 모두 기념식에 참석해 오월정신을 기렸다. 마지막에는 모두가 맞잡은 손을 함께 흔들거나 불끈 쥔 주먹을 들어올리며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모처럼 마음을 하나로 모은 행사였다.
그동안 보수 대통령에게 5·18기념식 참석은 풀기 어려운 난제였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은 “5·18정신을 국가 발전의 에너지로 승화시켜야 한다”고 밝혔고,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행사에서 “5·18정신이 국민통합과 국민행복으로 승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취임 이태째부터 기념식에서 보수 대통령들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님을 위한 행진곡을 따라 불렀다가 보수 단체의 항의를 받았다. 이에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형식을 제창(참석자 전원이 함께 부르는 것)에서 합창(합창단의 노래에 맞춰 부르거나 안 불러도 됨)으로 바꿔 논란을 불렀다.
당에서는 5·18의 진실을 왜곡·폄훼하는 망언까지 했다. 김진태 의원은 5·18 당시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공청회를 주최했다. “5·18 유공자라는 괴물 집단을 만들어내 우리의 세금을 축내고 있다”(김순례 의원), “80년 광주 폭동이 10년, 20년 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세력에 의해 민주화운동이 됐다”(이종명 의원)는 극언도 있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서 “오월정신은 자유민주주의 헌법정신 그 자체”라고 말했다. 5·18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겠다는 다짐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아 아쉽지만, 그 뜻은 실었다.
한 유가족의 요청에 윤 대통령은 ‘매년 기념식에 참석하겠다’고 약속했다. 중요한 것은 일관성이고 실천이다. 첫 발걸음은 이날 ‘민주의문’을 통과하면서 시작됐다. 5·18정신을 구현하기 위한 진심 어린 두번째, 세번째 발걸음을 기대한다.
윤호우 논설위원 hou@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속보]사우디 투입 군 수송기, 200여명 태우고 출발···중동 한국인 대피 ‘사막의 빛’ 작전
- 트럼프, 한국 등 향해 “호르무즈에 군함 파견하라···석유 공급받는 나라들이 관리해야”
- [속보]이정현 국힘 공관위원장 사퇴 이틀 만에 복귀 “기득권·관행 과감히 바꿀 것”
- 살사, 스포츠카, 대저택 모두 뒤로 하고···그가 택한 것은 ‘출가’였다
- 유조선에서 흘러나온 기름 ‘꿀꺽꿀꺽’···해양 지킴이 로봇 등장
- 183m 고층 빌딩까지…나무로 못 지을 건물 없네
- [단독]법무부, 임금체불 피해 필리핀 계절노동자 재입국 허용···‘농장주 추천 필요’ 입장서
- 구멍나고 공기 새는 낡은 국제우주정거장, 2년 더 쓴다···바로 ‘이 나라’ 때문
- 미국서 팰리세이드 ‘전동시트 끼임 사고’에…현대차, 일부 사양 판매 중단
- [기울어진 나라 ②] 지분 쪼개고, 대표 넘기고…지방의원의 수의계약 ‘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