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국내 전기차 분야에 21조원 투자

류정 기자 2022. 5. 18.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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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가 국내 전기차 사업에 2030년까지 21조원을 투자해, 전기차 국내 생산 규모를 144만대로 끌어올리겠다고 18일 밝혔다. 144만대는 현대차그룹이 2030년 계획한 글로벌 전기차 생산량(323만대)의 45%다. 현대차·기아의 지난해 국내 자동차 총생산량(300만대)의 약 50%에 달하고, 지난해 국내에서 생산한 전기차(23만대)의 6배가 넘는 규모다.

현대차그룹이 국내 전기차 생산 계획을 밝힌 것은 처음으로, 향후 한국 자동차 산업의 중심축을 전기차로 옮겨 가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된다. 현대차에 정통한 관계자는 “2030년에는 현대차의 울산·아산·전주 공장, 기아의 광명·화성·광주 공장에서 모두 전기차를 비중 있게 생산하게 될 것”이라며 “국내 자동차 부품 생태계도 전기차를 중심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울산공장 아이오닉5 생산 라인./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차·기아 전 공장에서 전기차 생산

현대차그룹이 국내에 투자하겠다고 한 21조원은 현대차·기아의 지난해 영업이익(약 12조원)을 압도하는 액수다. 이 같은 대규모 투자로 국내 완성차 생산 기지를 미래차 생산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다.

현대차는 현재 울산 1공장이 아이오닉5와 코나EV를 생산하고, 울산 2~5공장은 각각 전기차 1종씩을 생산하고 있다. 공장마다 4~6개 차종을 만드는데, 그중 한 개 정도가 전기차인 셈이다. 기아는 화성 2·3공장(EV6), 광주 1·3공장(쏘울EV·봉고EV) 등 전체 8개 공장 중 4곳에서만 전기차를 생산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추가로 전기차 전용 라인을 증설하고, 기존 내연기관차 라인에서도 전기차 혼류 생산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전기차 비율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기아는 1997년 경기도 화성 3공장을 완공한 지 25년 만에 신규 공장을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짓기로 했다. 기아가 새 먹거리로 삼고 있는 맞춤형 전기밴을 생산하는 곳으로 내년 상반기 착공해 2025년 하반기 양산을 시작한다. 연 생산량 10만대로 시작해 15만대까지 확대한다.

현대차는 국내에서 전기차 관련 핵심 기술을 집중 연구·개발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기존 아이오닉5·EV6의 기반이 된 전기차 전용 플랫폼에서 진화된 차세대 승용 전기차 플랫폼(eM)을 개발해 2025년부터 양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2030년엔 현대차 18종, 기아 13종의 전기차 제품군을 구축한다. 당장 올해 아이오닉6와 EV6 GT, 내년 EV9, 2024년 아이오닉7을 선보인다.

현대차그룹은 “핵심 부품과 선행 기술 개발, 협력사와의 기술 협력을 강화하고 연구 시설도 새롭게 구축할 것”이라며 “특히 전기차의 심장인 배터리와 모터 성능을 고도화하고 완충 시 주행거리를 늘리는 데 기술 개발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아 화성 공장을 방문한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불확실성이 큰 여건 속 대규모 투자 결정은 의미가 있다”며 “정부는 투자 지원과 규제 혁신으로 민간 투자를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기아의 PBV 라인업 콘셉트카. /기아

◇일자리, 부품 생태계 전환 과제

국내 전기차 부문에 대한 현대차의 대규모 투자 발표를 두고 ‘일자리가 줄고, 내연기관 부품사들의 위기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자동차 산업의 중심축이 전기차로 바뀌면 부품·공정 수가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차는 이날 “전기차 생산 혁신과 최적화 차원에서 현대차 유연 생산 시스템, 맞춤형 물류 시스템, 디지털 제조 시스템을 국내 공장에 단계적으로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동화를 통해 최소 인력으로만 공장을 운영하겠다는 의미다.

현대차의 생산직은 현재 3만여 명이지만, 베이비붐 세대의 정년퇴직이 늘면서 2030년 2만여 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현대차는 생산직 신규 인력을 거의 늘리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부품사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1~3차 부품사 4600여 개 중 전기차 관련 부품을 양산하고 있는 곳은 많아야 400여 개로 10%도 되지 않는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완성차업계의 일자리가 연구직 중심으로 급격히 전환될 것”이라며 “부품업계의 재편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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