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사 없던 '통합' 꺼낸 尹.. '피로 지킨 자유민주' 계승 역설

이창훈 2022. 5. 18.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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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사에 담긴 의미는
'5·18 정신, 인권 수호와 직결' 강조
7차례 원고 고치고 또 고쳐 심사숙고
준비된 원고에 없던 문장 직접 추가
'헌법전문'은 개헌 논란 우려해 빠져
유족 질문에 "매년 참석할 것" 화답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2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는 우리 국민을 하나로 묶는 통합의 철학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공식 연설문에서 명시적으로 ‘통합’의 가치를 강조했다. 취임사에서는 윤 대통령이 갖고 있던 정치철학의 기반인 자유의 가치 수호를, 국회 시정연설에서는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인 의회를 존중하며 스스로 ‘의회주의자’임을 강조했다면 18일 광주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는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을 지켜낸 5·18 정신을 헌법 정신으로 규정, 국민 통합을 이루겠다고 선언했다. 세 차례 연설문은 자유에서 시작해 소통을 거쳐 ‘국민 통합’으로 이어지는 윤 대통령의 정치철학이 담겨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의 광주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사는 1592자로, 취임사(3303자) 국회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4118자)보다 분량은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앞서 한 번도 직접 거론하지 않은 ‘통합’ 단어를 연설 말미에 두 차례나 강조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사에서 ‘통합’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정치 자체가 통합의 과정”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7분가량 이어진 기념사에서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을 각각 8차례 언급하며 5·18 정신이 헌법 정신의 근간인 자유민주주의와 인권 수호와 맞닿아 있다는 점을 수차례 역설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취임사에서 강조했던 자유에 대한 가치의 연장선에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외쳤던 5·18 정신이 있다”며 “5·18 정신에 국민을 하나로 묶는, 통합의 가치가 담겨있고 이를 실천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철학이 기념사에 담겼다”고 설명했다.
나란히 참석한 여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왼쪽 두 번째)와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비상대책위원장(〃 가운데) 등이 18일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2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광주=뉴시스
당초 초안에는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약속했던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내용이 담겼지만 개헌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명시적인 표현에서는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대신 “오월 정신은 보편적 가치의 회복이고,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 그 자체”라며 5·18 정신을 ‘헌법 정신’이라고 규정하며 실질적인 의지를 보여줬다. 그러면서 “오월 정신을 확고히 지켜나갈 것이며 올해 초 여러분께 손편지를 통해 전했던 그 마음 변치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광주 시민들에게 윤 대통령 본인의 실천 의지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앞서 3차례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을 때 마다 5·18 정신을 계승한 통합의 정치를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정치 참여 선언 후 처음으로 민주묘지를 찾아 방명록에 “자유민주주의 정신을 피로써 지킨 5·18 정신을 이어받아 국민과 함께 통합과 번영을 이뤄내겠다”라고 적었다. 윤 대통령은 실무자들이 작성한 연설문 초안을 놓고 최종 회의를 하면서 5·18 민주화 유가족의 슬픔을 국민 통합과 미래 발전의 에너지로 승화하겠다는 구상을 담아내려고 7차례나 원고를 수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념사 말미에 들어간 “자유민주주의를 피로써 지켜낸 오월의 정신은 국민 통합의 주춧돌”이라는 표현은 퇴고 중 윤 대통령이 직접 원고에 쓴 대목이다.

윤 대통령은 기념사 말미에 준비된 원고에 없던 문장도 직접 추가했다. 윤 대통령은 “자유와 정의, 그리고 진실을 사랑하는 우리 대한민국 국민 모두는 광주 시민이다”라 말하며 기념사를 마무리했다. 해당 발언은 1963년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이 동서 냉전의 상징인 베를린 시청 앞에서 했던 연설 중 “모든 자유인은 그들이 어디에 살더라도 베를린 시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자유인의 한 사람으로서 자랑스럽게 말하겠습니다. 나는 베를린 시민입니다”라는 발언을 차용해 담았다고 대통령실 대변인실이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2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윤 대통령은 기념식에 앞서 5·18 유공자와 유족, 5월 단체 관계자들과 4분가량 비공개 환담을 하며 광주 5·18 기념식에 매년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환담에서 고(故) 전재수 열사의 유족 재룡씨가 ‘매년 (기념식에) 오실 수 없겠느냐’고 묻자 선뜻 “매년 참석하겠다”고 화답했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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