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부터 사무실로 다 나와라"..실적 악화에 재택근무 접은 게임업계
◆ 비상경영 나선 기업 ◆
18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표 게임사인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6월부터 전 직원 전면 출근을 지시하고 막판 준비에 들어갔다.
올 1분기 게임사 실적은 엔씨소프트와 크래프톤을 제외한 대부분의 업체가 급전직하했다. 신규 흥행작 저조와 인건비 상승이 겹쳤기 때문이다. 여기에 신규 게임 출시 일정이 줄줄이 밀리면서 향후 실적에 대해서도 부정적 전망이 늘어나 전열 재정비에 나서는 분위기다.
넥슨과 엔씨소프트는 최근 '3(출근)+2(재택)' 근무제를 이달로 종료하고 다음달 2일부터 전원 출근제로의 변경을 사내에 공지했다. 넥슨은 "거리 두기 전면 해제가 이뤄짐에 따라 조금씩 일상을 회복하고자 한다"며 "6월 2일부터는 전체 출근으로 근무 정책을 전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엔씨소프트도 6월 전원 출근을 지시했다. 넷마블 역시 기존 '3+2' 출근제에서 조만간 전사 출근을 공지할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대표 정보기술(IT) 기업인 네이버가 선택에 따라 전 사원 재택근무를 선언한 것과는 반대되는 흐름이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게임사들 대부분이 신작 출시 지연과 업데이트 지연 문제로 실적이 우하향하는 시점에서 재택근무가 아닌 오프라인 출근을 통해 집중력을 늘려야 할 시점이 왔다"고 지적했다.
게임업계 전 직원 출근 확산
고공행진하던 주가는 반토막
개발자 인건비는 역대급 증가
리니지W·붉은사막 등 대작들
출시 밀리며 실적 기대감 급락
IT업계 재택근무 확산세 불구
전 직원 출근으로 승부수 띄워
6월부터 재택 없애는 3N 이어
카카오게임즈도 "방식 논의중"
엔씨소프트 측은 최근 블록체인과 대체불가토큰(NFT)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보완점을 업데이트하는 일정 때문에 출시일이 지연됐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게임업계에서는 개발자들의 재택근무 여파에 따른 속도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비단 엔씨소프트뿐만 아니라 넷마블 펄어비스를 비롯한 국내 대표 게임사들이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으로 전원 출근을 유도하고 있는 이유와도 일맥상통한다.
18일 정보기술(IT)업계와 게임사에 따르면 주요 게임사가 '대면근무'로 빠르게 전환하는 것은 게임 경쟁력 때문이다. 일부 대형 게임사가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실적을 기록한 데 이어 넷마블이 적자를 내고 중견게임사에서도 충격에 가까운 1분기 실적을 발표하자 게임업계에 전방위적으로 위기론이 불거지고 있다.
국내 대표 게임 지식재산권(IP)인 리니지W가 서구권 버전에 NFT를 넣는다고 알려지면서 매출 신장의 방아쇠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출시 지연 후폭풍을 맞았다. 넷마블은 지난해 말이나 올해 초까지 출시를 논의했던 세븐나이츠 레볼루션과 제2의 나라 글로벌 버전을 아직도 선보이지 못했다. 하반기 초반 공개를 예고했지만 고객 기대보다 한참 뒤처진 것이다.
펄어비스는 검은사막 성공에 힘입어 내놓을 예정이던 '붉은사막' '도깨비'가 게임 수요층 기대에 비해 출시 시점이 지연되고 있다. 게임사 대작 신작 공개가 늦어질수록 올해 매출 기대치를 낮출 수밖에 없는 셈이다.
카카오게임즈 컴투스는 부서별 상황에 따라 출근 여부를 유동적으로 결정하고 있다. 이들 회사는 내부 논의를 거쳐 곧 엔데믹 근무 방침을 정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한 대형 게임사 관계자는 "게임산업 특성상 신작 게임이나 업데이트 출시 시기 전후로 집중적으로 근무해야 하는데, 재택근무에 따라 개발 일정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특히 해외에서 신작 흥행이 부진해 게임사들이 다급해졌다"고 말했다.
사실 코로나19 확산으로 역대 최대 호황을 누렸던 게임업계는 엔데믹 국면에서 역풍을 맞고 있다. 게임사들은 주가 하락과 신작 부재, 인건비 상승이라는 3가지 악재에 직면해 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뻥튀기'가 된 기업가치가 급락하고 핵심 경쟁력인 IP에서 킬러 콘텐츠가 나오지 못하는 데 그 배경이 있다. 재택근무가 장기화하면서 신작 게임 출시가 줄줄이 늦춰지며 이에 따른 손해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특수기간에 현금성 자산만 늘리고 제때 투자를 단행하지 못해 경쟁력 강화 기회를 놓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게임업계 전반에서는 정상 출근 전환이 시급하다는 분위기다. 게임은 수백 명에 달하는 개발 인력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콘텐츠를 완성시켜야 하는데 재택근무 방식으로는 개발 속도나 완성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방준혁 넷마블 의장도 지난 1월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로 재택근무 영향을 받아 게임 개발에 어려움을 겪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게임개발자콘퍼런스(GDC)' 조직위원회가 전 세계 개발자 약 3000명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상황으로 게임 개발이 지연되는 상황을 겪었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44%에 달했다.
게임사들은 전면 출근을 통해 신작 공개로 반등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대면근무로 전환되고 개발이 순조롭게 이뤄지면 하반기부터 신작 출시가 줄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무리하게 다수의 신작을 선보이는 것보다 핵심 IP를 내놓는 게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적 부진을 겪은 게임사들이 많게는 20개까지 신작 출시를 예고했는데 이 같은 '질보다 양' 전략이 마케팅·인건비 증가로 오히려 실적에 악영향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진영태 기자 /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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