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가 달라졌다.. 尹, 5·18 광주서 '민주의 문' 넘고, '행진곡' 제창 [뉴스+]
◆‘민주의 문’으로 입장한 尹…“국민 모두가 광주시민”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50분쯤 민주묘지에 도착해 ‘민주의 문’을 통과해 제42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장에 입장했다. 보수 진영 대통령이 5·18 기념식 당일 ‘민주의 문’을 넘은 것은 윤 대통령이 처음이다. 5·18 민주화운동유족회장 등 유가족 단체와 함께였다. ‘전두환 옹호 논란 발언’ 등에 항의하는 시위대에 막혀 추모탑 가까이에 다가서지 못했던 종전 방문과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윤 대통령은 6분 분량의 기념사에서 “오월 정신은 보편적 가치의 회복이고,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이라며 “자유민주주의를 피로써 지켜낸 오월의 정신은 바로 국민 콩합의 주춧돌”이라고 선언했다.
기념사 말미에는 “자유와 정의, 그리고 진실을 사랑하는 우리 대한민국 국민 모두는 광주 시민”이라는 문장을 즉석에서 추가하기도 했다. 5·18 정신을 전국적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전날 늦게까지 초안을 7차례나 직접 퇴고하며 기념사에 각별히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매년 오겠다” 약속
이날 기념식의 하이라이트는 말미에 울려 퍼진 75초 간의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이었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손을 맞잡고 반주에 맞춰 힘차게 불러주시기를 바란다”는 사회자의 멘트가 나오면서 장내에 4박자의 반주가 울려 퍼졌다. 의자에 앉아 있던 윤 대통령을 비롯해 여야 의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국민의 힘에서는 ‘님을 위한 행진곡’ 악보를 의원들에게 사전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준석 대표는 기념식 후 5·18 추모관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 소감과 관련, “(과거 기념식에서) 우리 당 인사 중에서도 개별적으로 제창하는 분도 있었지만 오늘은 당 차원에서 다 같이 제창하자고 방침을 정한 것이기에 의미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님을 위한 행진곡은 한 때 ‘종북 논란’으로 보수 정권이 꺼리는 곡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기념식에서 장내 대형스크린에 나오는 가사를 보며 유족과 함께 노래 불렀으나, 집권 3년차인 2010년 5·18 기념식에서 국가보훈처가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식순에서 제외했다. 논란이 일자 이듬해 광주시립합창단의 합창에 따라 원하는 사람만 따라 부르는 방식으로 식순에 다시 포함됐다. 박 전 대통령은 2013년 기념식에서 아예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전날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을 하루 먼저 광주로 보내 5·18 단체 관계자들과 만나 민원 사항을 청취하게 하고, 전야제에도 참석하도록 했다.
이날 오전에는 100여명의 국민의힘 의원들, 국무위원들, 대통령실 참모들과 함께 KTX 특별열차를 타고 광주로 향했다. 전용 헬기가 아닌 기차를 선택한 것은 ‘당정 스킨십’ 기회로 활용하기 위함이었다.
한 재선 의원에게는 악수하며 “국민통합의 길에 함께 해줘서 감사하다”며 참석에 사의를 표했고, 또다른 의원에게는 “국민통합을 당과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고 한다. 당내 호남 출신 의원들은 윤 대통령에게 “대선 후보 때 했던 약속을 지켜줘서 고맙다”고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원들과 동행한 이준석 대표에게도 윤 대통령은 “수고했다”며 감사 인사를 건넸다.
윤 대통령은 이어 식음 공간이 마련된 2호칸으로 국민의힘 호남동행단 소속 의원 7명을 불러 조찬을 함께했고, 곧이어 국무위원들과 티타임도 가진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의원들에게 “광주 민주화운동이 이렇게 제대로 인정받고 진의가 왜곡되지 않아야 하는데 그동안 그러지 못해서 안타깝다”며 “힘을 합쳐서 통합운동으로 나아가 보자”며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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