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우폴서 항복한 우크라이나군..포로교환 및 평화 협상 난항 예상

오현우 2022. 5. 18.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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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우크라이나군 260여명 마리우폴서 투항
포로교환 및 평화협상 난항 전망
러시아 의회에선 사형 주장

우크라이나가 남동부 요충지인 마리우폴 수성을 포기했다.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마리우폴에서의 ‘작전 임무’를 끝냈다”고 밝혔다. 아조우스탈 제철소를 최후의 보루로 삼아 마리우폴을 수복하려던 우크라이나군 260여명이 러시아군에 투항한 것. 지난달 21일 러시아군이 마리우폴을 점령했다고 선포한 지 27일만이다.

마리우폴은 이번 전쟁에서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곳이다. 전쟁이 발발한 2월 말부터 60일 넘게 러시아군에 포위돼 집중 공격을 받았다. 주거지역과 산업 시설 대부분이 파괴됐고 마리우폴 시민의 10분의 1에 달하는 4만여명이 사망했다. 피란민만 30여만 명에 육박했다. 제철소에서 항전했지만 끝내 항복을 선언했다.

이날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중상자 53명을 포함해 총 264명 장병이 아조우스탈 제철소를 나와 친러시아 지역인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의 의료 시설로 이송됐다”고 발표했다.

러시아도 투항 소식을 전하며 국제법에 따라 포로로 대할 것을 공언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아조우스탈에서 항복한 우크라이나 군인들은 국제 규범에 따른 대우를 받게 될 것”이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이를 보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들을 포로교환 협상을 통해 송환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결사 항전의 상징이자 전쟁영웅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도 이들을 ‘영웅’이라 칭하며 “어떻게든 고향으로 데려오겠다”고 공언했다.

우크라이나의 기대와 달리 러시아는 묵묵부답이다. 포로들을 사형시켜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나왔다. 뱌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하원의장은 “아조우스탈 수비군 가운데 '전쟁범죄자'가 있다”며 “이들은 포로가 아니라 재판 대상”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와의 평화협상에 참여 중인 레오니드 슬루츠키 하원의원도 “아조우연대 대원들은 ‘인간의 탈을 쓴 짐승들’이다”라며 “이들에겐 사형집행 유보방침을 적용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최고 수사기관인 수사위원회에선 “투항자들을 조사해 민족주의자들을 가려내겠다”며 “민간인을 대상으로 범죄행위를 했는지도 밝혀낼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 법무부도 아조우스탈 수비군 중 하나인 ‘아조우연대’를 테러 조직으로 지정할 것을 요청했고 오는 26일 법원 심리를 열 방침이다.

러시아군이 전투에 승리했지만 전황은 불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국가부도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어서다. 이날 블룸버그는 미국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러시아가 미국 채권자에게 국채 원리금을 상환하려 하도록 마련한 대러 제재 유예 기한이 오는 25일 만료되면 연장하지 않을 방침이다. 러시아를 디폴트(채무불이행)로 내몰려는 사전작업으로 풀이된다.

지난 2월 24일 미국 재무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러시아 재무부 및 중앙은행 등과의 거래를 전면 금지했다. 다만 채권 원리금과 주식 배당금 등은 5월 25일까지 받을 수 있도록 유예기관을 뒀다.

디폴트는 국가가 채권을 발행한 뒤 제때 상환하지 못하면 국제사회 신뢰도가 추락하는 국가부도 사태다. 러시아의 외채 디폴트는 소련을 수립한 지난 1917년 혁명 이후 한 차례도 없었다. 러시아는 지난 4일 디폴트 위기를 맞았으나 유예기간을 활용해 보유외화로 국채 원리금을 갚으며 급한 불을 껐다.

러시아의 대외 국가채무 규모는 현재 400억달러(약 50조 8000억원)로 추산된다. 상환 여력은 충분하다. 에너지 수출로 매일 10억달러(약 1조 2700억원)를 벌어들이고 있어서다. 다만 서방국가의 금융제재로 달러화 등 기축통화 사용이 제한되며 디폴트의 변수로 꼽힌다. 블룸버그는 다음 달 말까지 러시아가 상환해야 할 외채 규모를 4억 6000만달러(약 6200억원)로 예상했다.

스위스 자산운영사 본토벨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카를로스 드소자는 “(서방국가의)기본 시나리오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러시아의 디폴트 선언이다”라며 “미국이 유예기간을 연장할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러시아는 국채 이자를 계속 지급하는 게 부담되지 않는 상황이다”라며 “어떻게든 국가부도를 피해 자국 명예를 지키길 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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