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경제난' 스리랑카, 부도 임박..배경엔 '중국 돈'?

홍석우 입력 2022. 5. 18. 18:16 수정 2022. 5. 18.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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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악의 경제난 속에 정권 퇴진 시위가 거센 스리랑카.

이번 주 안에 채무불이행, 디폴트를 선언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외국에 진 빚 못 갚는다는 건데, 돈 빌려준 큰 손은 '중국'이랍니다.

〈글로벌 ET〉 홍석우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스리랑카 하면 인도 아래 실론티로 유명한 섬나라인데, 국가 부도 위기라고요?

[기자]

네, 대외 채무를 갚지 못하면서 지난달 초 이미 '일시적 디폴트'를 선언했었습니다.

인도, 세계은행 등에서 돈을 빌려서 급한 불은 꺼보려고 했지만, 여의치가 않은 것 같습니다.

현지시각 18일까지, 당장 갚아야 할 달러 채권 이자가 천억 원인데요, 이걸 내지 못하면 채무불이행 즉, 디폴트입니다.

[앵커]

이자 천억 원을 못 내서 디폴트가 된다는 거예요?

[기자]

지금 남아 있는 외화보유액이 6백억 원 정도라고 하는데요.

이마저도 중국과의 통화스와프 자금이어서 달러화 결제에는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나라의 곳간이 비었으니 해외에서 물건을 사 올 수가 없고, 화폐 가치도 폭락했습니다.

물가는 폭등해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30%에 이릅니다.

가장 심각한 건 '기름'인데요, 스리랑카 정부가 직접 밝힌 휘발유 재고는 단 하루치입니다.

[콜롬보 주민 : "차에 넣을 기름이 없어요. 주유소를 세 군데나 돌았지만, 없었어요."]

[앵커]

경제난으로 반정부 시위 소식도 계속 들리는데, 시위대를 향해 발포 명령도 있었죠?

[기자]

최근 시위가 약탈과 방화 등 폭동으로 비화 되면서 부상자도 속출했습니다.

결국, 대통령의 형인 총리가 물러나고 야권 인사가 새 총리로 왔는데요.

일단 통행금지는 풀렸고, 시위도 조금 잦아들었지만, 대통령 관저 앞 시위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앵커]

뭐가 스리랑카 경제를 이렇게 벼랑 끝으로 내몰았나요?

[기자]

먼저 가장 큰 외화 수입원 중 하나인, 관광산업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올해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쟁 여파까지 겹쳤습니다.

하지만 스리랑카의 국가 부도 위기는, 사실 갑작스러운 건 아닙니다.

스리랑카는 65조 원이라는 막대한 부채를 지고 있는데요, 배경엔 '중국 돈'이 있습니다.

스리랑카는 중국에서 돈을 빌려 도로도 늘리고 항만도 지었습니다.

그런데 장사가 안돼도 너무 안 됐던 거죠.

이자 갚기만도 벅찼습니다.

결국, 중국 돈으로 건설한 항구의 운영권을 중국 국영기업에, 99년 동안 넘겨주고 말았습니다.

[앵커]

그럼 중국이 스리랑카에 돈을 빌려준 이유는 뭔가요?

[기자]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 들어보셨죠?

스리랑카도 여기에 참여했습니다.

중앙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까지, 중국 주도의 경제 권역으로 묶어낸다는 계획이죠.

중국은 국영은행을 통해 개발도상국이 공항이나 항구, 관광시설을 지을 때 아낌없이 돈을 빌려줬습니다.

그런데 빌린 돈의 이자가 비쌉니다.

오죽하면 영국 BBC가 '고리대금업'이라고 비판까지 했을까요, 세계은행이 1% 남짓인 데 비해 많게는 9배까지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그러다 빚을 갚지 못하게 되면, 공항이나 항만 같은 알짜 자산을 중국이 운영하게 되는 겁니다.

또, 공사를 벌일 때도 중국 기업과 인력이 참여하거든요.

그러니 중국 입장에선 돈 빌려준 나라가 돈을 갚아도, 또 갚지 못해도 크게 손해 볼 일은 없습니다.

[앵커]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한 나라들이 많지 않나요?

[기자]

네, 특히 파키스탄은 스리랑카 다음으로 디폴트 가능성이 큰 상황입니다.

과다르항은 중국이 돈 빌려주는 조건으로 2015년부터 43년 동안의 운영권을 가져갔고, 라오스도 대외부채 가운데 약 46%가 중국에 진 빚인데, 지난해 연말 라오스와 중국을 잇는 고속철도가 개통했거든요.

그런데 개통도 전에 국가의 주요 자산을 중국에 매각하고 에너지원 일부도 싼값에 넘겼습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빚 갚을 능력이 되지 않는 저개발국들에 이런 식으로요, 숨어 있는 부채 추정해 보니까, 490조 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엥카]

490조 원이요? 그러면 글로벌 부채 위기로 이어지는 거 아닙니까?

[기자]

네, 그런 우려가 나올만하죠.

저소득, 저개발 국가의 글로벌 부채 위기 도미노 시작점이 스리랑카일 거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이미 수년 전부터 중국의 일대일로 부채로 이른바 '빚 잔치'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에, 글로벌 공급망 문제, 전쟁까지 덮쳤죠.

그렇다 보니 전 세계 41개 저소득·저개발 국가의 나라 살림이 휘청이고 있는데요.

눈에 띄는 건, 역시 이들의 대중국 부채가 크게 늘었다는 겁니다.

2006년 2%에서 2020년엔 18%로 급증했습니다.

사실 '차이나 머니'의 위험성은 계속 얘기가 나왔었습니다.

'빚의 함정'을 통한 '국가 사냥'이라는 거죠.

하지만 중국은 그런 큰 그림이 어디 있겠느냐며 일축했습니다.

[앵커]

돈 꿔주고 이익 챙긴 중국이 잘못한 건지, 그 돈 받아 제대로 못 한 저개발 국가들이 잘못한 건지, 잘 들었습니다.

홍석우 기자 (museho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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