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텔레그램 차단 검토..'만리방화벽' 쌓나
[경향신문]
홍콩 정부가 온라인 메신저 텔레그램 접속을 차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이 해외 사이트 접속을 차단한 중국 본토처럼 ‘만리방화벽’을 쌓아가며 여론 통제를 강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홍콩 당국이 개인정보에 관한 조례를 근거로 텔레그램 접속을 차단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성도일보가 18일 보도했다. 최근 홍콩에서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온라인에 유포하는 이른바 ‘신상 털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 텔레그램이 그 온상으로 지목돼 대응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홍콩에서 텔레그램 접속이 제한되거나 아예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 받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고 성도일보는 전했다.
당국이 표면적으로는 개인정보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정치적 이유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텔레그램은 2019년 홍콩 반정부 시위 당시 시위대가 정보를 공유하는 주된 소통 창구로 활용됐다. 당시 시위대가 시위 진압 경찰과 공무원 등의 개인정보를 온라인상에 공개하면서 논란이 일었는데 당국은 이때부터 텔레그램을 주시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에서 인터넷 통제가 강화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제정 이후 홍콩의 민주화 운동은 이미 붕괴됐지만 당국이 그동안 페이스북과 구글, 트위터 같은 해외 서비스를 ‘만리방화벽’으로 차단하는 중국 본토와 같은 인터넷 규제는 피해왔다면서 텔레그램이 차단되면 시민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우려를 불러올 것이라고 전했다. 또 텔레그램 차단에 대한 보도가 홍콩보안법을 강력히 지지하는 새 행정장관이 선출된 후 며칠 만에 나온 것이라며 홍콩이 중국식 인터넷 통제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우려가 되살아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홍콩에서는 2020년 홍콩보안법 제정 이후 이미 일부 해외 사이트가 차단된 상태다. 보안법에 따라 경찰에 인터넷 검열 권한이 주어진 후 지난해 반정부 성향 웹사이트 ‘HK클로니클’과 해외 망명 인사들이 만든 ‘2021 홍콩헌장’, 해외 활동가들이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희생자 추모를 위해 만든 사이트 등이 줄줄이 차단됐다. 올해 초에는 영국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홍콩워치’의 홈페이지 접속도 제한됐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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