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에 수출업체 웃던 시절 끝.."마진 갉아먹고 물가만 자극"

이윤화 입력 2022. 5. 18.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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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기업들의 해외 현지 투자 확대로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보다 줄면서 고(高)환율에 대한 부정적 효과만 더 커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준으로 치솟았다가 다시 하락하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는 가운데, 우리나라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여주기는커녕 원자재 수입과 투자 확대 제약 요인으로 작용한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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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장중 1291원까지 올라 1300원대 수준 급등
기업 해외투자 확대, 비가격경쟁력 증가로 환율 영향↓
수출 경쟁력 효과 적고 국내 물가 자극 우려 더 큰 상황
"당국의 의도적 고환율 방치" 그땐 맞고 지금은 틀리다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국내기업들의 해외 현지 투자 확대로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보다 줄면서 고(高)환율에 대한 부정적 효과만 더 커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준으로 치솟았다가 다시 하락하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는 가운데, 우리나라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여주기는커녕 원자재 수입과 투자 확대 제약 요인으로 작용한단 것이다.

미 달러화. (사진=연합뉴스)

18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 12일 장중 1291.5원까지 치솟으면서 코로나19 초창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급등했다가 이날은 1260대까지 하락하는 등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팬데믹 위기 수준으로 원화 가치가 떨어졌다가 반등하기를 반복하는 모습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외환당국이 과거 이명박 정부 당시처럼 수출경쟁력 등을 이유로 일정 부분 환율 상승을 방치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수출 산업 구조변화를 고려하지 못한 것이라고 반박한다.

고환율이 우리나라 수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국내기업들이 해외 법인 설립·공장 증설 등을 통해 현지 생산 및 판매를 확대하면서 수출에 있어 환율 영향을 덜 받게 됐기 때문이다. 예전처럼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우리나라 수출품이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을 얻던 연결고리가 약해진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물류 차질, 공급망 문제 등의 피해를 체험한 기업들은 더욱더 해외 직접 투자를 늘리기 바빴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총투자액기준 우리나라의 해외직접투자 금액은 1년 전 대비 62.7%나 급증한 302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업종별로 나눠보면 제조업이 97.8%, 금융보험업이 76.8% 늘었고, 정보통신업은 무려 398.2% 가량 급등했다. 신규 해외 법인 숫자 역시 전년대비 14% 늘어난 653개사로 나타났다.

실제 경상수지에서 실질실효환율의 기여도를 따져본 결과도 비슷했다. 주욱 한국은행 조사국 국제무역팀 과장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에서 환율 요인의 기여도는 2000년대 초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점차 줄어들면서 2010년 이후엔 0%에 가까워진 모습이다.

주욱 과장은 “해당 분석은 구조적 요인을 포함하지 않은 값이긴 하지만 경상수지 흑자에 환율이 미치는 영향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 국내 기업들의 해외 투자 증가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수출품의 품질 등 비가격경쟁력이 크게 높아진 영향도 함께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높은 환율은 고물가 현상과 맞물리면서 기업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8일 국내기업 322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환율 급등으로 인해 피해를 봤다는 기업은 51.6%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피해 내용 중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제조비용 증가`를 꼽은 기업이 68.7%로 가장 많았다.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수출이 늘었다`고 답한 기업은 17.5%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환율 상승은 수출 증대보다는 물가 상승으로 인한 연쇄적인 부작용 우려를 키우고 있다. 달러를 기준으로 거래되는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부담은 물론이고 수입 원자재를 재료로 만들어 낸 국내 소비재 가격도 시차를 두고 오를 수밖에 없다. 이런 영향에 환율 급등세가 진정되지 않으면 물가를 잡기 위한 통화정책의 효과도 그만큼 반감될 수 있는 것이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환율이 급등하면 물가를 자극하고 이는 내수소비 위축, 기업 마진 감소 등으로 이어져 경제성장률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외환당국도 최근 고환율, 고물가 등에 대한 경계감을 키우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6일 취임 후 첫 조찬 회동을 갖고 “물가·환율 등 경제 상황이 엄중하다”면서 종합적인 정책 대응을 예고했다.

이윤화 (akfdl34@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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