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평가 주식 사자"..상장사들, 앞다퉈 자사주 매입
[아이뉴스24 고정삼 기자] 국내 증시가 각종 대내외 악재로 침체된 가운데 상장사들이 주가 안정을 위해 자사주 매입 카드를 꺼내들고 나섰다. 특히 삼성전자 임원들은 이달 들어서만 25억6천만원가량의 자사주를 매입해 시장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기업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은 현재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 주가 상승을 유발하는 호재로 인식된다. 최근에는 자사주 매입을 발표하는 상장사가 늘고 있어 국내 주식시장이 전반적으로 저평가돼 있다는 신호로 볼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기업이 매입한 자사주는 언제든 시장에 다시 풀릴 가능성이 있어 진정한 의미에서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서는 소각까지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자사주 매입을 공시한 상장사는 총 29개사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약 93% 증가했다. 자사주 매입 규모는 1천337억원에서 3천239억으로 무려 142%나 늘었다.
셀트리온은 이날 주가 안정을 위해 712억5천만원 규모의 자사주(보통주 50만주)를 매입하겠다고 공시했다. 셀트리온 이번을 포함하면 올해 들어서만 자사주 매입을 세 차례 진행하는 셈이다. 셀트리온 주가는 이날 기준 14만2천500원으로 지난 2일 종가 대비 17.6%가량 빠져 있는 상태다.
반도체 소재 기업인 한솔케미칼도 지난 13일 570억원 규모의 자사주 25만주를 취득하겠다고 발표했다. 자사주 매입 발표로 한솔케미칼 주가는 장 중 7% 이상 오르기도 했다. 이밖에도 한샘(500억원), 프로텍(123억원), 엔에이치엔(119억원) 등이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했다.
자사주는 기업이 발행한 주식을 직접 취득해서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말한다. 기업의 자사주 매입은 주가 상승을 유발하는 호재로 인식된다. 경영진이 자사 기업의 주가가 싸다고 판단하고, 관리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하면 6개월 간 이를 처분할 수 없기 때문에 유통 가능 물량이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자사주 매입 이후 소각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해당 물량이 6개월 후 시장에 다시 풀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자사주를 신탁계약 방식으로 매입하면 금융기관과 약정한 계약금액만큼 자사주를 사들이는데, 이때 반드시 계약금액에 맞춰 자사주를 사들일 의무가 없다. 신탁계약 방식은 해지도 가능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매입으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경영진이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것은 해당 기업의 주가가 펀더멘털 대비 저평가돼 있는 상태라고 판단해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함"이라며 "다만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가 상승해도, 소각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주가 상승 효과가 오래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상장사가 늘어난다는 것은 개별 기업뿐 아니라 현재 주식시장이 전반적으로 저평가돼 있는 상태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국내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은 코스피 기준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9.8배, 주가순자산비율(PBR) 0.97배로 각각 장기 평균인 10.1배와 1배를 하회했다"며 "상대 PER 관점에서도 평균적으로 코스피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대비 30% 정도 할인을 받는데, 지금은 38% 정도로 더 크게 할인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위원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상장사가 늘어나는 시기가 주식시장이 전반적으로 저평가돼 있는 시기라고 볼 수도 있다"며 "다만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기업들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클 경우에만 시장 전체의 밸류에이션과도 연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정삼 기자(jsk@inews24.com)▶네이버 채널에서 '아이뉴스24'를 구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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