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도 빨강·핑크 입는 시대, 전통의 고정개념 바꿔보고 싶었다"

오선민 기자 2022. 5. 18.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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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제례악 춤 '일무'로 돌아온 정구호 연출

우아한 선을 그리며 절제된 움직임으로 열을 맞추는 쉰다섯 명의 무용수들. 하나로 시작한 열이 다양한 변형을 만들고, 열과 열 사이 만들어지는 선과 여백엔 가장 한국적인 춤이 담깁니다.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일무〉 프레스콜에서 공연하고 있는 서울시무용단 (사진=연합뉴스)
내일(19일)부터 나흘간 서울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오르는 서울시무용단의 '일무(佾舞)'입니다. 조선 시대 왕과 왕후의 신주를 모신 종묘에서 거행된 종묘제례악에 포함된 무용 '일무'를 재해석한 작품입니다.

여기에 '정구호 스타일'이 만났습니다. 패션 디자이너이자 영화 미술, 무용 연출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정구호가 연출자로 참여했습니다. '전통에 기반을 둔 새로운 창작, 신(新)전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다음은 정구호 연출가와의 일문일답.

정구호 연출가 (사진=JTBC)
Q. 작품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린다
"한국 무용을 시작하며 제가 추구하는 바는 전통의 가치를 받아들여서 그 가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새로운 전통으로 연결하는 것입니다. '일무'도 마찬가지죠. 전통의 정신을 이어서 어떻게 발전시키고 계승시켜나갈까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Q. 무대엔 어떤 변화를 녹여냈나
"의상에서 전통을 베이스로 하되 어떤 변화를 줄 수 있는가를 생각했을 때, 문무는 적색의 옷을 입고 무무는 청색의 옷을 입는 고정관념을 한번 바꿔보고 싶었습니다. 요즘엔 남자도 빨강·핑크를 입잖아요. 무대라는 조건에서 생략할 건 생략하고, 강조할 건 강조했고, 머리에 쓰는 관모도 살짝 변화를 줬습니다."

서울시무용단 〈일무〉 (사진=세종문화회관)
Q. 의상 외에도 무대 장치나 비주얼아트 디렉터 역할도 했는데
"예전엔 색을 많이 지웠다면 이번 작품엔 색을 많이 쓰려고 했어요. 그러다 보니 무대가 어려웠어요. 가능하면 가장 미니멀한 무대를 만들자 생각했고. 1막에선 기역(ㄱ)과 디귿(ㄷ) 라인 두 개만 가지고 일무가 갖고 있는 줄 맞춤의 형태를 만들려고 노력했고요. 2막 춘앵무 때는 화문석(춤을 추는 돗자리)이 큰 배경이 되면 어떨까란 생각으로 무대를 만들었습니다. 춘앵무가 이번 작품 무대 미술의 꽃이라 보면 될 것 같습니다."

Q.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바는
"유학 시절 우연히 잡지에서 한국 도자기를 보고 반한 적이 있어요. 그때부터 전통문화에 관심이 생겼죠. 그리고 영화 '스캔들'(미술감독)을 하면서 우리 문화예술은 파고들수록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완벽하지 않은 듯 완벽하고, 완벽한 듯 흐트려져 있고, 비정형적이면서 정형적인 매력이 있거든요. 전통을 재해석해서 전통에 관심 없는 분들에게 관심을 갖게끔 하는 게 이번 생에 제 역할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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