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시키는 대로만 하는 것'이 공무원 숙명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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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들은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게 공무원들의 숙명입니다."
이에 대해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수(교육정책학)는 18일 <한겨레> 에 "공무원에게 직업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이유는 잘못된 일에 굴하지 말고, 소신껏 일하라는 의미"라며 "위에서 시키는 대로만 일하면 공무원 집단과 조폭 집단이 뭐가 다르겠느냐"고 반문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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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들은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게 공무원들의 숙명입니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17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나와 이같이 말했다. 박근혜 정부 역사 국정교과서 추진 과정에서 ‘여론 조작’ 등 실무를 주도한 권성연 대통령실 교육비서관 임명의 부적절함을 지적하는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답하면서다.
김 비서실장의 말에도 나름 근거는 있다. 국가공무원법 제57조는 ‘공무원은 직무를 수행할 때 소속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비서실장이 간과한 중요한 사실이 있다. 공무원은 상관의 부하이기 이전에 국민 전체의 봉사자라는 점이다.
박근혜 정부는 대다수 국민과 역사학계의 반대를 무시한 채 헌법과 각종 법률, 민주적 절차를 어겨가며 친일·독재를 미화한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했다. 이는 청와대의 의지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 백서는 “교육부 공직자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의 의무를 저버린 채, 정권의 지시에 따라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집행했다”고 적고 있다. 진상조사위원회는 교육부가 정책 추진의 정당성과 민주성을 갖추기 위해 노력한 흔적을 찾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청와대와 당시 여당에 대해 최소한의 문제제기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점도 짚었다.
이처럼 ‘공무원의 숙명’을 받아들였던 국정화 실무자들은 이후 진상조사 과정에서도 ‘상급자의 지시를 따랐을 뿐’ 또는 ‘실무자가 기안한 대로 결제했을 뿐’이라는 취지의 답변을 하거나, 청와대 지시에 따라 국정화 정책 업무를 수행했을 뿐’이라며 스스로를 변호하고 옹호했다고 한다.
‘상명하복’이 당연시되는 공무원 조직 문화가 하루 아침에 바뀔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위법한 지시에 저항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앞으로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 그래야 제2의 국정화 사태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김 비서실장은 ‘공무원의 숙명’을 거론하며 ‘영혼 없는 공무원’이 되라고 부추기고 있다. 이에 대해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수(교육정책학)는 18일 <한겨레>에 “공무원에게 직업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이유는 잘못된 일에 굴하지 말고, 소신껏 일하라는 의미”라며 “위에서 시키는 대로만 일하면 공무원 집단과 조폭 집단이 뭐가 다르겠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김 비서실장은 답변에 “(권 비서관은) 그때 국장인가 과장인가 그랬다”는 말도 덧붙였다. 책임을 묻기에는 직급이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인 듯 하다. 이에 강민정 의원은 “권 비서관은 역사교육지원팀장으로 일하며 당시 여당 의원의 텔레비전 토론회 자료를 준비해주고 국정화 찬성론자들을 중심으로 여론을 조작하고, 국정화 지지 단체에 연구과제를 부당 지원하는 등 위법행위까지 감수하며 매우 적극적으로 국정화 정책을 추진한 인물”이라며 “이를 ‘공무원의 숙명’이라고 두둔하는 모습을 보니 그 무지와 안이함에 놀라울 따름”이라고 탄식했다. 나 역시 김 비서실장에게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 백서 일독을 권한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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