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걸었는데.. 파리바게뜨 눈 하나 깜짝 안 해"

박정훈 2022. 5. 18.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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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임종린 지회장 단식 52일째.. 시민사회 "SPC 반사회적 기업으로 규정"

[박정훈 기자]

 52개 시민단체는 임종린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장이 52일째 단식을 하고 있는 18일 오전 서울 양재동 SPC 본사 앞에서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 결성 및 시민행동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 박정훈
 
임종린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장의 단식 농성이 52일째를 맞았다. 임 지회장은 SPC에 파리바게뜨 가맹점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월 6회 휴가와 병가 보장 ▲점심시간 1시간 보장 ▲ 임신 노동자 보호 등의 '노동환경 개선', 나아가 민주노총 산하 노조인 파리바게뜨지회에 대한 탄압을 중단해달라고 요구하며 단식에 나섰다.

특히 '노조탄압' 문제가 관건이다. 지난달 13일 민변 노동위원회 등이 낸 성명에 따르면 SPC 측의 민주노총 탈퇴서 위조 및 탈퇴 강요, 민주노총 조합원의 진급차별은 노동부와 노동위원회에서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받기도 했다.

그밖에도 민변 등은 관리자를 동원한 조직적 탈퇴 강요, '민주노총 조합원 탈퇴 시 해당 관리자에게 포상금 지급 및 탈퇴자 한국노총 가입시 추가포상금 지급' 등 조직적인 노동탄압이 이뤄졌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로 750명이었던 민주노총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은 1년 만에 240명으로 줄었다. 반면 한국노총 피비파트너즈노동조합 조합원은 4000명이 넘었다. 

임 지회장은 SPC가 '사회적 합의' 역시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으로부터 파리크라상(파리바게뜨) 노동자 불법파견에 대해 직접고용하라는 시정명령을 받은 SPC 파리크라상(파리바게뜨) 측은, 2018년 1월 노사 및 민주노총·한국노총, 정당, 시민대책위, 가맹점주협의회까지 참여한 사회적 합의를 맺어 ▲자회사 직고용 ▲부당노동행위 관련자 징계 ▲정규직과의 3년 내 동일임금 적용 등을 약속했다.

SPC는 2021년 4월 사회적 합의 이행이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파리바게트지회는 여전히 본사 직원과 임금차이가 나며, 부당 노동행위자는 징계받지 않았고, 열악한 노동 조건도 개선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후 노조는 SPC와 10차례가 넘는 실무 대화를 진행했으나,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시민사회가 SPC를 압박하기 위해 '공동행동'을 결성하고 불매 등 다양한 행동으로 압박할 것을 선포했다. 

"SPC에서 나오는 빵을 거부한다"... 불매 운동 시민·소비자에게 제안

파리바게뜨 시민대책위, 전태일재단, 노회찬재단 등 52개 시민단체는 임 지회장이 52일째 단식을 하고 있는 18일 오전 서울 양재동 SPC 본사 앞에서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 결성 및 시민행동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권영국 파리바게뜨 시민대책위 상임대표는 "임종린 지회장이 부당노동 행위와 노조 탄압에 항의하면서 오늘로서 단식투쟁을 벌인 지 52일째다. 그러나 SPC 그룹은 아무런 반성도, 또한 이에 대한 개선책도 제시하고 있지 않다"라며 "우리는 이제 노동자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는 반사회적인 SPC그룹의 불법 경영을 고발하고자 한다. SPC그룹에 대한 노동시민사회의 전면전을 선포한다"라고 강조했다.

송경용 신부(생명안전시민넷 공동대표)는 "아직도 노동자가 저렇게 자신의 목숨을 불태우면서까지 호소해야하는가, 왜 SPC와 책임있는 정치 지도자들은 (요구에) 응답하지 않는지 참으로 개탄스럽다"라고 밝혔다.

송 신부는 "거룩한 빵을 만드는 노동자를 화장실 갈 여유도 주지 않고, 점심시간에 여유있게 밥을 먹을 틈도 주지 않고, 임신하면 미안해해야 하며, 아파도 출근해야 하는 이런 반인권적 노동 상황에 처하게 했다는 것에 분노한다"라며 "우리는 건강하고 안전한 빵을 먹을 권리가 있다. 빵 안에 노동자들의 희생과 슬픔과 분노가 들어있다면 누가 그 빵을 먹을 수 있겠나. SPC에서 나오는 빵을 거부한다"라고 강조했다.

조돈문 노회찬재단 이사장은 "우리 노회찬재단도 노동자의, 소비자의 무서운 맛을 보여주겠다. 파리바게뜨 노동자들의 노동 기본권이 보장되도록 끝까지 함께 하겠다"라며 "또한 민교협 등의 진보 학계 단체도 4년 전의 사회적 합의가 이행되고 있는지 민변과 함께 검증단을 구성하겠다고 결의했다. 파리바게뜨 노동자들의 노동 기본권이 보장될 때까지 함께하겠다"라고 전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파리바게뜨 사태의 본질은 노사 간의 문제가 아닌 노동기본권을 유린하는 반사회적 기업과 시민·소비자의 대결로 규정한다"라며 "이는 노동자를 괴롭히고 노동착취를 통해 만들어진 빵으로 이윤을 창출하는 기업을 우리 사회의 시민과 소비자가 용인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불매·항의·규탄 등 적극적인 실천활동을 전개 ▲ 전국 매장 앞 1인시위  ▲해피포인트 앱 탈퇴 ▲ 브랜드 해시태그 집중행동 ▲ 학교 내 대자보와 버스정류장 벽보 붙이기 제안 ▲ 양재동 단식농성장 저녁 촛불집회에 적극 결합 등을 시민과 소비자에게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현재 임종린 지회장의 건강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이날 문진을 한 심수민 길벗 한의사모임 연대사업국장에 따르면 임 지회장은 단식 이후 몸무게가 20kg 감소되었고, 어지러움, 미식거림, 복통과 근골격계 증상 등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대로 단식이 이어질 경우 정신적 손상 및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에 이르를 수 있다고 밝혔다. 심 국장은 "생명을 건 투쟁에 눈 하나 깜짝 하지 않는 SPC의 반노동 반인권적 행태를 규탄한다"라면서도 "임 지회장의 단식 중단을 권유한다"라고 말했다. 

결국 이날 오후 화섬식품노조는 임 지회장이 단식 53일째에 "새로운 투쟁을 전개하기 위해" 단식을 중단한다고 전했다. 임 지회장은 단식 중단에 대한 입장을 19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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