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동굴에서 13만 년 전 데니소바인 소녀 치아 발견

조승한 기자 2022. 5. 18.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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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고대 동굴에서 화석 인류인 데니소바인 어린 여성의 것으로 추정되는 어금니가 발견됐다.

코브라 동굴로도 불리는 이 동굴은 7만 년 전 현생인류 조상 화석이 발굴된 '탐 파 링' 동굴 인근에서 발견됐다.

대신 어금니가 발견된 주변 퇴적물과 함게 발견된 동물 화석을 분석해 16만4000~13만1000년 전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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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진출 첫 증거
라오스 고대 동굴에서 화석인류인 데니소바인 소녀의 어금니로 보이는 치아가 발견됐다. 파브리세 데메테르 제공

라오스 고대 동굴에서 화석 인류인 데니소바인 어린 여성의 것으로 추정되는 어금니가 발견됐다. 시베리아와 중국 티베트 고원에서 발견된 데니소바인이 동남아시아에도 있었다는 첫 증거다. 멸종한 데니소바인은 그 DNA 일부가 필리핀과 호주 원주민에게서 발견되는데 동남아시아가 현생인류와 데니소바인이 만나는 지점이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파브리세 데메테르 덴마크 코펜하겐대 글로브연구소 교수와 클레망 자놀리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CNRS) 연구원, 로라 샤켈포드 미국 일리노이대 인류학과 교수 공동연구팀은 라오스 석회암동굴에서 발굴한 어금니 화석을 분석한 결과 데니소바인의 어금니 화석으로 보인다고 17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했다.

데니소바인은 수만~십수만년 전 아시아 지역에서 현생인류와 공존했던 화석 인류다. 35만 년 전 또 다른 고인류인 네안데르탈인에서 갈라진 종으로 추정된다. 러시아 알타이 지역 데니소바 동굴에서 발견된 손가락과 사랑니 화석을 통해 존재가 처음 알려졌다. 2019년에는 티베트 고원에서도 턱뼈가 발견되며 아시아 내륙 지역에 퍼져 살았음이 확인됐다.

라오스 북동부 안남 산맥 석회암 동굴 '탐 은구 하오'의 모습이다. 이곳에서 데니소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어금니와 동물 뼈 화석들이 발견됐다. 파브리세 데메테르 제공

이번에 발견된 어금니는 라오스 북동부 안남 산맥 석회암 동굴 ‘탐 은구 하오’에서 2018년 발굴된 화석이다. 코브라 동굴로도 불리는 이 동굴은 7만 년 전 현생인류 조상 화석이 발굴된 ‘탐 파 링’ 동굴 인근에서 발견됐다. 코브라 동굴에서는 어금니와 함께 코뿔소, 맥, 물사슴의 화석도 발견됐다. 덥고 습한 지역은 잘 보존된 화석을 찾기 어렵지만 이곳은 뼈와 진흙이 동굴에 쌓여 압축되면서 여러 화석들이 발견됐다.

이번에 발견된 어금니는 현생인류와 마찬가지로 짧고 넓적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표면의 심한 주름은 현생인류와 크게 차이가 난 만큼 다른 고인류의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팀은 어금니의 모양과 남아있는 단백질을 분석해 3.5세에서 8.5세에 죽은 소녀의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어금니는 탄소연대측정을 하기에는 너무 낡았고 DNA도 열과 습기로 심하게 훼손돼 분석이 어려웠다. 대신 어금니가 발견된 주변 퇴적물과 함게 발견된 동물 화석을 분석해 16만4000~13만1000년 전 것으로 추정했다.

라오스 동굴에서 발견된 고대 인류의 어금니가 데니소바인의 것으로 추정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제공

3차원 X선 분석을 통해 치아 내부를 연구한 결과 티베트 고원에서 발견된 데니소바인의 어금니 내부 구조와 비슷했다. 인도네시아나 필리핀에 살았던 고인류 종들과는 구분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치아 구조는 네안데르탈인과도 공통점이 있었다. 그러나 연구팀은 네안데르탈인이 아시아 동부에서 확인되지 않은 만큼 데니소바인의 표본일 가능성이 크다고 결론지었다.

이번 연구는 데니소바인의 거주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의 범위를 확대하는 결과다. 데니소바인은 춥고 고도가 높은 시베리아와 티베트 고원에서 발견됐지만 덥고 습한 지역에서도 적응할 수 있었음을 보인 것이다. 다양한 기후에 적응하는 것은 현생인류의 주요 특징인데 데니소바인에게서도 그 가능성이 보인다는 분석이다.

데니소바인이 동남아시아에 존재했을 가능성이 발견된 만큼 현생인류와 데니소바인이 혼혈을 이룬 지점이 동남아시아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데니소바인의 DNA는 필리핀과 파푸아뉴기니, 호주 원주민의 DNA에서 최대 5% 정도 발견된다. 자놀리 연구원은 “데니소바인이 남부 아시아에도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며 “현대인과 데니소바인이 동남아시아에서 만났을 수도 있다는 유전학 결과를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연구진이 고대 인류의 어금니를 칫솔로 세척하는 모습이다. 파브리세 데메테르 제공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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