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용유 부족 우려에 가수요 늘었지만..정부·업계 "재고 충분, 가격인상 계획 없어"

[경향신문]

16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식용유 매대에 유지류 품절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햡뉴스

최근 인도네시아의 팜유 수출제한 조치 등으로 식용유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대용량 식용유 주문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그러나 국내 보유중인 물량과 현재 운송중인 물량을 포함해 2~4개월의 재고를 보유, 공급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8일 주요 공급사와 함께 식용유 수급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씨제이(CJ)제일제당, 롯데푸드, 사조대림, 농심, 오뚜기 등 주요 식용유 공급사 5개 업체와 식품산업협회가 참석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식용유 연간 소요량은 대두유 60여만t, 팜유 20여만t 등 약 114만t 수준이다. 이 가운데 대두유 20만t과 옥수수유 4만t을 제외한 90만t은 해외에서 수입해 정제한 뒤 공급하는데 국내 공급사들은 현재 최소 2개월~4개월의 재고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체들은 업소용·가정용으로 사용량이 가장 많은 대두유의 경우 미국·아르헨티나 등 주요 수출국으로부터 연간 약 40만t 규모의 물량이 차질없이 도입되고 있으며, 국내 생산(연간 약 20만t)을 위한 원재료인 대두 도입도 원활히 추진되고 있어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팜유의 경우 최근 인도네시아 수출제한에도 불구하고 국내 식품업계가 말레이시아산을 사용하기 때문에 수급에 차질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아울러 가정용과 치킨 가맹점(프랜차이즈) 등에 주로 사용되는 카놀라유, 올리브유 등도 차질없이 수입되고 있으며, 해바라기씨유의 경우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에는 스페인, 아르헨티나 등 대체 공급선을 확보 중에 있다고 밝혔다.

다만 수출제한 조치 등 공급부족 우려가 커지면서 향후 가격 상승을 우려한 가수요는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라면, 제과, 제빵 등 식품공장용 물량이나 가정용 소포장 물량은 예년에 비해 수요업체 발주량에 큰 차이가 없으나, 유통대리점을 통해 공급되는 18ℓ 크기 업소용 캔식용유, 가정용 대용량 주문량이 최근 크게 늘어난 상황”이라며 “이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인도네시아 팜유 수출제한 등의 영향으로 식용유 가격 상승을 우려한 가수요가 일부 유통망에서 발생하는데 기인한다는 것이 공급사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고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또 공급사 관계자들이 이날 회의에서 국내 식용유 공급에는 문제가 없는 만큼 일부 가수요만 진정된다면 우려하는 소비자들의 식용유 구입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으며, 현재 시점에서 식용유 공급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는 점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식용유의 국제가격 상승에 따른 업계 부담을 완화할 수 있도록 식용유 수입 관련 품목의 할당관세 등 지원 방안을 발굴·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와도 공급망 안정화 방안을 협의하는 한편, 유통 과정에 교란 행위가 나타날 가능성에 대비해 각 기업 차원에서 발주 상황 등을 적극적으로 점검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호준 기자 hjl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