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거포 유망주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 그립을 쥔다
[스포츠경향]
골퍼들이 ‘베이스볼 그립’을 쥐는 경우는 종종 있다. 타석에서 투수의 공을 기다리는 타자들처럼 두 손을 위·아래로 나란히 붙여놓고 그립을 움켜쥐는 것이다.
야구선수들이 골프선수들처럼 그립이 쥐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야구는 살아 움직이는 공을 받아쳐야하기 때문에 방망이를 쥐는 방법에서 살펴야할 것이 조금 더 많기도 하다.
프로야구 한화의 ‘거포 유망주’인 정민규(19)가 방망이를 쥐는 법은 너무도 톡특하다. 정민규는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쓰는 ‘인터로킹 그립(interlocking grip)’으로 타석에 서고 있다.
우즈의 ‘인터로킹 그립’은 골프에서도 대중적인 ‘그립’이 아니다. 오른손잡이 골퍼라면 대부분 오른손 새끼손가락을 왼손 집게손가락 위에 올려놓는 ‘오버래핑 그립’을 사용한다.
‘인터로킹 그립’은 오른손 새끼손가락을 왼손 검지와 깍지 끼듯 교차시켜 양 손의 일체감을 높여주는 방식이다. 보통은 손이 작거나 힘이 모자라는 어린이들 또는 여성들이 사용하는데, 우즈는 어린 시절부터 ‘인터로킹 그립’을 고수하고 있다.
정민규가 지금의 그립을 익힌 것은 경남중 3학년 시절이다. 처음에는 일반적인 야구 그립에서 양손 검지를 모두 떼고 타격을 했다. 그러던 중 감독·코치의 주문으로 기본으로 돌아갔다. 양손 검지를 모두 붙이고 타격을 했다. 그러나 모두가 당연한듯 여기는 ‘베이스볼 그립’이 정민규에게는 너무 낯설고 불편했다.
이 과정에서 정민규만의 그립이 탄생했다. 정민규는 “감독님, 코치님 말씀대로 모두가 치는 방식으로 해봤는데 불편했다. 그래서 그저 장난삼아 손가락을 걸어놓고 해봤는데 너무 편하고 좋았다. 좋은 타구도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인터로킹 그립’은 방망이를 견고하게 쥘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손목 움직임이 자유로워 골프에서는 ‘훅’으로 통하는 당기는 타구가 많이 나올 수 있다. 사실 그보다 걱정되는 것는 ‘죽은 공’을 때리는 골프에서와 달리 강한 공을 받아쳤을 때 엇갈려 잡은 손가락에 전달될 수 있는 충격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게 정민규의 대답이다. 정민규는 “유난히 진동이 크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일반적인 그립을 잡아도 꽉 쥐게 되면 충격이 있다”며 “혹여 그립 때문에 부상 위험이 생길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또 “이게 골프 그립이라고 듣기는 했지만, 타이거 우즈 그립인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고졸 2년차인 정민규는 한화가 기대하는 ‘거포 유망주’다. 지난 3월 시범경기를 치르며 장타력을 인정받아 1군 엔트리에서 개막을 맞은 뒤 2군을 한번 다녀왔지만 지난 10일 1군으로 돌아온 뒤 선발라인업과 벤치 멤버를 오가며 기회를 엿보고 있다.
17일 현재 올해 1군 성적은 타율 0.143(21타수 3안타)로 아직 갈 길은 멀다. 그러나 정민규만의 특별한 그립처럼 특별한 타자가 될 잠재력은 여럿으로부터 이미 인정받고 있다.
‘골프황제’ 그립을 쥐는 거포 유망주는 이제 막 도전을 시작했다. 그의 꿈은 물론 ‘야구황제’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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