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혁신학교 더이상 무리해서 늘리지 않겠다..질·다양성에 집중"
"혁신학교 양적 확대 충분..이젠 질적 심화로"
"진보진영 꺼리는 AI도 활용..진보 '중도' 자처"
"'공존' 위해 100만 학부모 의사결정체제계 도입"
"서울시·여가부와 학교 안팎 통합 지원시스템 구축"
"혁신학교는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선도적인 역할을 했다. 다만 이제는 더 이상 양적 확대가 중요한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후보는 지난 17일 서울 서대문구 선거사무실에서 서울경제와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혁신학교는 첫 도입 시 서울 전체 학교의 5%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19%에 이를 정도로 양적 확대가 이뤄졌다"며 이 같이 강조했다.
혁신 학교는 자율적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경쟁보다는 학생들의 창의력과 자기주도적 학습능력 등을 기른다는 목적에서 도입된 학교 형태다. 다양한 체험과 토론 중심으로 수업이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진보 교육감들의 핵심 정책으로 꼽히며 조 후보 역시 지난 8년간의 임기 동안 핵심 정책으로 삼아왔다. 하지만 교육계 일각에선 혁신학교가 ‘학력 저하’를 유발한다는 주장이 나왔고, 일부 학부모들은 혁신학교 지정을 놓고 반대 시위를 벌이며 갈등으로 번지기도 했다. 조 후보는 “혁신학교는 기본적으로 참여 의지와 열정에 의해서 이뤄져야 한다”며 “이제 혁신학교의 방향은 양적 확대가 아닌 질적 심화나 다양화로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 후보는 오는 6월 1일 치러지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타이틀 방어전’에 나선다. 특히 서울시교육감 역사상 처음으로 3선에 도전하는 만큼 의미가 남다르다. 현재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며 3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일각에선 ‘현역 프리미엄’ 때문이라고 평가하지만, 조 후보는 지난 8년간 서울교육을 안정적이고 균형적으로 끌어온 것에 대한 반증이라고 자평한다. 이번 선거에선 ‘학습중간층 회복’과 ‘공존의 교육' 등을 내세웠다. 다음은 조 후보와의 일문일답.
-직선제 실시 이후 서울교육감으로는 처음으로 재선했고, 3선 도전에 나섰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교육감 교체지수가 더 높다.
“교육감 교체지수를 단순히 ‘바꿔야 한다’라는 1차원적인 분석으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시민들의 다양한 요구를 확인하는 계기로 삼아 과연 어떠한 변화를 원하는지, 다각적으로 받아들이고 확인하고 반영하겠다. 새로운 교육 혁신의 원동력으로 삼겠다. 우리 교육 현장은 이제 막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벗어난 포스트 코로나 상황에 놓여있다. 이러한 전환의 시기에는 안정적인 리더십과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 이후 첫 교육감으로 선거에 나서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지난 8년간 재임하면서 거둔 성과를 자평하고 한계(과제)를 진단한다면.
"우선 재선에 따른 행정 경험이 풍부하다. 그동안 서울 교육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왔다고 하는 평가, 코로나19 국면에서 학생들의 안전을 지켜내면서 비대면 원격 수업의 새로운 길을 개척한 성과가 있다. 이제는 서울 교육이 글로벌 선진 교육으로, 미래 교육으로 발돋움하는 게 필요하다. 선진국 진입 이후 첫 교육감 선거다. 저는 서울 교육을, 대한민국 교육을 정말 글로벌 선진 교육으로, 미래형 선진 교육으로 전환할 역량을 갖고 있는 교육감이다. 이미 생태전환 교육의 첫 삽을 떠 성과를 냈고 인공지능(AI) 관련 교육이나 에듀테크, 원격 수업 면에서도 앞서 왔다. 풍부한 경험과 안정적 리더십을 바탕으로 미래 교육 도약을 이뤄내겠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한 교육회복이 과제로 남아있다. 첫날부터 능숙하게 교육회복에 힘써, 더 질 높은 교육을 구현하겠다."
-보수 후보들은 ‘이념 편향 교육’, ‘기초학력 저하’ 등을 이유로 조 후보의 교육정책을 비판하고 다른 진보 후보는 ‘혁신 동력을 떨어트렸다’며 지적한다.
“이념 편향 교육에 대한 비판에 진정성이 담겨 있는 것이라면 지금처럼 단일화와 같은 권력 지향적인 정치 논리로 서로 다툴 것이 아니라 진지하게 대안적 토론을 위한 정책 논쟁을 벌이라고 하고 싶다. 교육은 이념 이전에 인간적 삶을 위한 철저한 현실의 문제다. 헌법에서 대한민국을 민주공화국으로 규정하고 있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시민들에게 민주시민교육을 하는데, 이념 편향 교육이라고 한다면 반헌법적 교육을 하라는 소리인가.
기초학력 역시 관련 실증 데이터가 없다. 오히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고등학교 데이터를 살펴 보면 수학과 영어는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가장 낮았다. 그저 아이들을 줄 세우던 일제고사를 실시하지 않는 것만 트집 잡아 모든 진단 평가를 실시하지 않는 것처럼 매도하고 있다. 학교에서는 지금도 기초학력진단보정시스템을 활용해 기초학력 진단을 하고, 맞춤형 다층적 처방을 시행하고 있다."
-메인 슬로건이 ‘공존의 사회’, ‘공존의 교육’이다. 교육계 이념과 갈등과도 연관이 있는 것 같다.
"3기에는 더 적극적으로 공존의 영역을 확대해 가고 싶은 생각이 있다. 많은 영역에서 공존의 기반을 확대할 것이고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방법론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모바일 기반으로 일종의 직접민주주의적 의견 수렴 시스템을 개발하고 안착시키는 것이다. 100만 명의 학부모를 모집단으로 다양한 교육 주제 아래 전자민주주의 시스템을 가동하는 꿈을 갖고 있다.
어느 쪽에선 ‘보수중도 후보’라고 그러는데 저는 저를 ‘진보중도’ 후보라고 부르고 싶다. 진보 쪽은 AI라든가 에듀테크 등에 대체적으로 비판적이다. 그러나 저는 AI이든, 로봇이든 기술은 언제나 양면성이 있다고 본다. 기존의 양극화를 촉진시키는 효과도 있지만 그 기술을 때로는 적극 활용하면서 양극화를 보완하는 기능을 하도록 하는 것도 행정 책임자의 책무라는 생각도 갖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학력격차 문제가 심화됐다. 관련 공약으로 ‘학습 중간층’ 회복을 내세웠는데.
"코로나19 상황에서 학교가 잠시 사라진 영역에서 사회의 양극화가 학교로 그대로 전이됐고 학습 중간층이 붕괴됐다. 학습 중간층 복원은 제가 전국에서 최초로 쟁점화 했고 교육회복을 전국적 의제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서울시교육청 기초학력 관련 예산도 45억원이었던 것을 250억원까지 끌어올렸다.
교육 회복을 위한 특별 지원,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한다. AI 기반 학력 진단 시스템을 개발해 아이들의 학력, 진도, 지적 성장을 판단하고 맞춤형 교육을 실현하겠다."
-다른 후보들도 AI 기반의 학력진단 시스템을 내세우고 있다. 기초학력 회복과 관련해서 또 다른 대책은 없나.
“협력 강사를 확대하는 방향을 추진해 왔다. 학습 결손 회복을 위해 소규모 맞춤형 보충 학습을 진행하는 ‘키다리샘’ 사업도 모든 교사들이 나서는 방향으로까지 생각하고 있다. 행정 부담을 줄여드리고 지원을 늘려드리는 방식으로 갔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지식 중심이었던 교사들의 역량도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기초학력 부진 학생에 대한 지원 설계 역량이나 느린 학습자를 위한 전문적인 지원 역량 같은 부분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율형사립고와 관련해 항소를 취하하면서 ‘어차피 2025년에 일반고로 전환하는데 학생과 학부모들과 불필요한 혼란과 부담을 줄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정권 교체로 자사고 존치 얘기도 나온다. 정권에 따라 교육정책이 표변하는 것도 문제지만 학교 현장의 목소리와 요구를 반영하지 않는 것이 더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민주주의가 발전하며 목소리와 요구는 다층적이고 복합적으로 변했다. 교육감 직선제를 시행하면서 많은 정책에 현장의 요구가 반영돼 발전해오고 있다. 다만 시민들의 높아진 눈높이에 부합하지 못한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앞서 말한 모바일 직접민주주의 의사결정체계를 도입하고자 한다. 또한 새 정부가 자사고에 대해 명확하게 말한 것은 없다. 올 7월에 출범하는 국가교육위원회의 의제로 올려 전 국민적 논의에 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3선에 성공하면 가장 추진하고 싶은 정책 하나를 꼽자면.
"학교 안과 밖을 횡단하고 연결하는 통합적 지원 시스템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학생이 많이 다양화되고 있다. 전통적인 의미에서 보면 학교 안 학생만 있는 게 아니라 학교 밖 학생도 많고 그 경계선에 있는 학생이 너무 많아지는 것 같다. 대안교육기관에 계신 분들과 간담회를 했다. 학교 안, 학교 밖, 경계선에 있는 어떤 학생이든지 그 위치가 어디든지 간에 학습권을 보장받고 배움을 이어가고 돌봄을 받을 수 있는 그런 연계형 통합 지원 시스템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말하자면 학교 안에 교육이 다양하지 않다고 느끼거나 학교 교육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의 경우에는 학교 밖에 대안적 교육기관에서 배움을 이어가고, 심리·정서적 지원도 받고 돌봄을 받을 수 있는 통합적 지원 시스템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서울시나 여성가족부와 함께 협력해서 필요한 모든 지원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는 곧 교육적 수요의 다양화에 대응하는 공적 교육 지원 서비스의 다양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교육은 정치적 중립성이 강조되지만 현 교육감 선거 제도는 물론 교육정책은 정치적이고 이념과 진영 논리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는 비판이 여전하다. 현 교육감 선거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교육감 선거가 직선이기 때문에 정치적인 중립성이 훼손된다고 보는 것은 적절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러면 1960~1970년대의 교육이라든가 전두환 시대의 교육이라든가 그 이후의 교육은 정치적 중립성이 충분히 보장됐는가. 단지 직선제에 의해서 교육감의 위상이 강화되다 보니 훨씬 더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교육 자치와 일반 자치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제도적 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열린 자세로 토론할 수 있다고 본다. 직선제를 폐지하는 방식보다는 직선제를 유지하면서 보완하는 방법을 찾으면 어떨까 한다. 구체적 방안은 국가교육위원회를 통해서 논의할 수 있을 것 같다.”
신중섭 기자 jseop@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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