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신통기획 애매하네".. 오금현대 이어 신반포4차도 철회 검토

최온정 기자 2022. 5. 18.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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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통합기획 참여를 추진하던 신반포 4차 재건축 조합이 최근 사업 철회 여부를 놓고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와 협의를 진행하던 중 조합 측의 예상과는 달리 사업기간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에 서울시 측에서도 주민들의 의견을 다시 확인해 사업 참여 여부를 결정할 것을 요구했다.

신속통합기획은 민간 주도 개발의 속도감 있는 추진을 위해 서울시가 정비계획 수립 초기 단계부터 각종 계획과 절차를 지원하는 제도다. 이 제도를 통해 재개발을 추진하면 통상 5년 이상 걸리는 구역지정 기간이 2년으로 대폭 단축되는 장점이 있다. 신통기획을 통해 용적률이나 층고를 높일 수도 있는데, 다만 이 경우 임대주택 확보 등 기부채납이 필요하다.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전경/뉴스1

1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신반포4차 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지난달 29일 열린 ‘제13차 대의원회의’에서 신속통합기획 철회여부를 놓고 대의원을 대상으로 투표를 진행, 80% 찬성으로 이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후 지난 6일부터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철회여부에 대한 찬반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설문조사를 요구한 것은 서울시 측이다. 서울시는 지난 3월 신반포4차 재건축 사업에 대한 신통기획 적용 여부를 놓고 사전검토회의를 진행했는데, 이 과정에 조합 측은 기대하는 것과 추진 방향이 일부 다르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한 조합원들의 의사를 다시 한번 물을 필요성이 생긴 것이다.

주로 신통기획을 통해 밟아야 하는 행정절차 부분에서 서울시와 조합 측의 기대가 엇갈렸다. 조합 측은 ▲신속통합기획 대상지 선정 가능성 및 일정 불투명 ▲토지이용·건축기본구상·공공기여 등 전면 재검토 ▲가이드라인 제시까지 1년 넘게 소요되는 등 예상과 다른 부분으로 지목했다. 이미 1년여 동안 정비계획(토지이용·공공기여·임대주택계획 등)과 관련해 관계부서와 협의를 진행한 바 있어, 이를 토대로 6개월 안에 서울시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것이라고 봤던 조합 측의 예상과는 어긋나는 부분이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신통기획에 참여하는 단지가 확정되면 서울시에서는 해당 단지의 재건축 사업 추진 방향에 관해 용역을 발주해야하는데, 주민들이 어떤 것을 원하는지 명확하지 않아 조합 측에 주민 의사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라면서 “사업의 방향성과 주민들의 의견이 맞지 않을 경우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의미가 없기 때문에 이런 조치가 필요했다”고 했다.

서울시가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것은 앞서 신통기획 1호 사업으로 선정됐던 오금현대아파트 재건축 사업도 임대아파트 비율에 대해 조합원들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로 사업을 진행했다가 역풍을 맞은 바 있기 때문이다. 당시 오금현대 재건축 조합원들은 예상보다 높은 임대아파트 비율(20.6%) 등에 반발해 사업 철회를 주장했고, 이후 서울시 측에서 계획안을 제시했지만 조합원들이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신반포4차는 신속통합기획 참여 이전에도 실익이 없다는 판단으로 참여 여부를 고민했던 곳이다. 조합 측은 작년 11월 신통기획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으나, 이후 지난 1월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참여 요구가 거세지면서 투표를 거쳐 최종 합류했다. 만약 이번 재검토 과정을 거쳐 신반포4차가 최종 철회할 경우 오금현대 아파트에 이어 사업을 철회한 두번째 사례가 될 가능성이 있다.

황중선 신반포4차 재건축 조합장은 “우리는 지난 1년여간 관계부서와 협의를 거쳐 어느정도 사업을 진행해왔다”면서 “서울시의 제안과 조합 측의 기대가 일부 다른 점이 확인됐기 때문에 신통기획을 계속할지, 아니면 그간 추진해온 대로 자체적으로 진행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설문조사 결과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조합원들이 많이 요구하는 쪽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신통기획에 참여하는 재개발·재건축 조합이 많아질수록 조합이 기대하는 방향과 서울시의 추진방향이 어긋나는 상황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신통기획에 참여한 한 조합 관계자는 “조합과 서울시 간 상호 이해관계가 잘 맞으면 좋겠지만, 서울시가 구체적인 안을 조합원들에게 제안했을 때 오금현대의 사례처럼 임대비율 등 조건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철회하는 단지도 생겨날 것”이라면서 “사업이 진행될수록 철회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전문가는 각 단지별로 신통기획 참여에 따른 득실을 잘 따져봐야한다고 조언한다. 이태희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신통기획의 핵심은 속도인데, 이미 단계가 많이 진행된 사업장의 경우 신통기획을 통해 얻을 수 없는 실익이 많지 않다면 차라리 참여를 하지 않는게 나을 수 있다”면서 “섣불리 참여했다가 다시 취소하게 되면 문제가 커지기 때문에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고 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도 “용적률에서 유리하거나 분양가 혹은 시세가 높게 형성된 지역은 일반 재개발·재건축으로 진행해도 무리가 없다”면서 “물론 신통기획이 인허가 절차를 줄여주는 등 행정적인 부분의 장점이 있지만, 공공기여를 맞춰야 하는 단점도 있어 장단점을 따져보고 참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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