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전범 조사"..마리우폴 제철소 항복 군인 처리 새 불씨

신기섭 2022. 5. 18.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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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침공]러, 아조우연대 겨냥 "나치는 포로교환 안 돼"
우크라이나선 "영웅들 고향 오게 할 것"
'부차 학살' 등 감정 악화 상태서
러, 포로 가혹 처벌 땐 갈등 증폭
우크라이나 동남부 마리우폴의 제철소에서 러시아군에 맞서던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17일 제철소에서 러시아군 통제 지역으로 이동하는 버스에 앉아 있다. 올레니우카/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동남부 마리우폴 제철소에서 80일 넘게 러시아군의 공격에 맞서다가 항복한 군인들의 처리 문제가 두 나라 간의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러시아는 이 전투를 주도한 ‘아조우 특수작전 파견대’(통칭 ‘아조우연대’)에 대한 ‘처벌’을 추진 중이지만, 우크라이나는 포로 교환을 통한 ‘반환’을 주장하고 있어 이를 둘러싼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정부는 18일 마리우폴 아조우스탈 제철소에 머물던 우크라이나 군인 959명이 “무기를 버리고 항복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앞서 17일 새벽 소셜미디어를 통해 “부상 군인 53명을 포함한 264명의 군인이 제철소를 떠났다”고 밝혔다. 한나 말랴르 국방차관은 제철소 내 군인들의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는 몇 명이 남아 있는지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붙들린 군인들은 러시아군이 통제하고 있는 인근 지역인 올레니우카와 노보아조우스크에 분산 수용돼 있다.

이리나 베레시추크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부상자들의 상태가 안정되면 포로 교환을 시도할 것이라며 ‘이들을 되찾아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러시아 대통령궁) 대변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포로들을 국제 기준에 따라 처리할 것을 약속했다고 언급하는 데 그쳤다.

한발 더 나아가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은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가 제철소에서 나온 군인들을 대상으로 전쟁범죄 혐의 등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수사위원회 역시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정권이 자행한 범죄 조사의 일부로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항복한 군인들을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원회는 군인들의 국적, 민간인 대상 범죄 개입 여부 등을 조사하고 이 과정에서 확보된 정보를 러시아가 자체로 입수한 범죄 사건 정보와 비교하게 된다.

러시아의 이런 움직임은 내무부 소속의 군사경찰인 아조우연대를 겨냥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2014년 돈바스 내전에서 친러 세력과 맞서기 위해 ‘신나치’ 극우 세력들이 결성한 민병대에서 출발했다. 이들은 당시 마리우폴을 반군 세력으로부터 탈환하는 데 큰 공을 세워, 그해 11월 내무부 소속의 정식 군사경찰 조직으로 편성됐다.

하지만 정식 조직이 된 뒤에도 민간인을 학대했다는 논란이 이어져 미국은 2015년 이들의 극우 성향을 문제 삼아 제재를 단행했다가 이듬해 해제한 바 있다. 유엔인권사무소도 2016년 보고서에서 이들이 고문이나 민간인 약탈 등의 범죄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이들을 바라보는 러시아의 시선은 매우 싸늘하다. 뱌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하원의장은 제철소에 있던 군인 가운데는 전쟁범죄자가 있다며 “나치 범죄자들은 포로 교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레오니트 슬루츠키 하원 외교위원장은 아예 아조우연대 대원들은 “인간의 탈을 쓴 짐승들”이라고 부르며 처형까지 주장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이에 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싸운 군인들을 영웅으로 부르며 이들이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 정전 협상이 중단된 상황인데다, 아조우연대를 바라보는 평가가 너무 달라 포로 교환 협상의 전망이 밝지 않다. 우크라이나가 ‘영웅’이라 부르는 이들을 러시아가 가혹하게 처벌하면, ‘부차 학살’ 등으로 악화된 양쪽 사이 감정의 골이 한층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우크라이나 언론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는 러시아 하원이 이른바 ‘나치 범죄자’를 포로 교환 대상에서 제외하는 결의안을 18일 논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 대법원도 오는 26일 아조우연대를 테러 조직으로 규정할지 여부에 대한 심리를 시작한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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