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味술관] '화이트와인 부럽지가 않아' 품절대란 쑥 막걸리
조선비즈 유튜브 채널 ‘味술관(미술관- 맛난 술이 모여있는 곳)’은 전국 전통주·맥주·위스키 등 주류 양조장에 찾아가 주조 과정을 살펴보고 각 술과 함께 곁들여 즐길 수 있는 양조장 추천 음식을 소개한다.
미술관 찾아가기- https://youtu.be/MkdoppwMVf8
첫번째 미술관 탐방은 대전으로 떠났다. 쑥을 사용해 술을 만드는 대전의 소규모 ‘주방장양조장’이다. 집에서 술을 마시는 ‘홈술’ 문화가 퍼지고 다양한 술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전통주가 인기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을 비롯한 유명인들이 전통주를 ‘인생 술’로 꼽으며 소셜미디어(SNS)에 소개하는가 하면, 가수 박재범은 직접 전통 증류식 소주 브랜드 ‘원소주’를 만들어 내놨다. 이런 열기에 힘입어 최근 주류 판매점에서 날개 돋친 듯 나간다는 쑥 막걸리 ‘쑥크레’를 만드는 곳을 찾았다.
◇ 한 줄 평
“쑥 한 모금에 내 입 안 이미 수풀. 미세먼지 심한 날, 초록이 그리운 날마다 찾고 싶은 맛.”
◇ 이 양조장은?
3년째 쑥 막걸리를 만들고 있는 양조사는 전직 요리사 출신 젊은 청년 김하진(30)씨. 그와 이은효(29)씨, 두 청년이 가양주로만 전해 내려오던 쑥 막걸리 맛에 반해 청춘을 바치기로 결심한 술이라니 궁금증이 더 커졌다.
대전 계룡산 자락에 있는 양조장에서 한나절을 함께하며 술을 빚었다. “언젠가 술을 만들 생각이라면 이왕이면 젊을 때부터 제대로 맛있는 술을 만들어보자 싶었어요.” 아직 배울 것이 많다며 막걸리를 짜내는 두 청년의 다부진 손이 ‘용기란 이런 것’이라고 보여주는 듯했다.
◇ 쑥 막걸리 ‘쑥크레’ 특징
주재료는 어리고 여린 쑥인 애엽쑥과 쌀, 밀 누룩. 기타 첨가물은 들어가지 않는다. 그야말로 쑥이 주인공인 술이다. 100일 동안 발효·숙성했다. 도수는 10도. 도수에 비해 술의 무게감이 입안을 감싸 가볍지만은 않은 맛이다.
병 밑에 가라앉은 막걸리 침전물을 섞기 전 맑게 뜬 윗부분을 먼저 맛보면 별미를 느낄 수 있다. 맛있는 화이트 와인처럼 산뜻하고 깔끔한 맛이 난다. 단맛과 신맛 사이로 포도 향이 강하게 치고 나온 다음, 은은하게 쑥 향이 퍼진다.
침전물을 섞으면 연한 쑥색의 걸쭉한 막걸리로 재탄생한다. 술 질감은 보드랍지만, 쑥 향이 입 전체를 감싸 달큼 쌉싸름하면서 드라이하게 마무리된다. 산미와 단맛, 씁쓸한 맛의 조화가 좋다.
쑥크레를 맛본 사람들은 “막걸리가 아니라 밀키한 화이트 와인 같다” “쑥으로만 이런 향이 난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쑥 향 외에도 다양한 과실 향과 바질 향, 거기에 감칠맛까지 즐길 수 있다” “막걸리를 많이 먹어본 사람도 새롭게 느껴질 맛” “쑥밭에서 구르는 것 같은 맛”이라는 평부터 “사실 아주 특별한 맛은 아닌데 병이 이뻐서 더 맛있다고 느끼는 것 같다”라는 평까지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 술 빚는 과정
주인공인 쑥부터 준비한다. 흙내음 묻은 쑥 뿌리를 깨끗하게 손질한다. 쑥 향이 더 잘 올라오도록 찻잎을 덖듯 약한 불에서 쑥잎을 뒤적여준다. 쑥잎을 비벼 상처를 내주기도 한다. 쑥잎의 다양한 향을 살리기 위한 과정이다. 그 후 2~3일간 자연 건조를 시켜 쑥잎을 말린다.
이제 밑술을 만들 차례. 밑술은 그림으로 치면 밑바탕 색을 까는 작업으로, 술의 발효를 돕기 위해 미리 만들어 놓는 이른바 ‘밑바탕 술’이다. 먼저 쌀을 불리고 물기를 뺀 뒤 쑥을 쌀과 함께 버무린다. 찜기에 올려 1시간가량 고두밥을 찐다. 쑥 고두밥이 완성되면 잘 식혀줘야 한다. 쌀알에 ‘손 다일 만큼’, 즉 손을 댈 수 있을 정도로 식혀주면 충분하다는 게 이곳 양조사의 설명이다.
이 밑술을 이틀간 발효실에 넣어 발효시킨 뒤, 위 과정을 한 번 더 반복해 덧술을 빚는다. 밑술로 1차 술을 만들고 덧술로 한 번 더해 술을 빚는 방법으로, 이양주(二釀酒)인 셈이다. 새로 찐 쑥 고두밥을 밑술에 잘 버무린 뒤 발효조에 넣고 100일간 발효·숙성을 거친다. 100일 후 술을 면포에 짜 술지게미(술을 짜내고 남은 찌꺼기)를 분리하면 두유빛 쑥 막걸리가 탄생한다.
◇ ‘양조사 추천’ 쑥 막걸리와 함께 먹으면 좋은 음식
봄 미나리 듬뿍 넣은 전. “쌉싸름한 쑥 향과 향긋한 미나리 향이 잘 어울려 봄 제철 페어링으로 좋습니다. 과거 작은 주점을 운영할 때도 쑥 막걸리 안주로 미나리전이 가장 인기가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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