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전의 냉대는 없었다..광주 찾은 尹에 "국정 운영 잘해달라"

조홍복 기자 2022. 5. 18.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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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 시절 방문 때 "돌아가라" 문전박대
이번엔 민주의문 통해 180m 걸어 들어가
시민들 "얼굴은 봐야지, 무조건 비난은 안해"
18일 오전 9시 58분쯤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 민주의문을 통과한 윤 대통령 등이 기념식장에 들어서기 전에 기다리는 모습. /김영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를 방문했다. 취임 후 첫 국가기념일 행사로 거행된 ‘제42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취임 후 처음으로 방문한 지역은 공교롭게도 광주였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10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 자격으로 광주를 방문했다. 당시 그는 냉대를 받았다. 부적절한 5·18 관련 발언을 사과하고자 찾은 5·18민주묘지였지만 사과 방문을 가로막는 시민단체 등에 가로막혀 약식으로 참배할 수밖에 없었다. 묘지의 정문인 ‘민주의 문’을 통해 입장했고, 일행과 취재진에 둘러싸여 묘역 참배단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추모탑 앞에 위치한 참배제단 앞에는 윤 대통령 참배를 반대하는 시민과 대학생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제단에 직접 헌화와 분향을 하지 못했다. 대신 제단에서 40여m 떨어진 지점에서 약식으로 참배한 것이다.

“오지 마라 윤석열” “돌아가라 윤석열” 소리도 들렸다. 반면 지지자 100여명이 ‘윤석열’을 연호하기도 했다. 일부 시민은 ‘욕하지 말자’ ‘계란 던지지 말자’ ‘자작극에 말려들지 말자’라는 손팻말을 들었다. 윤 대통령은 약식 참배 후 묘역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20여분 만에 발길을 돌렸다. 묘역으로 통하는 길목에도 반대 시민이 자리를 선점하고 있었다. 당시 이 모습을 지켜본 시민 박모(75)씨는 “사과하러 온 사람을 막는 것은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다”라며 “자유와 평화를 염원하는 ‘광주 정신’과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18일 오전 9시58분쯤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 민주의문을 통과한 윤 대통령 등이 기념식장으로 이동하는 모습./조홍복 기자

6개월이 흘러 윤 대통령은 다시 광주를 찾았다. 이날 오전 9시 50분쯤 경호 차량에 둘러싸여 ‘민주의 문’ 앞에 도착한 대통령 차량에서 하차한 윤 대통령은 곧바로 걸어서 민주의 문에 들어섰다. 방명록에 ‘오월의 정신이 우리 국민을 단결하게 하고 위기와 도전에서 우리를 지켜줄 것입니다’라고 썼다. 오전 9시 58분쯤 5·18 유가족 등과 함께 민주의 문을 나서서 민주광장과 추념문을 거쳐 기념식장이 마련된 참배광장에 도착했다. 180m 거리를 2분여 만에 이동해 오전 10시 정각 기념식 시작에 맞춰 식장에 들어선 것이다.

과거 대부분 대통령은 경호 등의 이유로 묘지 동쪽 유영봉안소 부근까지 차량으로 이동해 쪽문으로 기념식장에 입장했다. 윤 대통령도 이날 이 경로로 입장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그렇지 않았다. 예상을 깨고 ‘정면 돌파’해 보수 진영에서 민주의 문을 통해 5·18민주묘지에 입장한 첫 대통령이 됐다.

18일 오전 10시 53분쯤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 민주광장에서 42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끝난 뒤 퇴장하는 윤 대통령을 기다리는 광주 시민 모습./조홍복 기자

이날 오전 10시 50분쯤 기념식이 끝나자 시민 100여명이 민주광장 양쪽에 모였다. “윤 대통령 얼굴은 봐야지” “여기로 오겠지?” 등 기대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입장할 때와는 달리 동쪽 쪽문을 통해 차량으로 퇴장했다. 10여분쯤 기다리던 시민들은 이후 흩어졌다.

광주 시민 유봉근(62)씨는 “대통령 얼굴을 가까이서 보고 싶었는데 못 봐서 아쉽다”고 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지만 국민의힘 대통령이라고 해서 무조건 비난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 국정 운영을 잘했으면 하는 바람밖에 없다”며 “오늘 성숙한 광주시민의 모습을 보여준 것 같다”고 말했다. 50대 박모씨는 “매년 5월에 광주를 찾아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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