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우먼 한북정맥 종주 28] 뭐지? 이 싸~한 느낌은.. 아뿔싸, 지도와 반대로 갔다

글 사진 성예진(스윗밸런스 광화문점장) 2022. 5. 18. 14: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임꺽정봉~호명산~챌봉~사패산~도봉산~우이동 33km 무박 종주
어둠이 짙어 갈림길에서 엉뚱한 곳으로 잘못 내려가는 바람에, 되돌아가기도 했다.
날머리에는 대교아파트가 있다. 산에서 도로까지 밭 사이로 난 농로를 따라 간다. 언니는 자꾸 “이 근처였던 것 같다”며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아는 곳이에요?”하고 물으니 “우리 저번에 여기서 교육받았잖아. 기억 안 나?”하고 묻는다. 그제야 어렴풋이 떠오르는 것 같다.
숲길등산지도사 수업을 들을 때 양주에서 등반 교육을 받은 적이 있는데 이곳이었나 보다.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리송하다. 좀 더 내려가다 보니 낯익은 길이 보이고, 언니 말처럼 대교아파트 버스정류장이다. 불곡산 채석장이었나? 좀처럼 기억이 나질 않는다. 같이 교육받을 때의 추억에 젖어 수다스러워진다.
오산삼거리로 내려와서 대모산성 입구를 찾는다. 도로를 따라 내려오며 네댓 개의 이정표를 만날 수 있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정표 방향이 제각각이었다. 분명 먼저 만난 이정표에서 지금의 방향으로 가라고 해서 왔는데, 이후 나오는 이정표는 걸어온 길로 다시 돌아가라고 가리키고 있다. 바로 직전의 이정표와 방향이 정반대로 놓여 있는 것이다.
어떤 이정표는 이정목이 뽑힌 채로 땅에 누워 있고, 한 번 뽑혔다가 다시 심어진 듯 방향이 애매하게 돌아간 것도 있다. 처음부터 잘못 설치된 것인지,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 문제가 있어 보인다. 덕분에 잠시 길을 헤맸다.
‘그래, 제대로 알려주기만 할 리 없지.’ 잠시 당황하긴 했지만 웃음이 나오면서도 슬프게도 종종 있는 일이라 당황하지 않고 지도를 살피며 제대로 된 방향으로 찾아간다. 이제는 그러려니 하고 갈 길을 찾아가는다. 대모산성은 서바이벌 체험장 방향을 따라가면 만나게 되어 있다.
대모산성까지 가는 길은 어수선하고, 어지럽기 짝이 없다. 양주시에서 세워둔 둘레길, 한북정맥 이정표가 안내를 돕고 있어 길 찾는 데 그리 어렵지는 않다. 올라가다 보면 정자가 보이고, 안내대로만 따라가면 그리 어렵지 않게 대모산성에 닿을 수 있다. 다만, 정맥길을 걷는 산객 외에는 아무도 찾지 않는 길인 듯 잡목과 잡풀이 우거져 있고, 관리되지 않은 채 방치된 느낌이 많다. 지금도 이런데 수풀이 더욱 우거지는 여름에는 헤쳐나가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드는 길이다.
잡목을 지나고 능선에 오르니 ‘동문지’ 안내문이 있다. ‘아, 대모산성. 산성이라고 했지’ 그제야 이곳이 산성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는 사실을 상기한다. 이정표에 대모산성이라고 표시되어 있어 산성이란 걸 인지한 채로 걸었음에도 이런 느낌인데, 산성인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로 걷는다면 더욱이 잘 모를 것 같은 길이다. 북촌에 사는 나는 집 근처에 서울의 대표적인 성곽길인 한양도성길이 있다. 대모산성이라고 하기에 으레 집 근처에서 보던 누가 보아도 성곽처럼 생긴 곳을 지나는 산성길을 떠올렸는데 그것과는 괴리감이 있는 길이다.
한북정맥 따라 불곡산을 내려서는 길, 양주 야경이 화려하다.
전혀 산성스럽지 않은 길이라 아쉬웠달까. 밤이라 우리가 산성을 못 본 걸지도 모르겠지만 산성이 있던 자리, 터만 남은 느낌에 가까운 길이었다. 산성이라고 표시되어 있으니 지나다가 길에서 본 돌무더기들이 산성의 흔적이었나? 싶기도 하지만 정맥길 이정표대로 걸으면 산성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산성 정상부에는 아직 문화재를 발굴 중인 곳이 있다. 매장 문화재 발굴이 한창이라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접근금지 구역이 나온다. 임시로 길을 낸 곳으로 돌아서 작고개 방향으로 내려가야 한다. 제법 돌아가야 하지만 어쩌겠는가. 우회로는 이제 이골이 날 대로 났다. 작고개로 내려서는 길 입구가 눈에 띄지 않아서 그만 지나쳐버렸다.
길을 잘못 든 것도 모르고 신나게 내려가는데 계속해서 가파르게 내리꽂는 지형에 왜인지 느낌이 싸늘하다. 게다가 작고개가 그리 멀지 않을 텐데 저 멀리 야경으로 희미하게 보이는 이 길의 끝은 너무도 멀어 보인다. 아뿔싸! 지도를 보니 진행해야 하는 방향과 반대로 걷고 있다. 왜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는가. 왜 잘못 든 길은 늘 가파른 길일까.
“언니, 여기가 아닌가 봐요.” 신나게 내려온 내리막을 다시 올라갈 생각을 하니 몸에 힘이 쭉 빠진다. “여기가 아니야?” 나보다 앞서 내려가던 수연 언니도 내 말을 듣는 순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길이 없었던 것 같은데…. 어디에서 놓친 걸까? 잘못 든 길을 돌아가며 곰곰이 생각해보지만, 알 길이 없다. 알았다면 제대로 찾았을 테니까.
발굴 중인 곳을 우회해서 돌아 내려온 길의 끝에서 길을 발견했다. 애초에 내리막길 시작부터 길을 잘못 든 것이다. 이제 보니 표지기 두세 개 달려 있었는데, 좀 전에는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쳤다. 표지기마저 없다면 길처럼 보이지 않는 곳이다. 다시 돌아갔을 때도 표지기가 없었다면 또 한참을 헤맸을지도 모르겠다.
정상 표지목이 있는 호명산 정상.
묘지를 지나 비닐하우스 옆길로 내려가면 작고개에 당도한다. 작고개에서 마주한 버스정류장 이름은 어둔동 고개라고 되어 있다. 전봇대에 반가운 ‘반바지’님의 이름표가 붙어 있다. ‘작고개 110m’ 지나온 길의 상태를 보니 오늘도 찾기 좋은 길들 만 있을 것 같지 않다. 길을 잘 찾아갈 수 있기를 바라며 호명산의 품으로 들어간다.

초입에 민가가 나온다. 민가를 관통하여 지나는 길이 있고, 돌아가는 길이 있다. 어디로 갈까 고민하는데, 민가에서 여러 마리의 개가 동네가 떠들썩할 정도로 사납게 짖는다. 가까이 갈 생각도 못 해보고 둘러 가는 길을 택했다. 괜히 개들의 심기를 건드릴까 최대한 숨죽이며 빠른 걸음으로 지난다.

선답자들이 개가 많은 구간이 있다고 했는데 개들이 짖는 소리를 들으니 ‘이곳이 그곳이구나.’ 싶었다. 당시에는 개들이 짖어대는 소리에 그 길로 갈 수 있다고 생각도 못 해 봤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그 길로도 지나는 사람이 있더라. 사람을 가려 짖는 건가?

주변이 모두 사유지인 탓에 온통 펜스와 철망이 둘러 있다. 이걸 따라가다 보면 선답자가 남긴 표지기가 보인다. 희미하지만 길이 나 있는 모양새를 따라 야산을 걷다 보면, 길이 점점 선명해지고 어느 순간 길다운 길이 되어 있다. 느낌으론 사유지의 집 하나를 빙 둘러 원래의 정맥길과 만나는 형상인 듯하다. 민가의 개들은 우리의 인기척이 멀어질 때까지 꽤 오랫동안 짖어대고 있다. 철조망을 따라가면 송전탑을 만나고 그 뒤로는 쭉 이정표를 따라 걸으면 된다.

이윽고 도착한 호명산 정상은 볼거리가 전혀 없다. 전망 없는 터에 ‘호명산 정상 425m’ 이정목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그냥 지나칠 순 없으니 정상목에서 사진 한 장 찍고, 새벽 3시를 조금 넘긴 시각, 한강봉으로 출발한다. 올라온 길과는 다르게 경사진 내리막이 있고 이후로 호젓한 산길이 이어진다. 같은 속도로 쉬지 않고 달리기 좋은 길이다. 쉼터로 조성해둔 벤치들이 드문드문 보이지만 갈 길이 많이 남은 정맥꾼은 쉬어갈 여유가 없다. 낮이었다면 쉬어갈 만도 하겠지만 한밤중이라 더욱이 멈추고 싶은 마음이 없다.

20분쯤 걸었을까? 호명산과 한강봉 사이 안부, 신주고개에 닿는다. 1.3km 정도 된다고 하는데, 길이 좋아 금세 고개로 내려올 수 있다. 도로를 만나고 이정표가 없어 올라가야 하나? 내려가야 하나? 고민하다가 저 멀리 바라보니 내려오는 길에서도 보았던 초록색 펜스가 있어 이끌리듯 올라가 본다. 다행히 한강봉으로 올라가는 길의 입구였다. 한강봉 등산로 안내문과 전주이씨 사유지 안내문이 있다. 사유지라 주위로 펜스가 있었나 보다.
돌무더기와 정상 안내판이 있는 챌봉 정상.
아직 해가 뜨기 전이라 주변이 온통 컴컴한 탓에 주위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 낮에 찾았다면 고민할 것도 없이 반대편의 길이 단박에 눈에 들어왔을 텐데, 확실히 야간산행이 좀 더 수고스러운 면이 있다. 이런 것 또한 야간산행의 묘미인 듯하다. 운 좋게도 이번에는 한 번에 잘 찾았으니 기분 좋게 한강봉으로 향한다.

안으로 들어서면 길이 넓고 호명산과 마찬가지로 길이 좋다. 얼마 안 가 벌거숭이 절개지와 마주한다. 비탈진 경사면에 벌거벗은 산의 모양새는 밤중에도 눈에 띄어 잠시 멈춰서서 랜턴 불빛을 이리저리 비추어 본다. 구획을 나눈 듯 네모반듯하게 한 구역만 밀어둔 것처럼 보인다. 새로 나무를 심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데, 사유지라고 하니 사용하는데 이유가 있겠지만 부분부분 허허벌판이 된 산이 안쓰럽게만 보인다. 완만한 길을 걷다가 잠시 가팔라지는 듯하더니 금세 정상이다.

‘한강정’ 팻말이 걸린 정자가 우릴 반겨준다. 조망이 트인 정자에서 아래를 바라보는데 컴컴해서 잘 보이진 않지만, 우리가 지나온 불곡산 일대는 대략 짐작이 간다. 이곳 한강봉은 감악지맥의 분기점이기도 하다. 호명산은 나무에 가려 제대로 조망을 볼 수 없었는데 한강정에서 그 아쉬움을 달래본다. 임꺽정봉에서 보았던 야경보다 감흥이 덜 하긴 하지만 여전히 좋은 야경이다. 앉아서 쉬어갈까 싶기도 했지만 바람이 제법 쌀쌀해서 가던 길을 재촉한다.

내려가는 길은 처음에는 가파르더니 이내 완만한 길로 바뀐다. 이런 길이라면 온종일 걸을 수 있겠다 싶은 비단길이 나타난다. 우리가 가야 하는 길만 열어둔 채로 온통 낙엽이 뒤덮인 길이다. 정말이지 길이 좋아 콧노래를 부르며 지난다. 내리막 시작점에 제주 오름이나 곶자왈에서 많이 보던 디귿자 모양 울타리가 있다.

챌봉 가는 길 중간 즈음에서 한북정맥 안내도가 나타난다. 이곳 갈림길에서 한북정맥과 <신산경표> 한북정맥으로 불리는 오두지맥 코스로 나뉜다. 직진하면 파주 장명산까지 가는 한북정맥 길이고, 오른쪽으로 가면 오두산까지 이어지는 오두지맥으로 갈 수 있다. 우리는 최근까지도 고민하다가 고전적인 한북정맥 루트를 따르기로 했다. 한북정맥을 먼저 다녀오고 나중에 보충할 기회가 된다면 이곳 갈림길에서 오두지맥 방향으로 이어가기로 한다.

‘한북정맥 방향인 챌봉으로 가야지.’ 챌봉으로 갈 생각을 하고서 몸은 눈에 익은 표지기를 따라 오두지맥으로 가고 있었다. 어딘가부터 ‘아조타 아조아’ 표지기를 보면서 진행했던 터라 별생각 없이 걸었다. 눈에 익은 익숙한 표지기를 따라 걸었던 것. 하마터면 의도치 않게 오두지맥을 걸을 뻔했다. 몇 걸음 안 가 느낌이 싸늘하여 지도를 살핀 뒤에야 알아차렸다. 불행 중 다행히 그리 멀리 가지 않은 곳에서 알아차려 대형 알바를 면할 수 있었다. 아니었다면 정말이지 대형 사고가 났으리라.
챌봉의 명물인 독수리 조각상. 독수리의 날갯짓을 장난스럽게 따라해 보았다.
그 순간 지도를 살피지 않았다면 “에라! 모르겠다.” 하고선 그대로 오두지맥을 걸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한북정맥을 제대로 걸은 뒤에도 ‘아조타 아조아’ 표지기를 여럿 만날 수 있었는데 아무래도 이 표지기를 매단 분은 한북정맥과 오두지맥을 모두 끝낸 모양이다. 이 일대를 거의 독점하고 있다시피 한 표지기. 가끔 이렇게 유명한 표지기를 만날 때면 ‘나도 표지기 한 번 걸어 볼까?’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따금 내가 걸은 흔적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내가 표지기를 잘 달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언젠가 표지기도 아무 곳에나 막 다는 게 아니라 지형을 고려해서 적절한 위치에 달아야 한다고 들었던 것 같아서 ‘아직 경험이 많지 않은 내가 달기에는 무리겠다’ 싶었다. 많은 경험이 쌓이면 언젠가 달아보고 싶다.
챌봉으로 향하는 길 역시 달리기 좋은 길이다. 밤중이라 주위의 경치를 감상할 만한 것도 없고 그저 묵묵히 걷기 좋다. 시원한 새벽공기를 맞으며 힘을 내어 걸어갈 뿐이다. 한동안 산책로 수준의 길이더니 조금씩 올라가기 시작한다. ‘이제 곧 정상이구나’ 어느 산이든 정상 부근은 으레 가파르다는 것을 알기에 점점 가팔라지는 모양새가 어떨 때는 반갑기도 하다.
군부대 시설을 지나면 곧이어 챌봉 정상과 만난다. 넓은 공터 한쪽에 쌓아 올린 돌무더기에 표식이 꽂혀 있다. 여태 따라온 표지기를 설치한 분이 이곳 챌봉 정상 표식도 만들었나 보다. 정상 표식에도 같은 이름이 쓰여 있다. 아그 이름이 너무 재밌어서 크게 외쳐본다. “아! 조타! 좋아!” 이 지역 사람일까? 챌봉까지 오르는 동안 이분이 붙여둔 ‘산불조심’, ‘미끄럼 조심’ 안내문도 보면서 올라왔는데, 이곳에 애착이 있는 느낌을 받았다. 아마도 이 산을 자주 오는 분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돌무더기 가장 위에 올려진 돌에도 챌봉이라 새겨져 있는데 자그마한 크기가 귀엽다. 챌봉 이름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원래 제일 높은 봉우리라 하여 제일봉이라고 부르다가 미군이 챌봉으로 발음하면서 챌봉이 되었다는 설이 있다. 그 이름이 독특해서 이름의 유래가 궁금했는데 다소 허무한 이야기인 느낌이랄까.
나중에 찾아보니 최근에 챌봉 기존 정상석이 사라지는 사고가 있었다고 한다. 우리가 본 정상 표식은 그 일이 있고 난 뒤로 새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멀쩡히 잘 있는 정상석에 왜 자꾸 손을 대는 건지 모르겠다. 월간<산> 기사에서도 수락산과 경기 일대 산의 정상석을 훼손한 20대의 이야기를 접한 적이 있는데, 전국 곳곳에서 그런 일을 자행하는 사람들이 있나 보다. 훼손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도통 알 길이 없다.
이제 남은 건 사패산과 도봉산이다. 새벽 5시가 조금 안 된 시간, 챌봉에서 사패산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챌봉 역시 내리막의 시작은 조금 가파르다. 조금 내려가다 보면 독수리 조각상이 보일 거라고 언니가 이야기한다. 후기에서 여러 개의 조각상을 봤다고 하며 이곳의 명물이라고 설명해줬다. 처음과는 달리 어느샌가 많은 부분을 수연 언니가 리드하고 있다. 특히 이번 구간은 전체적으로 코스를 더 많이 숙지하고 있는 언니가 앞장서서 길을 안내한다.
언제 나올지 모르는 조각상을 기대하며 성큼성큼 걸어가는 언니를 뒤따라간다. 언니의 안내를 들으며 걷는 길이 흥미롭다. 바쁘다는 핑계로 길을 찾아보지 않고 왔더니, 언니가 더 꼼꼼히 찾아본 것 같다. 언니 설명에 기대어 걷는 길이 퍽 나쁘지 않다. 처음 시작은 워킹 산행 경험이 조금이나마 더 많은 내가 선두에 서는 것이 당연하다 느껴졌는데, 이제는 언니에게 맡겨도 좋을 것 같다.
내려가다 보니 지구 모형과 붓 조각상이 보인다. 설치된지 오랜 시간이 지난 탓에 지구 모형은 조금 흉물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붓 조각상은 모양새가 조금 아쉬웠다. 너무 큰 기대를 한 것인지 출퇴근길 매일 보는 인사동 입구에 커다란 붓 조형물과 대비되며 영 아쉽다. 가장 유명하다는 독수리 조각상은 감감무소식이다. 실망하는 내게 언니는 독수리는 실감 나 보였다며 조금만 기다려 보라고 한다.
이윽고 만난 독수리 조각상은 제법 멋있어 보인다. 너무 큰 기대를 해서일까? 개중에서 독수리 조각상이 그나마 가장 나은 상태였고 대부분 관리가 안 되어 방치된 수준이다. 기대가 컸던 나머지 조각상을 보고 다소 실망스러웠다. 후기를 찾아보니 대부분 독수리 조각상만 언급되어 있고 나머지는 설명에서 빠져있던데 다 이유가 있었다. 조각상 아래 설명에 ‘크라운 해태’ 회사 이름이 새겨져 있다. 산중에 조각상을 설치한 이유가 있을까? 궁금하다.

-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 -

Copyright © 월간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