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이야기가 키운 춤꾼..'국대 1호' 비보이 레온의 못다한 이야기
'너는 어린 사자 같은 느낌이 나'
이 한 마디에 사자를 뜻하는 스페인어 '레온(Leon)'이 이름이 됐습니다. 그리고 십여 년이 흘러 또 다른 이름이 생겼습니다. 바로 '국가대표'.
올해 18년 차 댄서 김종호(30)는 길거리에서 추던 춤이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될 거란 상상도, 자신이 태극마크를 달 거란 상상도 해본 적 없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11월, 최초의 브레이킹 국가대표 선발전 '브레이킹 K 시리즈'에서 최종 우승하면서 우리나라 첫 국가대표 비보이가 된 김종호의 못다 한 '춤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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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에게 '브레이킹'을 처음 알려준 건 친형이었습니다. 어린이날 우연히 접한 비보이 공연에 반한 13살 김종호에게 컴퓨터로 갬블러 크루의 퍼포먼스 영상을 보여줬는데, 이게 시작이 됐습니다. 김종호는 형 친구들이 교회에서 연습한다는 말을 듣고 곧장 교회로 갔습니다. 교회 바닥이 김종호의 첫 연습실이 된 겁니다.
Q. 어린 시절 연습은 어떻게 했나
"중학교 때 프로팀 오디션에 합격하면서 왕복 4시간 거리 연습실을 다녔어요. 잠도 많이 못 자고 힘들었죠. 그러다 지금 속한 비보이 크루 퓨전엠씨에 들어오게 됐어요. 그땐 지하 연습실이라 환경이 그렇게 좋진 않았는데, 그냥 저희 연습실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행복했어요. 원하는 시간에 연습을 할 수 있으니까요."
Q. 비보이를 한다고 했을 때 주위 반응은
"처음엔 부모님이 걱정을 많이 하셨죠. 부상 위험도 있고, 현실적으로 돈벌이가 안 될 거란 걱정도 하셨어요. 근데 표현은 많이 안 하셨던 것 같아요. 무시하지도 않으셨고, 그만두라 강요도 안 하셨어요."
Q. 가족들이 지지를 많이 해줬다고
"(수필가인) 어머니가 야구를 진짜 좋아하세요. 제가 대회 때 부담감을 느끼면 야구 선수들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어떤 선수가 되게 잘했는데 인터뷰에서 이유를 물어보니 자신의 공을 던졌다고 하더라, 몸에 힘을 빼고 쳤는데 홈런이 됐다고 하더라' 이런 식으로요. '엄마는 글 쓸 때 이런 게 막히는데, 넌 브레이킹할 때 막히면 어떻게 하니' 물어보시기도 하고, 저한테 엄청난 영감을 주시는 분이에요"
그렇게 춤에만 몰두해오던 김종호에게 예상치 못한 시련이 찾아왔습니다. 어깨 회전근개가 파열돼 춤을 추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Q. 춤을 추면 안 된다고 할 정도로 심각한 부상이었다는데
"어렸을 땐 몸을 많이 안 풀고 해도 안 아팠는데, 조금씩 찢어지고 끊어진 게 쌓이고 있었던 거죠. 어느 날 아픈 걸 못 참겠는 거예요. 병원에 갔는데 상황이 심각해서 선생님들도 회의를 많이 하셨대요. '이런 안 좋은 사례도 있다'고 소개되기도 하고요."
Q. 가장 힘들었던 점은
"다른 친구들은 연습하는 데 저만 못 하고 있는 게 힘들었어요. 몸의 소중함, 춤의 소중함을 더 알게 된 계기가 됐죠. 경제적 부담도 있었어요. 하루에 10만원씩만 나가도, 한 달이면 300만원이니까요. 제 춤을 되돌아보면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 생각했어요."
Q. 재활 후 참가한 '2015 레드불 비씨원 아시아·태평양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한국 대표가 됐는데
"일본의 천재 비보이 이세이를 꺾고 제가 우승을 하니까, 어머니가 충격을 받으셨어요. '어 엄마?' 했는데 '엄마 두통이 와서 너무 머리가 아프다'고 가야 될 것 같다고 하시는 거예요. 축하도 제대로 못 해주고 가셨어요. (웃음)"
Q. 지난 18년 '비보이 레온'의 춤을 돌아본다면
"어렸을 땐 기술에 좀 더 초점을 뒀다면, 지금은 춤을 진짜 잘 추고 싶고, 기술과 독창성 등 여러 가지를 밸런스 있게 하고 싶어하는 것 같아요. 저는 지금 춤을 더 좋아해요."
Q. 코로나 시기를 어떻게 보냈나
"2020년에 아무것도 없었거든요. 대회도 없었고 공연도 없었고. 목표가 없는 거예요. 너무 재미도 없고, 나태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제 안에 목표를 만들었어요. 새로운 무브를 몇 개 만들자, 내가 가진 춤을 다 찍어보자 이런 식으로요."
Q. 춤을 포기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
"좋아서 할 수 있는 거고, 좋아서 이겨낼 수 있었어요. 춤출 때 제 자신을 표현하는 게 너무 재밌거든요. 누구한테 하고 싶은 말 다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너무 후련하잖아요. 소리 지르고 노는 것처럼 느껴져요. 제가 하고 싶은 동작을 하면서 표현하는 게 너무 재밌어요."
Q. 진천선수촌에서 다른 선수들과는 친해졌나
"선수촌에서 계속 보고 인사하다 보니까 '브레이킹 훈련장 어디에요?'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래서 알려드렸더니 놀러 오셨어요. 스쿼시·레슬링·우슈·기계체조 선수들이었는데, 저희를 신기하게 보시더라고요. '이게 춤인데 스포츠라고?' 이런 눈빛으로."
Q. 국가대표 훈련과 병행하면서 방송 경연 프로그램('쇼다운')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한국 브레이킹 역사상 다시 대중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에 저도 보탬이 되고 싶어서 출연하기로 결심했어요. 퍼포먼스를 맞춰볼 시간이 없어서 형들이 제가 촌외 훈련하는 전주까지 온 적도 있어요. 그리고 다시 밤에 (저희 연습실이 있는) 의정부로 가고요."
Q. 브레이킹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브레이킹의 매력을 소개한다면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잖아요. DJ가 어떤 음악을 틀지 모르고, 어떤 춤을 출지 모르고. 예상치 못한 것들이 나오는 게 재밌는 것 같아요. 그리고 다른 장르에 비해 브레이킹엔 나만의 것, '시그니처'랄 게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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