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꽁이에게 부끄러운 태릉골프장 개발

한겨레 2022. 5. 18.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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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태릉 공공주택지구 지정을 위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이 제출되고 지난 3월 주민설명회가 열리면서, 정부와 주민들 사이 심각한 불신과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미래세대를 위해 그린벨트 보전이 필요하다면서도, 주택 공급을 위해 국방부 소유 태릉골프장 포함 총 87만5천㎡ 부지에 6800가구의 아파트를 짓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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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태릉골프장 모습. 연합뉴스

[왜냐면] 장석환 | 대진대 대학원장 겸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서울 태릉 공공주택지구 지정을 위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이 제출되고 지난 3월 주민설명회가 열리면서, 정부와 주민들 사이 심각한 불신과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미래세대를 위해 그린벨트 보전이 필요하다면서도, 주택 공급을 위해 국방부 소유 태릉골프장 포함 총 87만5천㎡ 부지에 6800가구의 아파트를 짓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공주택지구 지정을 추진하고 있는 태릉골프장은 전 지역이 그린벨트로 지정돼 있고, 도시기본계획상 보전용지이자 도시관리계획상 자연녹지이며, 군사시설 보호구역이자 고도제한구역이다. 또 조선 11대 왕인 중종의 두번째 계비인 문정왕후 윤씨의 무덤인 태릉과 13대 왕 명종과 인순왕후 심씨가 묻힌 강릉이 가까이 있고, 왕릉에 딸린 연못인 연지와 대소하마비, 외금천교, 홍살문 등 조선 왕릉의 문화유산이 여럿 산재해 있어 부지의 12.6%가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주민들은 정부의 고밀도 아파트 단지 조성 계획이 현실화하면 조선 왕릉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서 가치가 떨어질 것을 우려한다. 아파트 숲이 들어서면 태강릉의 안산인 구릉산 등이 가려지게 돼 조선 왕릉의 풍수 사상 체계에 역행한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환경영향평가의 절차가 정당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엘에이치는 2021년 10월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른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근거로 서울 태릉 공공주택지구 지정 제안서에서 해당 부지 중 생태자연도 1등급은 없고, 2등급은 1.5%, 개발이 가능한 3등급이 98.5%라고 밝혔다. 보존가치가 없는 땅이 98.5%나 되니 개발을 강행하겠다는 논리였다. 그런데 지역 환경 전문가들은 “태릉 부지 가운데 육사와 인접한 1.5%만 생태자연도 2등급으로 분류됐고, 나머지 98.5%는 등급을 분류해 본 적이 없는 미분류지”라고 맞서고 있다.

환경부에서 고시한 생태자연도를 확인해 본 결과, 실제 태릉골프장 98.5%가 미분류지였다. 또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 현지조사 결과, 하늘다람쥐, 새매, 삵, 맹꽁이 등 멸종위기종 4종과 원앙과 황조롱이 등 천연기념물 2종이 서식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서울 도심에 법정 보호야생동물 6종이 서식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또 멸종위기종이 서식하는 곳은 생태자연도 1등급으로 분류하도록 법령에 정해져 있으니, 태릉골프장 부지는 자연환경보전법에 따라 보전해야 할 1등급 권역에 가깝다고 해도 무리가 없다.

엘에이치 쪽은 아파트를 짓기 위해 맹꽁이들을 포획해 다른 곳으로 이주시키고 포획하지 못한 맹꽁이들은 탈출할 수 있도록 배수로를 설치하겠다고 한다. 맹꽁이들에게 1등급지에 해당하는 삶의 터전을 3등급지 땅이라고 우기며 내쫓고 있는 셈이다. 개발해야 한다면 환경부가 생태자연도 등급 분류를 한 다음, 환경영향평가 계획을 수립하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개발의 타당성을 입증해야 한다. 엘에이치는 설명회에서 주민 요청 땐 공청회를 개최하겠다고 약속해 주민 100여명이 요청서를 제출했으나, 아직까지 아무런 소식이 없다고 한다.

그린벨트는 산소 공급,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저감, 열섬 현상 완화, 난개발 방지, 생물다양성 확보 등 그 가치가 무궁무진하다. 과거에 가치 없다며 갯벌을 마구 매립해 쌀을 생산했지만, 오늘날 갯벌은 미래의 먹거리요 환경오염의 정화공장이며 소중한 생태환경의 보고임이 밝혀졌다. 그러나 이미 간척돼 사라진 갯벌은 다시 되돌릴 수 없다. 태릉골프장 부지에 아파트를 짓고 나면 갯벌 매립과 똑같은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 태릉골프장을 도심 속의 생태공원으로 조성해 맹꽁이들의 합창 소리를 듣고 싶은 소망은 필자 혼자만의 꿈이 아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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