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 우주에서 신약개발한다..미 우주기업 액시엄스페이스에 1000만 달러 투자

고재원 기자 2022. 5. 18.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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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우주기업 액시엄 스페이스(Axiom)는 지구 저궤도에 떠있는 사설 우주정거장에서 휴가를 보낼 수 있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 회사는 1단계로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우주호텔 모델을 연결해 사용하고 ISS가 퇴역한 이후 이를 분리해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액시엄 스페이스 제공

제약기업인 보령이 미국 우주기업 액시엄스페이스에 1000만달러(약126억9700만원)를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빠른 신약 후보물질 도출이 가능한 우주 제약 시장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18일 액시엄스페이스 관계자에 따르면 보령은 최근 액시엄스페이스에 1000만달러(약126억9700만원)를 투자했다. 보령은 액시엄 스페이스가 2027년 구축하는 민간 우주 정거장에 제약 실험실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액시엄 스페이스는 세계 최초의 상업용 우주정거장 건설을 목표로 미국항공우주국 (NASA) 출신 전문가들이 주축이 돼 2016년 설립된 회사다. 미국항공우주국NASA로부터 따낸 사업비가 스페이스X 다음으로 클 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마이클 서프렌디니는 2005~2015년 ISS 프로그램의 관리자로 재직하며 기획과 완성, 연구 상용화 과정을 모두 이끌었다. 액시엄스페이스에 재직 중인 직원의 절반이 NASA 출신으로 우주 기업 중 가장 높은 비율에 속한다. 

액시엄스페이스는 2027년까지 국제우주정거장(ISS)을 대체할 민간 우주정거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2024년 9월 민간 우주정거장 첫 모듈을 시작으로 매년 1개씩 총 3개의 모듈을 우주로 보낼 예정이다. 최종적으로 지구 저궤도에 사람이 살 수 있는 우주도시를 짓겠다는 구상이다.

우주는 신약개발에 유리한 환경으로 분석된다. 중력이 거의 0인 상태인 ‘미세중력’ 환경에서는 단백질 결정을 얻기가 쉽다. 질병의 단백질 구조를 알아내고 이에 꼭 맞는 신약 개발을 위해 단백질을 결정화하는 작업이 필수다. 중력이 미치는 지상에서는 밀도 차이에 의해 불균일한 결정이 생긴다. 중력이 작용하지 않는 우주공간에서는 고른 결정이 만들어진다. 

보령 역시 이 같은 점을 염두에 두고 우주에 선제적인 투자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ISS와 달, 또는 화성으로 연구 목적 탐사가 아닌 관광이나 이주가 자유로워질 우주 시대를 앞두고 미세중력과 우주방사선 등 우주 환경에 노출된 인체의 변화를 파악하고 인체에 생기는 문제들에 대한 신약을 개발하는 것이다. 가령 우주 관광 때 필요한 멀미약이나 우주 건강식품 등이다. 

보령은 1963년 설립된 제약회사로 위장약 겔포스와 기침가래약 용각산 등을 대표제품으로 한다. 김은선 보령홀딩스 회장의 아들인 김정균 보령 대표가 우주산업에 큰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지난 3월 31일 연차보고서에서 “보령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류에게 꼭 필요한 회사가 되기 위해 우주라는 공간을 선택했다”며 “우주라는 새롭게 열리는 기회의 공간에서 우리가 해야 하는 것들을 찾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3월 보령제약에서 보령으로 사명을 바꾼 것도 이런 의중을 담았다는 해석이다. 

액시엄스페이스와 보령은 우주항공 분야 스타트업 전문 액셀러레이터 '스타버스트'와 함께 ‘제1회 케어인스페이스(CIS) 챌린지’도 운영하고 있다. 우주에서의 인간 건강 문제를 해결할 해법을 찾는 프로젝트로 세계 각국의 우주 분야 헬스케어 스타트업을 비롯해 창의적 아이디어를 가진 참가자들이 모여 해법을 찾는다. 경쟁을 통해 선발된 10개 팀은 100만달러(약12억 3700만원)의 상금과 함께 액시엄스페이스가 개발 중인 민간 우주정거장 모듈에서 실험 기회도 얻는다.

액시엄스페이스는 현재 약 4억달러(약5077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영국 벤처캐피털 ‘C5캐피탈’이 약 8000만달러(약1015억원), 데이비드 루벤슈타인 칼라일그룹 공동창업자 등이 주요 투자자다. 엑시엄스페이스 관계자는 “2030년 우주산업 시장 규모가 1060억달러(약134조514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국에서는 특이하게 보령이 우주 신약을 위해 투자했다. 한국에서도 점점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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