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포스트 코로나 시대 디자인의 역할

정재훈 2022. 5. 18.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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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집 대구경북디자인진흥원장

디자인은 20세기 기업의 혁신 동력으로 주목받아 왔다. 2000년대를 지나면서는 서비스 디자인, 사용자경험(UX) 디자인, 디자인적 사고라는 무형적 가치를 개선하고 혁신을 추구하는 중요 도구로 진보했다. 하지만 디자인은 산업발전 시대와 함께 성장한 태생적인 한계와 고정관념으로 잠재력과 비교해서 그 적용과 확대 영역이 한정된 채로 왔다.

21세기 디자인은 디지털 산업으로의 전환과 함께 더욱 영역이 확대되고, 산업뿐만 아니라 공공·사회 분야로도 역할이 커지고 있다. 산업 구조가 제조업에서 디지털·서비스 산업으로 전환되면서 디자인은 단순 제품의 외형적이고 기능적 요소에 대한 디자인에서 UX를 통한 제품 이용과 서비스 방식의 디자인, 디자인적 사고를 통한 경영 방법론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최근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메타버스의 경우 아이템과 아바타 디자인에서부터 UX·사용자환경(UI) 디자인을 통한 사용 환경과 인터페이스 구성까지 메타버스와 디자인은 떼려야 뗄 수 없다.

그뿐만 아니라 디자인은 도시디자인, 공공디자인과 함께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영역이 확장돼 가고 있다. 취약지역의 CEPTED(범죄예방디자인)를 통한 범죄 예방부터 도시디자인을 통한 도시이미지 개선 등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디자인은 영역과 역할이 더욱 확장되고 중요해질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위기, 공급망 재편, 기후 변화, 식량·에너지 위기, 초저성장과 대규모 실업, 양극화와 사회적 갈등 등 각종 사회·경제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다시 한번 혁신의 동력이 되기 위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이후 디자인의 역할은 무엇일까?

우선 비대면 사회의 장기화로 디지털전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새로운 기술·산업에 적극 대응하며 새로운 혁신을 이끌어야 한다. 디지털 사회로 전환되면서 데이터의 중요성이 부각되며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시각화하는 데이터 디자이너, 메타버스 상에서 대체불가토큰(NFT)과 아이템을 연계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구축 등 디지털 산업에서 활성화를 견인해야 한다. 또 로봇산업, 플라잉카 등 미래산업으로 주목받는 새로운 산업군에 대한 국가적인 지원을 통해 전문적인 디자이너 양성이 필요하다. 로봇 디자인, UAM(Urban Air Mobility) 디자인의 트렌드를 선도하는 디자이너가 배출돼야 한다.

게티이미지

또 도시디자인을 통해 비대면 사회와 공존하는 콘택트 사회로의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 비대면 일상의 장기화에 따라 코로나 이전 사회로 돌아가긴 어렵다. 재택근무, 온라인쇼핑, 배달문화 등의 영향으로 도심지 기능과 성격이 지금과 달라질 것이다. 도심지 기능은 상업과 행정 공간에서 시민들이 소통하고 경험하는 공공 영역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기업은 더 이상 오프라인 공간을 갖지 않더라도 온라인을 통해 업무가 가능하고, 시민들도 점차 도심을 찾을 유인을 찾기 어려워진다. 자칫 도심 공동화가 생길 수 있는 상황에서 도시디자인을 통해 물리적으로 여유로워진 공간을 활용하고 시민들이 소통하고 경험할 수 있는 오프라인 공간만의 경험 가치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디자인돼야 한다. 이처럼 포스트 코로나를 지나며 도시 패러다임은 급속도로 변할 것으로 예상되며, 효과적인 도시디자인을 위해서는 각 지자체와 지역 디자인 기관 간 유기적인 협력이 중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디자인을 통한 사회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한다. 디자인은 교통, 주거, 환경 등 다양한 분야의 사회문제를 해결해 왔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을 겪으면서 사회문제 해결 과정에 디자인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모범 방역국으로 주목받는 싱가포르의 경우 록다운(봉쇄령)이라는 단어 대신 서킷브레이커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자칫 정부의 억압과 감시로 비춰질 수 있는 대규모 통제 이미지를 순화했고, 휴대폰 사용이 어려운 어린이·노년층에게 QR코드 출입 확인을 대체할 수 있는 목걸이 형태의 토큰(Token)을 지급함으로써 체계적인 확진자 동선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위기관리 디자인을 통한 코로나19 대응 능력을 보여 줬다.

우리나라도 2020년 대한민국 공공디자인 대상을 받은 비대면 선별진료소와 드라이브스루 방식의 선별진료소 운영을 통해 세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제 사회문제 해결에서 디자인 역할에 대한 사회적 기대가 높아졌다. 포스트 코로나로 진입하면서 코로나 블루, 사회적 고립 등 다양한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인간 중심적 관점에서 디자인이 적극적으로 역할을 다해야 한다.

혹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서구 우열의 균열을 보여 줬다고 평가한다. 팬데믹으로 인한 뉴노멀(new-normal)의 등장으로 세계는 다시 새로운 출발점에 서게 됐다. 우리나라는 IT, 정보산업의 우수한 기술력과 성숙한 사회문화·시민의식을 바탕으로 해서 글로벌 리더 국가로 도약할 수 있도록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디자인이 다시 한번 혁신을 통한 성장의 발판이 돼야 한다.

김윤집 대구경북디자인진흥원장 yjkim@dgdp.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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