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장 연단에 아이가 빠지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서울교통공사

강은 기자 입력 2022. 5. 18. 15:29 수정 2022. 5. 18.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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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서울 지하철 4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지하철 이용객들이 전동차를 타고 내리고 있다. |김영민 기자


지난 15일 오후 9시20분 서울지하철 7호선 고속터미널역에서 8살 여자아이가 지하철에 탑승하다 승강장 연단 사이로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주변에 있던 승객이 곧바로 아이를 끌어올려 팔·다리에 찰과상을 입는 정도에 그쳤으나, 아이 할머니와 주변 승객들은 일제히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사고가 난 곳의 승강장과 열차 사이 간격은 약 18.5㎝였다.

지하철 승강장의 연단 간격이 넓어 위험하다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제기됐으나 ‘발빠짐 사고’는 매년 반복되고 있다. 어린이와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경우 승강장 연단에 몸통이 완전히 빠지거나 휠체어가 넘어져 심각한 부상을 당할 수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2016년 접이식 자동안전발판을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으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이유로 6년 넘게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공사가 지난해 9월 성중기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에게 제출한 ‘최근 5년간 지하철 발빠짐 사고 발생 현황’을 보면, 2017년 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발생한 발빠짐 사고는 총 340건으로 집계됐다.(관련기사 : 두 바퀴엔 절벽 같은 ‘28cm’···법 있으면 뭐합니까)

도시철도법이 정한 ‘도시철도건설규칙’을 보면, “차량과 승강장 연단 간격이 10㎝ 넘는 부분에는 안전발판 등 승객의 실족사고를 방지하는 설비를 설치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그러나 2005년 이후 지어진 역에만 해당하는 규정이라 서울지하철 대부분의 역들은 법의 구속을 받지 않는다.

지하철 연단 간격이 넓은 것은 승강장이 곡선 형태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곡선구조 승강장에 직선 열차가 들어서게 되면 승강장 위치에 따라 연단 간격에도 차이가 발생한다. 공사에 따르면, 서울지하철에서 연단 사이가 가장 넓은 곳은 4호선 성신여대역 3-3 승강장이다. 이곳 간격은 28㎝나 된다. 1호선 서울역과 3호선 동대입구역, 4호선 회현역에도 각각 연단 간격 20㎝가 넘는 승강장이 많다.

일부 곡선 승강장에서 연단 간격이 넓어지는 이유를 나타낸 그래픽 | 서울교통공사 제공


서울시는 2016년 연단 간격이 넓은 승강장에 접이식 자동안전발판을 설치한다고 밝혔으나 이후 감사원 감사에 가로막혔다. 안전성 문제 때문이었다. 자동안전발판은 승강장 안전문(PSD) 하단 부분에 접혀 있다가 열차가 들어서면 자동으로 펴지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 과정에서 제어회로가 오작동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그간 서울지하철 3개 역에 자동안전발판이 시범 설치됐는데, 이 중 1곳인 5호선 김포공항역에서 2017년 1월 발판과 열차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공사가 애초 자동안전발판의 제어 시스템 안전성 인증을 발주사에 미룬 게 문제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사는 ‘성능을 입증해 한국철도표준규격(KRS)를 획득하는 조건’으로 사업을 발주했다. 우형찬 서울시의회 교통위원장은 “지하철의 모든 시스템은 하나로 연동되는데 특정 부분의 안정성만 발주사에 책임지라고 하면 제조업체 입장에서도 답답하고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공사는 임시방편으로 연단 간격이 9㎝ 이상인 승강장에 고정식 고무발판을 설치하고 있다. 열차 진입을 방해하지 않도록 길이가 짧은 발판만 설치하기 때문에 간격을 완전히 메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 승강장 곡선이 심할수록 열차 충돌 위험도 커져서 임시구조물조차 설치하기 어려운 곳도 있다.

공사 관계자는 18일 “자동안전발판에 안전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후 확대하려고 최대한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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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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