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코로나 누적 발열자 170만명.. 정부, 진단키트⋅마스크 수요 조사 나서

김명지 기자 2022. 5. 18. 11:3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진단 키트 없어 숨은 확진자 감당 어려워
"백신 이미 늦어.. 국제사회가 치료제 공급해야"
북한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8일 김정은 당 총비서의 최근 약국 현지지도를 '진정한 사랑'이라고 표현하며 "당 중앙군사위원회 특별명령에 따라 약품 보장 전투에 진입한 조선인민군 군의부문(의료부문)의 전투원들도, 그들과 함께 주민들에게 은정 어린 의약품들을 안겨주는 판매원들도 격정을 금치 못한다"고 보도했다. /뉴스1

정부가 북한에 보낼 코로나19 진단키트, 마스크, 손소독제 등 방역 필수 물품 수요 및 재고 조사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백신이나 치료제보다 코로나19 확산을 막을 수 있는 방역 물품이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의 인도주의적 대북 적극 지원 방침에도 북한의 화답은 없는 상태다. 정부는 국제기구 등을 통한 우회로보다는 대북 직접 지원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앞서 이명박 정부 때인 지난 2010년 북한에 큰 수해가 발생했을 때 김정일 당시 위원장이 먼저 지원 요청을 했던 전례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 국내 코로나19 검사 키트 마스크 수급 상황 넉넉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번 주 들어 코로나19 검사키트와 방역 마스크, 소독약 등 코로나19 방역 물품에 대한 대북 수요 및 재고를 조사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는 백신 등 품목별 재고 현황을 파악한 문서를 통일부 등과 공유했으며, 대북 지원 물품에 대한 우선순위는 복지부가 권한을 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방역 물품 우선순위를 백신이나 치료제보다 진단키트, 마스크 등에 두는 것은 북한 상황이 그만큼 급박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이 이날까지 공개한 누적 코로나19 발열자 수는 172만여명이다. 북한은 확진자가 아닌 ‘발열자’를 집계한다. 진단 검사 장비가 부족해 열이 있는 사람만 집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할 KF94 마스크도 부족한 상황이다. 김신곤 고려대 의대 교수(통일보건의료학회 이사장)는 “북한은 세계보건기구(WHO)에 코로나19 확진자 상황을 보고해 왔는데, 2년 반 동안 7만명이 되지 않는다”며 “이는 검사 장비나 검사 키트가 부족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북한 방송을 보면 김정은을 포함해) 최고 지도부는 물론 (직접 감염병에 대응해야 하는) 보건 의료인들도 바이러스 감염을 막아주는 KF마스크를 쓰지 않았다”라며 “북한에 마스크는 물론 기본 방역 장비가 매우 미흡한 사례라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김정은도 공식 석상에서 덴탈마스크를 두 겹으로 겹쳐 쓴 모습이 포착됐다.

중국이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하루 30만~40만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는 상황을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중국에서도 오미크론이 뒤늦게 유행하기 때문이다. 반면 오미크론 유행을 한 차례 넘긴 한국에서는 검사 장비는 물론 마스크 재고도 넉넉한 상태다.

의료기기 업계 관계자는 “선별진료소와 임시검사소에서 시행한 신속항원검사를 중단하면서, 남아있던 물량만 100만개 정도라는 얘기가 있었다”라며 “(업체들이) 전국 단위로 공급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생산을 많이 해놨다”고 말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국내 코로나19 유행이 정점을 보였던 지난 2월 넷째 주 한 주 동안에만 2100만개의 자가검사키트가 공급됐다. 식약처는 지난 1일 자가검사키트 유통 제한 조치를 해제한 상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5일 코로나19 관련 비상협의회를 연 뒤 평양 시내 약국들을 직접 시찰했다고 지난 16일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마스크를 두 장 겹쳐쓰고 약국을 둘러보고 있다. [조선중앙TV 화면] /연합뉴스

◇ “북한 요청 있어야 지원 방안 마련 가능”

이제 관심은 ‘북한이 언제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느냐’에 쏠린다.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 주민에 백신을 비롯한 의약품 지원 방침을 밝히고, 통일부가 북측에 관련 남북 실무 접촉을 제의했지만, 북한은 사흘째 응답을 하지 않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대북 지원 여부는) 북한의 의지에 달렸다”며 “비정부단체(NGO) 등 국제기구를 통해 외부 선박을 타고 백신이나 치료제 등을 보내는 것은 모두 유엔 제재 대상이기 때문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기구 등을 통한 우회 지원 방법이 아닌 대북 직접 지원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뜻이다.

정부는 머지않아 북한이 도움 요청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명박 정부 때인 지난 2010년 북한은 수해를 당한 주민에 대한 쌀 지원 등 긴급 구호를 우리 측에 먼저 요구했고, 이를 계기로 대북 수해 복구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합의까지 이어진 전례가 있다는 것이다.

앞서 보건복지부 조규홍 1차관도 전날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서 “북한 방역 지원에 대비해 복지부와 식약처 실무자들이 일부 방역 품목에 대한 재고량을 서로 공유한 것으로 안다”며 “다만 정부에서 대북 지원 방안을 마련하려면 북한에 어떤 방역 수요가 있는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 차관은 “북한의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파악하면 지원 방안을 만들어서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실무 접촉 하에 북한 지원 규모가 확정되면, 복지부 차원에서 질병청과 협의해서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보낼지를 부처 간 협의를 통해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신곤 교수는 “현재 북한의 감염 속도로 보면, 한두 달 안에 전 국민이 감염될 것으로 보인다”며 “백신 공급은 이미 늦었고, 국제적십자사가 국제사회에 호소하고 화이자가 화답하는 작업을 통해서 팍스로비드와 같은 치료제가 북한에 들어가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대북 방역은 지원도 무조건, 수용도 조건 없는 수용이 필요한 시점이다”이라며 “생명을 살리는 일에 남북이 협력하는 것인 만큼, 한국 정부는 생색내기를 하지 말고, 우리의 지원 의지를 전하고 우회하는 방법을 고려하면 지원이 가능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