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완화 1주일, 매물은 늘었는데 "효과는 글쎄"
[경향신문]
윤석열 정부의 첫 부동산 정책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 이후 서울 아파트 매도물량이 소폭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4분기부터 거래절벽이 계속되며 매물이 쌓인데다 보유세나 양도세 절감 목적의 신규 매물까지 더해진 결과다. 다만 늘어난 물량에 비해 실제 거래가 이뤄지는 사례는 드물어 한동안 거래절벽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8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인 ‘아실’의 집계를 보면 서울 지역 아파트 매물은 6만284건을 기록해 양도세 완화 대책 시행 전인 9일(5만5509건) 대비 4775건(8.6%) 매물이 늘었다. 아실 집계에서 서울 아파트 매물이 6만건을 넘어선 것은 2020년 8월6일(6만306건) 이후 21개월만이다.
지난해 8월 3만7000건대까지 내려갔던 서울 아파트 매물은 같은해 10월 정부의 대출규제가 본격화되면서 시작된 거래절벽의 영향으로 계속 물량이 쌓이는 추세였다. 서울 용산의 한 공인중개사는 “보유세 산정기일(6월1일)을 앞두고 절세 목적으로 나온 매물이 최근 두세 달새 추가됐다”며 “여기에 새 정부의 양도세 완화 시행에 호응한 다주택자 물량까지 더해지면서 매물 증가폭이 종전보다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매물은 늘었지만 거래량 회복으로까지 이어지진 않고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집계를 보면 4월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1503건이다. 아직 4월 거래의 신고기한(5월 말)까지 시간이 남긴했지만 4월 역시 거래량이 1000건대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되면 지난해 11월 이후 6개월 연속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1000건대에 머물게되는데,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없던 일이다.
새 정부의 양도세 완화 조치 이후에도 거래절벽 추세엔 변화가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양도세 유예 기간이 1년으로 비교적 길어 다주택자들이 급하게 집을 매도할 이유가 없고, 높은 집값과 금리 탓에 수요층에서는 구매에 부담을 느낀다는 것이다.
서울 성북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양도세 유예가 1년으로 길다보니 매도인은 세금이 더 떨어질 것을, 매수인은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을 각각 기대하고 있는 것같다”며 “정부가 ‘한두 달 안에 팔아’ 이러면 진짜 매도물량도 나오고 가격도 좀 내리고 하겠지만 유예기간을 길게 주니 쉽게 안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잠실의 한 공인중개사는 “강남권의 경우 보통 가격이 10억원대를 넘어가다보니 (대출금리 등) 무주택자가 쉽게 매수에 나서기 어렵다”며 “다주택자들도 일단 기존 주택을 팔아야 갈아타기를 하든지하는데 일단 본인집이 안팔리니 움직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에선 매물은 늘더라도 거래량은 큰 변화가 없는 현 상황이 연말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선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언급한 규제지역 2주택 대상 취득세 완화, 개인별 DSR 완화 등의 추가 규제완화 가능성도 제기하지만 “신중히 진행하겠다”(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는 정부 입장을 감안할 때 단기간 내 실행 가능성은 크지않다고 본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양도세 유예에도 불구하고 현재 매도자와 매수자가 생각하는 집값의 격차가 큰 상황이기 때문에 거래가 활성화되기 어렵고 집값 안정효과도 크지 않다”며 “정책적 불확실성과 대출규제로 매수자 부담이 큰만큼 DSR규제의 예외적인 적용 등 시장 상황에 맞는 제도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매물이 계속 증가하는 것만으로도 일정부분 가격 안정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면서도 “다만 지금 나오는 매물은 전·월세를 낀 갭투자 매물이 대부분인데, 갭투자 수요층에서는 특히 집값 고점인식과 고금리에 민감하기 때문에 거래량은 올 연말까지 정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송진식·류인하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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