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석 칼럼] 윤석열의 '자유', 배려·통합이 필요하다

입력 2022. 5. 18.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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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석 한국기술교육대 명예교수·前노동부 차관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자유'를 35번이나 강조하고 나서 갑자기 자유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너무도 당연한 얘기가 충격적으로 느껴질 만큼 우리 사회는 자유의 가치를 그동안 잊고 살았다. 번영과 풍요, 경제성장은 바로 자유의 확대라는 선언과 함께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나라의 주인이 되는 나라를 재건하자는 외침이 가슴에 와 닿는다. 진정한 자유주의가 실현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는 우리 헌법에 잘 구현되어 있는데도 많은 국민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이를 저해하는 입법이 양산되고 정치와 행정 영역에서도 무시됐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제대로 문제 제기하지 못했다. 새 정부는 기업과 개인의 자유를 억압했던 규제를 대폭 풀고 과도한 정부 주도에서 벗어나 민간 중심으로 경제를 운용하겠다는 방침도 밝히고 있다. 그런데 벌써 몇 년간 특권화된 기득권을 누려왔던 집단이 그것을 쉽게 내놓을까? 오랫동안 우리 사회는 경쟁을 죄악시하고 평등을 우선하는 것이 공정하다는 사고가 지배해 왔는데 기조를 바꿔 자유 중심의 제도를 시행할 때 기득권층의 저항을 어떻게 극복할지 걱정된다.

18~19세기를 통해 정치적 자유와 경제적 자유주의 토대 위에서 산업혁명을 성공시켜 세계의 공장으로 등장한 영국은 그 후유증으로 빈부격차의 확대,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 참정권의 제한 등 여러 문제에 부딪혔다. 1819년 영국에서 '피털루 학살'이라 불리는 엄청난 사태가 일어났다. 나폴레옹 전쟁의 여파로 경제가 침체되어 노동자의 생활이 어려워지자 생활안정과 의회개혁을 요구하는 6만명 이상의 시민이 맨체스터 성 피터광장에서 평화적 시위를 벌였다. 이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워털루 전쟁에 참전했던 기병대가 시위대를 향해 진격하면서 15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시민 15명이 사망하고 700여명이 부상한 이 사건은 피털루 학살로 규정되었다. 기본권 보장은 1830~40년대를 통해 차티스트 시민운동으로 강력히 추진되었으나 직접적인 성과를 얻지 못했다. 유럽 국가들이 특권층에 저항하는 혁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와중에 영국의 지식인, 정치인들은 지금까지 고수해 왔던 자유주의 철학까지 수정하여 국가가 필요하다면 교육, 보건 등을 지원해 개인이 적극적 자유를 실현하도록 제도를 보완하자고 제안했다. 혁명을 피하기 위한 합리적 선택이었다.

보수주의 정치인 디즈레일리는 '시빌:두 개의 국민'이라는 소설을 발간(1845)하여 빈부격차로 갈라진 영국을 두 개의 국민으로 표현하며 갈라진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긴요하다는 신념을 피력하며 보수당을 변혁시켰다. 영국에서 노동자의 권리 향상, 시민의 참정권 보장 등의 개혁은 시민운동의 직접적인 성과라기 보다는 정치인과 지식인의 각성으로 가능했다.

새 정부의 출범과 함께 우리는 자유의 가치를 복원하는 새로운 시대에 들어섰다.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자유시민이 되기 위해서 일정한 수준의 경제적 기초나 공정한 교육과 문화적 접근기회를 보장하자고 피력했는데 어떻게 구현해 나갈지는 사회에서 공론화하고 실천해 나가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는 것인데 우리는 자유를 주장하면서도 책임에 대해서는 그다지 생각하지 않는다. 노조나 시민단체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면서 그것이 다른 사람의 권리나 자유를 침해하더라도 개의치 않는 사례도 책임의식의 부재를 보여준다.

19세기 대표적인 자유주의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이 강조한 피해의 원칙은 모든 개인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한 자신의 생각과 행동에 대하여 절대적인 자유를 가질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자기의 권리라고 해서 집회, 시위를 통해 밤낮 없이 과도한 소음을 유발하거나 다른 노동자의 작업을 방해하는 행위 등은 명백하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으로서 자유의 한계를 벗어난다. 자유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자유의 한계, 자기 책임을 명확히 하면서 다른 한편 약자를 배려하는 포용과 통합의 논의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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